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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丁酉)년, 닭의 수난
최정용/시인
2016-12-30 14:58:34최종 업데이트 : 2016-12-30 14:58:3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2017년, 마침내 '닭의 해'다.
닭의 해가 밝았지만 '닭의 수난'은 여전하다.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가 확산되면서 산란계(産卵鷄) 10마리 중 3마리가 살처분(殺處分) 됐기 때문이다. 과연 이 방법만이 최선일까, 고민도 하기 전에 2016년 12월 29일 기준으로 2천101만 마리의 산란계가 세상을 달리했다. 전체 사육 대비 30.1%에 이르는 수치란다. 죽음의 행렬은 정유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희망보다 우울한 새해맞이를 했다. 급기야 지난 30일 경기농협 금요장터에서 계란이 사라졌으니 '닭의 몰락'은 현실이 되나보다.

올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온고(溫故)해야(而)지신(知新)이라고 했으니 지난 2016년 병신(丙申)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피는 것이 순서겠다. 월별로 살펴보자.
1월에는 부천 시신 훼손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을 폭행해 사망하게 한 후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보관해온 부부가 있었으니, 새해 시작부터 분노였다. 
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필리버스터(filibuster : 무제한 토론)가 주목을 끌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였다.
3월에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5번기 대국이 있었다. 알파고의 4대1 완승으로 끝났지만 "인간이 진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진 것"이라는 이세돌의 발언이 따뜻하게 돋보인 달이었다.
4월에는 여소야대를 만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5월에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구의역 사고'가 우리를 우울하게 했다.
6월에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가 세계 주식시장을 패닉에 빠뜨렸고 7월에는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THAAD)배치 결정, 8월에는 지긋지긋한 폭염이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했다.
9월에는 '걱정 반 기대 반'의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소위 김영란 법)이 시행돼 공직과 언론계 등을 긴장시켰다.

드디어 10월, 훗날 역사에 오욕(汚辱)으로 길이 남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져 대한민국을 '올 킬(All Kill)' 시켰다.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를 외치며 마침내 11월, 매주 촛불시위가 열렸다. 축제의 성격으로 승화시킨 시위를 보고 전 세계가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12월, 그리고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국민들이 평화 시위가 이뤄낸 성과로 역사는 기억한다.

 

정유(丁酉)년, 닭의 수난_1
정유(丁酉)년, 닭의 수난_1

다시 정유(丁酉)년, 2017.
예로부터 정(丁)은 불이고 유(酉)는 닭이니 '붉은 닭'의 해다. 닭은 12간지 가운데 열 번째 동물로 시각은 오후 5~7시를 나타낸다. 닭이 울면 어둠이 끝나고 새벽이 온다고 했다. 여명(黎明)의 시작인 셈이다. 조상들은 밤을 지배하던 귀신이 물러가니 상서롭고 신비한 길조로 여겼다.

기자(祈子)의 풍속을 보면, '수탉의 생식기를 생으로 먹으면 자손을 낳는다'는 말이 있고 태몽(胎夢)에 닭이 등장하면 딸이라는 설(設)이 있다. 또 조선시대에는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사람은 서재에 닭 그림을 걸었다. 닭을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닭의 오덕(五德)은 이렇다. 닭의 벼슬(冠)은 문(文)을, 발톱은 무(武)를, 상대방과 싸우는 것은 용(勇), 먹이를 보고 무리를 부르는 것은 인(仁)이며, 어김없이 새벽을 알리는 것은 신(信)이다. 내친김에 닭띠와 어울리는 궁합은 뱀띠, 소띠, 용띠이며 쥐띠, 토끼띠, 개띠와는 불편하다고 여겨진다.

정유년에는 우리 민족에게 닥친 불행 가운데 가장 큰 사건이 '정유재란(丁酉再亂)'이겠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던가, 불안하다. 나만의 기우(杞憂)로 끝나기 바라지만, 슬픈 예감은 틀리 않으니 더 힘들다.

대부분 알지만 정유재란을 곱씹어보자.
왜군(倭軍)은 1596년(선조 29년) 9월 화의(和議) 임진왜란에 대한 교섭이 깨어지자 조선을 다시 침략했다. 그 해 12월에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끄는 부대가 부산에 상륙하고, 이듬해 1월에는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군이 다대포(多大浦)에 상륙, 양산(梁山)을 함락하고 서생포(西生浦)에 진을 쳤다. 화순을 비롯한 전라도 일대는 왜군의 공격을 받아 많은 피해를 입었다.

정유(丁酉)라, 그래서 불안하다. 정유년이면 어김없이 발생했던 불행한 사건사고가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또 병신년에 시작된 닭의 몰락이 정유년에는 빨리 마감되기를 '꼭' 기원한다. "내가 이처럼 비참하게 죽으려고 닭으로 태어났나하는 자괴감이 들어 괴롭다"는 살처분(殺處分)된 닭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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