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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함께 이웃과 함께
윤수천/동화작가
2017-09-24 23:27:06최종 업데이트 : 2017-09-24 23:30:34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필자의 동화 가운데 '달이 생긴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크고 둥근 달이 하늘에 떠 있었던 게 아니라 집집마다 손바닥만 한 달을 갖고 있었다는 상상에서부터 동화는 시작된다. 그래서 저녁이 되어 어둠이 몰려오면 사람들은 자기 집에 있는 손바닥만 한 달을 처마 끝에 매달아 놓고 밝은 밤을 지내곤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남의 집 달을 훔쳐가는 나쁜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남의 집 달을 훔쳐간 사람은 그만큼 환한 밤을 보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고을 원님은 방을 써 붙여 남의 집 달을 훔쳐가는 사람에게는 벌을 내리겠다는 경고를 했지만 좀처럼 달 도둑이 줄어들기는커녕 날로 더 늘어만 가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원님은 마을 시찰에 나섰다가 동네 아이들이 사금파리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보게 되었다. 사금파리에 햇빛을 반사시켜서 누가 더 멀리 빛을 보내느냐를 겨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한 아이의 장난기 어린 말소리가 원님의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아이들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사금파리를 전부 모아 녹여서 크게 만든다면 빛이 훨씬 셀 테고 멀리 갈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원님은 무릎을 쳤다. 그러고는 관아로 돌아오자마자 떡 잘 주무르기로 소문 난 노인을 불러 말했다. 집집마다 간직하고 있는 달을 모아다 줄 테니 큰 달을 만들어 달라고. 그날부터 노인은 열심히 달을 주무른 끝에 마침내 크고 둥근 달을 만들었고, 원님은 이 달을 커다란 연에 얹어 밤하늘에 띄웠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이 둥근 달 덕분에 환한 밤을 누리게 되었고 원님의 지혜에 다들 감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은은하고 아름다운 달을 시샘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붉은 빛을 뿜는 해였다. 해는 자기보다 아름다운 달을 보자 그만 질투가 났다. 그래서 텃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이 둥그레졌다 가늘어졌다 하는 것은 모두 해님의 텃세 때문이다. 그리고 달 속에 멍이 든 것처럼 거무스름하게 보이는 것은 원님이 달 만드는 일을 하도 재촉했기 때문에 노인이 손도 못 씻고 달을 만드느라 손때가 묻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수원화성 서북공심돈에 뜬 달(사진/이용창)

수원화성 서북공심돈에 뜬 달(사진/이용창)


이 동화는 달의 시원始原을 이야기로 꾸며 본 것인데, 읽어 본 이들이 재미있다는 말을 해주었고, 나 역시 어느 정도는 흡족한 동화로 여기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정서라고 할 수 있는 '함께 사는 삶'의 정신을 달을 통해 나타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며칠 있으면 추석秋夕이다. 추석은 명절 가운데서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데다가 오곡백과가 풍성해서 대대로 사랑을 받아온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여기에다 명절은 곧 '고향 나들이'라는 고리와 연결돼 있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행렬로 장사진을 치는 것 또한 오래 전부터 보아 온 명절의 한 풍속이기도 하다.
 
올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향을 찾아 성묘하고 친척과 나누는 따뜻한 정. 어린 날의 이야기가 아직도 두런두런 들리는 산과 들. 잠들지 않고 있는 저 추억들. 그리고 지금은 다들 머리가 허옇게 셌을 고향 친구들. 여기에 환하게 떠오르는 한가위 달. 더욱이 올해 추석은 연휴가 다른 해보다 길어서 명절을 기다려온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선물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오히려 추석 명절이 더 외롭고 서러운 이들도 있다.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아예 피붙이조차 없는 외로운 이들 또한 부지기수다. 여기에 북쪽에 고향을 둔 소위 실향민들의 애환 또한 명절이면 더욱 클 수밖에 없으리라.
 
추석은 둥근 달의 모양처럼 이런 이웃을 따뜻이 보듬어야 제대로 된 명절이란 생각이 든다.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지내는 것보다는 주변의 이웃들에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삶이야말로 우리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추석 보름달이 둥글게 뜰 때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소원 하나 빌어보자. 돈이나 아파트나 출세 같은 세속적인 것 말고 이왕이면 세상에 꼭 필요한 것 하나 이뤄 달라고. 그리고 나면 내 마음도 달처럼 둥글고 아름다워지리라. 

윤수천, 동화, 달이생긴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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