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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살리는 것이 먼저다
최형국/역사학 박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시범단 상임연출
2016-08-26 15:39:50최종 업데이트 : 2016-08-26 15:39:5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전통시대 백성을 살리는 길은 크게 보면 두 가지였다. 바로 농업과 의학이다. 18세기 조선의 문예부흥을 이끈 정조 역시 이 두 가지를 가장 시급한 국정 과제로 삼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아무리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국왕이라 할지라도 백성과 신하가 있어야 그 위치에 올라 갈 수 있는 법이라, 백성을 살리는 길은 곧 국왕이 사는 길이고 나라가 사는 길이었다. 
그래서 조선의 모든 국왕이 새해를 맞이하면 어김없이 연두교시를 내렸는데, 여기에는 반드시 농업을 권장하는 권농윤음이 단골메뉴로 언급되곤 하였다. 

또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기청제를 지내는 일도 국왕이 직접 주관해서 풀어야할 국정 과제이기도 했다. 
그런데 백성의 병듦을 함께 고민하는 의학은 국왕조차도 쉽게 어루만지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조선의 국왕 중 유일하게 정조는 '의인(醫人)은 곧 의국(醫國)'이라고 표현한 만큼 백성을 병으로부터 구하는데 남다른 열정을 쏟아 부었다. 당시에는 의술은 문과나 무과 즉 대과(大科)도 아니고 생원(生員)과 진사(進士) 같은 소과(小科)도 아닌 말 그대로 잡스러운 학문이라 불린 잡과(雜科)로 불렸던 성리학의 시대였던 만큼 정조의 행보는 파격적이기까지 했다.

정조는 그가 직접 쓴 의서인 '수민묘전(壽民妙詮)'의 책머리에 의술을 천시하는 유학 선비들의 태도를 비판하며 의술도 유자(儒者), 즉 선비들이 익혀야할 필수적인 업무의 하나로 강권하기까지 하였다. 정조는 선대왕인 할아버지 영조의 병간호를 10여년 넘게 돌보면서 당대 최고의 의료지식을 직접 익히기까지 하였다.

정조가 이렇게까지 의술에 대해서 직접적인 관심을 표명한 것은 실은 전염병 때문이었다.
특히 정조8년(1784)부터 창궐한 각종 역병은 강원도를 시작으로 서울과 경기까지 휩쓸었고, 정조10년에는 5월에
시작되어 도성 내는 물론이고 그해 9월에는 제주까지 역병이 돌아 전국이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정조 15년(1791)에는 날이 따스해지는 4월부터 12월까지 역병을 알리는 상소가 쉼 없이 날아들기까지 하였다. 

당시 역병에 희생되어 제대로 초상조차 치르지 못하고 내버려진 시체의 숫자만 전국적으로 370,000구나 되어 군사들까지 동원하여 직접 매장하도록 명까지 내려졌으니, 역병이 돌면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혜민서(惠民署)나 활인서(活人署)와 같은 관에서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있기는 하였지만, 조선후기로 접어들며 도성인 서울에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다양한 수인성, 계절성 전염병이 수시로 창궐하였기에 병자들을 수용하는 것은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살리는 것이 먼저다_1
수원화성박물관에 전시된 '자휼전칙(字恤典則)'.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아이들을 품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정조는 질병에 노출된 백성들 중 아이들에게 더 집중적인 배려를 하였다. 특히 역병에 백성들이 죽어 나가니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많아지자, 이를 돕기 위하여 '자휼전칙(字恤典則)' 이라 하여 국왕의 명으로 흉년을 당하여 걸식하거나 버려진 아이들의 구호방법을 규정한 법령집을 따로 만들어 각 관청에 배포하기까지 하였던 것이다. 
심지어 정조는 "어린이들이 유기되어 구걸하는 자들은 질병에 비하여 더 긴급하다"라는 말까지 남기며 아동들을 살리는데에 심혈을 기울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배려 받아야할 대상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그중 아이들은 이땅의 새로운 미래를 품고 있기에 가장 신경써서 돌봐야할 존재들이다. 
방학만 되면 갈 곳을 잃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PC방으로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의 방학과 동시에 인터넷 댓글의 내용들도 상당한 변화가 있다는 믿지 못할 소문까지 있다. 이땅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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