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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이름의 나무
윤수천/동화작가
2016-12-11 14:16:17최종 업데이트 : 2016-12-11 14:16:1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며칠 전 후배 아들 결혼식 주례를 섰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주례를 맡으면 맡은 그날부터 마음도 마음이지만 특히 몸가짐에 각별한 신경이 쓰인다. 술도 삼가게 되고 문상도 가지 않게 된다. 결혼식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몸가짐은 더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건 어쩜 당연한 일이란 생각도 든다. 한 가정의 혼사를 주재하는 사람으로서 만에 하나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결혼식 순서에서 주례가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순서라면 아무래도 주례사일 것이다. 새 가정을 이루는 두 주인공에게 삶의 지침이 될 만한 말을 해줘야 하는 게 주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시간도 적당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너무 길어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짧아도 싱겁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자면 10분 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싶다.

나는 신랑 신부에게 세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는 화목한 가정이다. 왜 그 많은 당부 가운데서 가정의 화목을 첫 번째로 꼽느냐 하면, 가정이 화목해야만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곧 '바깥의 힘은 안에서 나온다'는 것. 

나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지혜로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를 예로 든다. 눈이 하나뿐인 물고기 두 마리가 만나 평생 같이 붙어 다녔다는 시다. 이유는? 두 눈을 가진 물고기로 행세를 하기 위해서. 부부란 이처럼 서로의 부족함을 상대방이 채워주는 것이란 설명을 해준다. 

두 번째로 당부하는 말은 인생을 멀리 보고 살라는 것. 나는 마라톤을 예로 든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라는 것. 그러니 속도보다는 인내와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해준다. 장거리를 뛰다 보면 고개도 만날 수 있고 비나 눈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은가. 이를 감내하며 골인 지점까지 가야 하는 게 마라톤이듯 인생도 다를 게 없다. 

세 번째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라 한다. 직장이나 일터에서뿐 아니라 살고 있는 동네나 아파트에서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실해야 함은 물론 남을 배려하고 보살펴 주는 이타정신을 가지라 한다. 
그러고 나서 하나를 덧붙여 당부하는데 그건 부모님에 대한 효도다. 지금까지 부모님한테서 받은 사랑에 대한 보은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손쉬운 효도의 방법까지 알려 준다. 그저 자주 찾아뵙고 문안드리라는 것. 부모님의 외로움을 자식인 입장에서 덜어드리는 게 곧 효도란 말을 해준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신랑 신부가 퇴장하면 나는 단상을 내려가서 양가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린다. 그 동안 두 사람을 키워주신 데 대한 감사의 표시다. 세상에서 부모만큼 자식한테 헌신하고 사랑을 준 이가 또 누가 있는가. 주례의 끝 순서는 바로 그분들에게 대한 예의 표시인 것이다.

살아 보니 인생은 그리 긴 게 아니다. 옛날보다는 수명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세월 속에서 느끼는 당사자들에겐 항상 짧은 게 인생이다. 일장춘몽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지 싶다. 꿈 한 번 꿨다가 가는 것, 어쩜 그게 인생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부'라는 이름의 나무_1
'부부'라는 이름의 나무_1

 '...(생략)부부는 평생 밥을 같이 먹는 사이입니다
  그러고는 마침내 서로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어주는 거지요
  영하의 날씨에도 식지 않을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어주는 거지요.'
                  -졸시「따뜻한 밥」

부부의 정의를 한마디로 내리자면 밥을 같이 먹는 사이이다. 그것도 한두 번 먹는 사이가 아니라 평생 같이 먹는 사이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서로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어주는 것, 그게 부부란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집사람이 주방에서 저녁밥을 짓느라 종종걸음을 팔고 있다. 유리창 너머로 보니 오늘따라 얼굴의 주름이 깊다. 나를 위해, 자식들을 위해 아내와 엄마의 짐을 한시도 내려놓지 못한 사람이다. 
오는 일요일엔 음식점에 데려가서 불고기라도 같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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