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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희망을 보여준 이세돌
윤수천/동화작가
2016-03-21 08:45:51최종 업데이트 : 2016-03-21 08:45:51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인간과 컴퓨터의 세기 대결로 관심을 보였던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1승의 값어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단한 것이었다. 알파고의 능력을 알고 나면 왜 대단한가를 가히 짐작하게 된다. 알파고는 하루 3만 개의 기보를 학습하고, 1200여 개의 CPU(중앙처리장치)를 장착한 채 중앙 두터움까지 계산하면서 최적의 수를 찾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알파고를 상대로 한 1승이다. 더욱이 내리 세 판을 불계패로 지고 난 끝에 거둔 승리라서 그 의미는 더더욱 크다. 웬만한 기사였다면 내리 3판을 지고 나면 기가 꺾여 더 이상 대국장에 나서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이세돌 9단의 집념과 의지가 빛난다. 게다가 초읽기까지 몰리면서도 최적의 수를 찾아 한 수, 한 수를 놓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말할 수 없는 신뢰와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바둑은 상대와 두는 두뇌 게임이다. 그런 만큼 나만 잘 둔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임도 아니다. 상대에 따라 임기응변의 전술도 필요하고 창의성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게임이었다. 그것이 더욱 이세돌 9단에겐 중압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게임. 황순원의 장편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부대원을 이끌고 고요로 뒤덮인 농가를 수색하는 동호는 마치 두꺼운 유리 속을 걷는 기분을 느낀다. 언제 어디서 적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그 긴장감이 마치 유리 속처럼 느껴지는 것. 이세돌 9단도 대국 내내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실력보다도 심리 면에서 진 것 같다고 말하는 것만 봐도 이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인간의 희망을 보여준 이세돌_1
인간의 희망을 보여준 이세돌_1

이세돌은 분명 한국이 낳은 천재기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이세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세돌의 진면목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예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 특유의 창의성이다. 이세돌은 남들이 두는 상식적인 수를 그대로 답습하기보다 항상 신수新手를 찾으려고 한다. 이것이 이세돌만의 창의성이다. 이번 알파고와의 4국 대결에서도 이세돌은 알파고마저 생각하지 못한 신수를 찾아내었다. 그것도 초읽기에 쫓기는 속에서 그런 묘수를 찾아냈다는 점이 더욱 그를 돋보이게 한다.

두 번째는 복기를 통한 끊임없는 연구와 학습 자세이다. 그 좋은 예가 제3국 후의 복기라 하겠다. 이세돌은 3국을 패한 후 몇몇 기사와 머리를 맞대고 새벽까지 복기를 하면서 패인을 찾았다. 그 날이 하필이면 결혼 10주년 된 날이었으니 그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그 집념과 열의 앞에 복기를 함께 했던 동료 기사들마저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이런 점이 이세돌의 장점이다.

세 번째는 겸손한 자세다. 그는 알파고에 연달아 패한 후 그 어떤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고 자인했고, 낙담하는 팬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알파고에 진 건 이세돌이지 결코 인간이 아니라고. 나이에 비해 그의 성숙한 면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암튼 인간과 인공지능의 세기 대결로 관심을 모은 이번 대국은 숫한 화제와 함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세돌 9단이 최종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인간의 창의력에 대한 문제는 연구 과제라 하겠다. 앞으로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새로운 세계에서 인간은 과연 얼마만큼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그와 함께 인간의 창의력이 인공지능의 발전에 뒤질 경우까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공상만화가 생각난다.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되어 기계가 시키는 대로 사는 어처구니없는 사회. 인공지능이 이런 추세로 발전한다면 그런 세상이 오지 말란 법도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이번 이세돌 9단이 보여준 세기의 대결에서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패배를 딛고 일어서는 인간만의 용기, 새로운 도전을 즐기려는 모험성과 창의성, 꿈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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