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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 쾌적한 시민공간으로 환골탈태하길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1-28 14:34:06최종 업데이트 : 2018-01-29 09:18:54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수원시민들 대부분은 수원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내 주변엔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이사 온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수원에서의 삶을 만족하게 여기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 '연중 끊이지 않는 문화행사'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 '명산 광교산' '집 근처의 공원' '재래시장' 등...수원이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물론 감추고 싶은 치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원역 앞 성매매 집결지다. 집창촌이라고도 불리는데 수원의 관문으로서 하루 수십만 명이 이동하는 요충지에 떡하니 버티고 있어 시민들을 불쾌하게 하고 방문객들을 당황하게 한다.

 

성매매업소는 1960년대부터 모여들었다. 이들로 인해 수원역 맞은편 매산로 1가 114-3 일원은 도심의 흉물이 돼버렸다. 저녁만 되면 홍등 아래 노출이 심한 옷차림의 성매매 여성들이 지나가는 남성들을 부른다. 예전엔 더 했다. 아예 모자나 가방을 빼앗아 골목으로 들어가는 일이 흔했다. 그걸 찾고 싶으면 따라 들어오라는 것이다.

 

나도 기억이 새롭다. 1978년 1월인가 2월인가, 군대 첫 휴가 때 수원역에 내려 이곳을 지났다. 인근에 친구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모자를 빼앗겨 본 친구가 있었던 터여서 극도로 조심하며 걷고 있는데 어떤 아줌마가 길 좀 묻자며 다가온다. 그러더니 "뒤에 헌병!"이라며 소리쳤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지만 휴가 나온 군인들이 가장 꺼려하는 존재가 헌병이다. 당시엔 갖은 트집을 잡아 휴가 나온 병사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병 화이바를 쳐서 떨어트리고 그사이에 도망쳤다는 등의 '무용담'이 곧잘 술자리에 나오곤 했던 시절이었다.

'헌병'이란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순간 모자는 아줌마의 손에 들려있었다. "군인아저씨, 예쁜 아가씨 있으니 놀다가요"라며 골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난감함이란. 군인이 군모도 안 쓰고 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따라 들어가면 뻔한 일이 벌어질테니...그때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헌병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 당시 수원역엔 헌병들이 근무하는 TMO(여행장병 안내소)가 있었다. 그곳 헌병들에게 사정얘기를 하고 동행해 골목으로 들어가 모자를 회수해 온 일도 있었다. 헌병들은 친구 집 앞까지 동행해주며 다음번엔 다른 길로 다니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기까지 했다. 헌병에 대한 인상은 그래서 지금도 나쁘지 않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사진/박종일 시민기자)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사진/박종일 시민기자)

이야기가 다른 길로 빠졌다.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됐다. 이후 전국 성매매 집결지가 하나둘씩 폐쇄됐다. 인천시 남구 숭의동의 '옐로우하우스'도 올 상반기에 철거된다고 한다. 그런데 수원시엔 지금도 집창촌이 버젓이 존재한다. 밤이 되면 선정적인 옷차림을 한 성매매 여성들이 지나가는 남성들을 유혹한다. 몇 년 전부터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너덧 명씩 이 골목에서 웅성거리고 서 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소문난 장소가 된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 인문학의 도시를 표방해 온 수원시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일이 요즘도 밤마다 벌어지고 있다.

 

물론 수원시가 손을 젖혀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원시는 2015년 말부터 성매매업소 집결지 개발사업을 진행해왔다. 성매매업소 집결지 정비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토지주와 성매매업주를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실시하면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설득작업을 해왔다.

아울러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 도시정책 시민계획단 원탁토론 등 다양한 과정을 통해 사업을 추진했다. 또 여성단체·유관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성매매방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성매매업소집결지 실태조사와 탈 성매매 여성에 대한 자활 지원 대책 수립, 도시정비계획 수립과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등의 활동을 했다.

 

쉬운 일이 아닌지라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3년여 동안 사업 타당성 검토 용역, 도시정책 시민계획단 원탁토론, 성매매 업주 면담, 토지 소유자 면담 등 다양한 경로로 이해관계자·시민·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용역에 착수함으로써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수원시는 용역이 마무리되는 대로 해당 지역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사업 추진을 본격화하고, 공사는 2021년 1월 시작해 2022년 말 마무리할 계획이다. 해당 구역에 업무시설·주거시설·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해 수원역 상권과 연계한 역세권 중심 상권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 수원시의 계획이다.

 

지난 23일 매산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수원역 앞 성매매업소 집결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위한 주민설명회에서는 정비예정구역 토지 등 소유자들에게 정비사업의 목적과 사업추진 방식·절차, 기대효과 등을 알렸다.

정비사업이 이뤄지면 성매매업소로 인해 단절된 수원역 인근 상권 기능이 회복돼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수원역, 이미 형성돼 있는 활발한 주변 상권, 인근지역 각종 개발 호재가 어우러져 수원 최고의 상권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상권 활성화로 침체됐던 도시 기능을 회복하고, 수원시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시는 2월까지 주민의견 수렴 마치고 상반기 중 '도시환경정비구역'을 지정 추진할 예정이다.

 

부디 사업이 제대로 추진돼 이 지역이 수원지역 최고의 상권으로, 또 수원의 얼굴답게 문화가 있는 쾌적하고 안전한 시민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김우영, 수원역, 광교산, 집창촌,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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