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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희생번트처럼
윤수천/동화작가
2017-10-15 16:23:01최종 업데이트 : 2017-10-16 09:28:26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봄부터 달려온 프로야구가 이제 한국시리즈(KBO)를 향해 줄달음을 치고 있다. 올 최종 우승팀은 어느 팀이 될까. 올해도 팬들은 마음을 졸이며 지켜볼 것이다.

나는 다른 구기 종목도 좋아하지만 특히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 때문이다. 야구는 타 구기 종목에 비해 한 가지 다른 성격의 룰을 갖고 있다. 뭔고 하면, 타 구기 종목들이 하나같이 적지(골문)를 파괴(?)해야만 점수를 얻는 데 반해 야구는 자기 집(home)을 떠나 자기 힘으로 1루, 2루, 3루를 거쳐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와야만 점수를 얻는다. 이를 홈인(home in)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흔히 야구를 우리네 인생살이와 같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1루, 2루, 3루는 곧 우리네 삶에서 겪게 되는 고난, 좌절, 절망 같은 역경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나와 자기 혼자 힘으로 인생이란 어려운 삶(그라운드)을 살아 낸 끝에 생을 마치는 과정이 마치 야구 선수가 험난한 길을 헤친 끝에 비로소 자기 집으로 개선하는 과정과 같다고 해서 나온 이야기다.


야구의 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홈런이다. '딱!' 하는 경음經音과 함께 공중을 훨훨 날아가는 백구를 보는 일은 얼마나 가슴 통쾌한 일인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잘 보이는 내야석을 놔두고 굳이 먼 외야석을 택해서 관람하는 팬들 가운데는 홈런 공을 잡으려는 열성 팬들도 상당수 있다. 그러다 보니 글러브에, 심지어는 잠자리채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야구의 한 장면(수원시포토뱅크, 사진/강제원)

야구에는 희생번트가 있다(수원시포토뱅크, 사진/강제원)

그런데 야구에는 이런 화려한 홈런이 있는가 하면 시선을 별로 끌지 못하는 타격도 있다. 희생 번트라는 게 그것이다. 앞의 주자를 다음 자리(루)로 보내기 위해서 나는 죽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타격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뜻 보면 쉬운 것 같지만 번트만큼 타격 기술을 요하는 것도 없다. 번트를 제대로 하려면 자세를 낮추고 한 손으로는 야구 방망이를 중간 부분쯤 잡고 투수 쪽으로 몸을 향해야 하며 날아오는 투수의 공을 알맞은 속도로 줄여 운동장 안으로 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되는 게 아니다. 게다가 번트를 하려고 들면 수비하는 상대방 내야수들은 거리를 좁히기 위해 몇 발짝씩 앞으로 위치를 잡는 게 보통이다. 그들 사이로 공을 보내야 하지 만약 잘못해서 수비수 쪽으로 번트를 하면 앞주자는 물론 타격을 한 자기까지도 몰살당하고 만다. 그래서 나온 게 '병살타'란 오명이다.


나는 홈런만큼 희생 번트를 잘 치는 선수에 눈이 간다. 그는 비록 관중의 시선을 독차지하진 못하지만 팀의 승리에는 작지 않은 공헌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희생 번트가 지니고 있는 '의미'도 있어 더욱 번트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나를 희생해서라도 팀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그 '아름다운' 정신이 희생 번트에는 들어 있는 것이다.


어찌 야구 한 종목뿐이겠는가. 다른 운동경기에도 드러나지 않는 희생 번트가 있어야 하며 승리하는 팀의 뒤엔 반드시 그런 선수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도 희생 번트 잘 하는 도우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나 개인이 잘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조직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이들이 많이 나와야 그 사회가 더욱 발전하는 것. 일테면 '사회적' 도우미라고나 할까.


나는 영화를 봐도 주연급 배우 못잖게 조연급 배우에 시선이 간다. 우리나라 조연급 배우로는 누구누구가 제일이라는 것까지도 알고 있다. 어떤 영화는 그들 조연급 덕에 성공을 거둔 영화도 숫하다. 조연이 주연을 화려하게 떠받쳐 준 덕분이다. 해서 요즘 영화계에서는 주연급 배우보다도 조연급 배우를 더 찾는다는 소문이 나돈다.

 

'하필이면 감독이 날 더러 희생 번트를 하라네

나도 안타치고 싶고

홈런도 치고 싶은데

그래서 팬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싶은데

 

좋다! 난 희생 번트 선수다

앞주자를 진루시키는 것이 내 몫이다

난 죽어도 좋아

죽어도 좋아

앞주자만 살면 돼, 앞주만...'


                             -졸시  '희생 번트 선수'

 

난 오늘 누구를 위해 희생 번트를 댈까. 야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이곳까지 와 있는 데는 누군가가 희생 번트를 쳐 준 덕분이라는 걸 안 뒤부터는...!

윤수천, 동화작가, 야구, 희생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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