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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노인이 말했다 "마스크 좀 쓰자!"
언론인 김우영
2020-06-12 18:23:24최종 업데이트 : 2020-06-12 18:23:11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노인이 말했다 마스크 좀 쓰자!

[공감칼럼] 노인이 말했다 "마스크 좀 쓰자!"

불교신자는 아니다. 그러나 고타마 싯다르타를 마음속의 스승 중 한분으로 모시고 있는 터라 매년 부처님 오신 날에 봉녕사에 다녀오곤 한다. 불전함에 약간의 시주를 할 때도 있다. 대적광전 뒤편 처마 밑에 그냥 앉아 있다가 출출해지면 아래 쪽 야외 임시 공양간으로 내려가 약간의 시주금을 내고 된장국에 비빔밥 한 그릇 청해 먹는 것도 즐겁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한 달 미뤄졌다. 불교계의 가장 큰 행사인데도 대승적 판단으로 연기한 것이다. 그 한 달 동안 전국 사찰에서는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를 진행했다고 들었다. 역시 대자대비 부처의 마음을 닮은 사람들답다. 

그나마 한 달 뒤에 열린 부처님 오신 날 행사도 행사규모와 참가 인원을 대폭 줄였다. 조계종 측은 참석 인원을 사전 조율하고, 발열체크를 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감염 차단에 나섰다.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약 1천 명 정도가 참석했다. 예년엔 1만5천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천도교 송범두 교령, 유교 손진우 성균관장 등 이웃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해 보기에 좋았다.

원행스님의 봉축사 중 감동적인 부분은 "코로나19 위기 속에 봉축법요식이 원만히 봉행되는 것은 정부와 헌신적인 의료진,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 국민 덕분"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은 온 대한민국이 함께 만들어 낸 것"이란 말이었다.

봉녕사 경내/사진 김우영

봉녕사 경내/사진 김우영

  봉녕사의 어느 봄날/사진 김우영 

봉녕사의 어느 봄날/사진 김우영 

 

따라서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니라 한가로운 평일을 택해 봉녕사에 다녀왔다. 묘엄스님 부도탑 등 절집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박물관 툇마루에 앉아 풍경소리도 가슴으로 들었다. 하산길은 월드컵 구장 쪽을 택했다. 지나는 사람이 없어 마스크를 벗고 신록의 향기를 맡으며 걷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중년 남자 한명이 오고 있다. 

내가 마스크를 꺼내 쓰는 모습을 본 그도 황급히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지더니 마스크를 찾아내 착용한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세계 각국은 우리나라를 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격찬했다. 얼마 전 본 코너에서도 언급했지만 투명성, 개방성, 민주성을 방역 시스템의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 방식은 세계의 표준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방역을 '교과서적인 우수사례'로 꼽기도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 때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던 신규 확진자수가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이태원 클럽을 시작으로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교회 소모임, 다단계 방문판매업체인 서울 리치웨이, 탁구장에 더해 감염경로를 모르는 무차별 'N차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조사결과 이들은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지난 주말 한 신문에 쓴 '마스크 미착용자 실효적 단속 방안 필요'하다는 내용의 사설에서 최근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에 나온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병원에서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85% 감소하며 물리적 거리를 1m 유지할 경우 감염 위험은 82% 감소한다는 것이다. 1m 간격씩 추가될 때마다 효과는 2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이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과 관련한 문헌 44개를 메타 분석(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로 연구된 여러 연구물들의 결과를 객관적, 계량적으로 종합해 고찰하는 연구방법)한 연구 결과다.
 
광교산 데크길에 걸린 마스크 착용 안내 현수막/사진 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광교산 데크길에 걸린 마스크 착용 안내 현수막/사진 수원시 포토뱅크 김기수

당국은 마스크 착용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는 버스와 택시,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시 마스크 의무 착용 규정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강제 규정이 아니므로 이에 불응하는 승객이 한 두 명이 아닌 모양이다. 운전기사와 역무원을 때리는 사람까지 있다니. 

그래서 공공장소 마스크 미착용 시 벌금을 부과하는 등 경범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은 당당하고 오히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그들을 피해 다니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며 처벌을 청원하는 글도 올라왔다.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벌금 부과 등 실효성 있는 단속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하루에 한차례는 수원천과 행궁동 골목, 광교산 저수지를 지나 버스종점까지 이어진 길을 산책한다.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런데 수원천변, 또는 행궁 담장 옆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가운데 마스크 미착용자가 많다. 젊은 외국인들은 한국이 코로나19 안전지대인줄 아는지 행궁광장을 맨 얼굴로 당당하게 몰려다닌다. 

어제 팔달문 수원천변에서 만난 한 노인은 마스크도 안 쓴 채 무리지어 앉아 떠드는 남성들을 향해 들릴 듯 말 듯 나직하게 말했다. "제발 마스크 좀 쓰자! 이 이기적인 사람들아"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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