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즐거움의 반은 '가이드'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7-10-29 13:01:29최종 업데이트 : 2017-10-29 13:39:58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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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가이드들이 있다. 해외 현지 한국인 가이드들은 유학차 또는 사업차 왔다가 눌러앉은 경우가 많고, 유학중 아르바이트로 그리고 새로운 여행을 위하여 비용조달을 하려는 독특한 경우도 있다. 둔황에서의 조선족 가이드 김군일(金軍一)은 헤이룽장 성에서 먼 이곳까지 친구 따라 왔다며, 자기는 군(軍)에서 제일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군 입대 경험이 없다는 사람이. 모자 쓴 로이와 필자 필리핀 세부 가이드 로이. 호텔 바닷가에서 쉬고 있던 중 바다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온다. 그리고는 관광 라이선스를 내보이며 가이드를 해준단다. 호텔에서 만난 서너 명과 합심해 배 한 척 빌려 바다낚시 가기로 했다. 맥주를 사 가지고 간다고 하니 염려 말라고 한다.다음 날 아침 배에 오르니 나에게 선물이라고 술병을 건넨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양조, 증류해 만든 '탄두아이', 필리핀산 럼(Rum)주다. 그리고 가져온 산미구엘 맥주는 직접 판매한다. 사소한 곳에서 소득을 올리려니 기특하다. 하기야 배를 움직이는 데 할머니서부터 아이들까지 친척들 모두 동원된 듯 싶다. 고기 잡는 일은 뒷전이고 선상 맥주파티를 즐기며, 쓰고 있던 모자를 선사하니 입 꼬리가 눈 밑까지 올라간다. 어제 인근 가게에서 만난 젊은이들 이야기를 건네니 신기하게도 친구들이라고 한다.
여행 중 만난 마당쇠 비포장 도로 숲길을 30분 이상 걸려 도착한 곳은 현지인 동네가 아니고 현대식 주택단지이다. 근처에 인가라고는 없는 숲속에 아담한 단층집들이 모여 있다. 정문에는 경비초소, 차량통제 쇠사슬, 단지 내 가게도 있고 환경도 좋다. 어린 처제랑 같이 사는데, 얼떨결에 처제가 콜라를 사오고.이십대 초반의 부인은 인도네시아인 답지 않게 피부색도 하얗고 현대적 스타일의 굉장한 미인이다. 호텔에 근무하는 것을 꼬드겼다 하는데, 마당쇠가 재주는 있다. 집안 구경을 마치고, 부인은 아기를 안고 마중 나오면서 내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육십은 넘었다고 하니 놀라 자빠진다. 하기야 이곳에서는 연세든 사람 만나기 힘 든다. 몰래 아기한테 50불을 쥐어주고는 혹시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마당쇠한테 살짝 일러준다. 마당쇠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감사의 눈빛을 보낸다. 열심히 벌어서 그가 희망하는 고무나무 농장을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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