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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왜?
김재철/칼럼니스트, 농학박사
2016-04-09 13:39:43최종 업데이트 : 2016-04-09 13:39:4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요즘 소와다리 출판사에서 영인 발간한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1948년 판, 1955년 수정증보판, 육필원고 및 재판판결문 등 초간본 세트) 들여다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 책을 구입한 독자층은 70%가 20~30대라고 한다.
학창시절 눈여겨봤음직한 시들도 눈에 띈다. 1948년판에는 시인 정지용의 서(序)와 강처중의 발문(跋文)이 있다. 강처중은 윤동주의 연희전문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로 유학길에 오르며 맡긴 윤동주의 대표작들을 보관하여 유족에게 전했고 초간본 발간에 산파역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윤동주가 생전에 존경하던 정지용에게 서문을 받아냈다고 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왜?_1
서거 3주기 헌정판

정지용은 서문에서 '재조(才操)도 탕진하고 용기도 상실하고 8.15이후에 나는 부당하게 늙어간다'며 '아직 무릎을 꿇을 기력이 남었기에 이 붓을 들어 시인 윤동주의 유고에 분향하노라' 말한다. 그리고 '일제시대에 날뛰던 부일문사(附日文士)놈들의 글이 다시 보아 침을 배앝을 것 뿐이나, 무명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슬프고 아름답기 한이 없는 시를 남기지 않았나?'라고 반문한다. 

정지용은 '윤동주와 그의 시인됨에 관한 아무 목증(目證)한 바 재료를 갖지 않'았다면서
'내가 시인 윤동주를 몰랐기로소니 그의 '시'로서 그의 '시인'됨을 알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며 유시(遺詩) '병원'을 들어낸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에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1940.12)라고 했다.

당초 윤동주 시인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1941년도 졸업기념으로 77부 한정판을 발간 예정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이 시절 후배 정병욱에게 건넨 시고(詩稿)와 강처중이 유족에 전한 원고 등은 1948년 윤동주 시인 3주기 추도식에 맞추어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로 출간되어 헌정된다. 이때 헌정된 최초본은 단 10권이었다고 한다. 이 헌정본은 급하게 구한 갈포벽지로 표지를 만들었지만 같은 시기 발간된 초판본(1,000부 발간)과 표지만 다를 뿐이다. 당시는 세로쓰기이었으나 드물게 가로쓰기를 택한 것은 윤동주 시인이 한글 가로쓰기를 주창한 최현배 선생의 제자였기 때문에 이를 따른 것이라 한다. 

최초본 10권은 추도식이 끝나고 모였던 사람들이 나눠 가졌다. 윤동주 시인의 동생 윤일주, 후배 정병욱, 추도시를 쓴 유영, 추도사를 쓴 김삼불(월북), 발문을 쓴 경향신문 기자 강처중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정지용의 서문 말미에 김삼불의 추도사 언급이 있지만 어인 일인지 초판본에서 추도사는 보이지 않는다. 

유영의 추도시는 처절하다. '창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동주야 몽규야. 동주야 몽규야...삼불이도 병욱이도 그리고 처중이도...네 노래 한구절 흉내에도 땀빼던 영이도 여기 와 있다. 창밖에 있거든 두다리라 그리고 소리처 대답하라'(몽규는 송몽규로 윤동주, 김삼불, 강처중, 유영 등과 연희전문 문과 입학동기생으로 일본 유학을 함께하며 같은 시기 옥사한 윤동주의 고종사촌).
한편 1955년 수정증보판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에서는 정지용의 서문과 강처중의 발문은 삭제되었다. 대신 정병욱의 '후기(後記)'와 윤일주의 '선백(先伯)의 생애'가 들어있다. 정지용이 납북되고 강처중은 간첩혐의로 총살당했기 때문이다. 이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에서 둘에 대한 언급은 아예 사라졌다. 남북 분단의 비극이다.

소와다리 출판사의 초판본 영인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판매량이 폭발적이다. 특히 젊은 층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일제시대 윤동주와 오늘날 '3포 세대'들의 견디기 힘든 시대상이 공통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윤동주의 고뇌, 자기성찰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받는 것이다. 이는 현실문제에 접하는 젊은 층의 절망의 표현일 수도 있다고 한다. 

한국작가회의 최원식 이사장은 '훌륭한 문학은 자기 시대에 아첨하거나 그로부터 도피하지 않는다. 동서양의 위대한 문학은 모두 그래 왔다'며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을 때 진짜 눈을 가진 사람들은 '해방이 멀지 않았다'고 느꼈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의 혼란도 새벽의 직전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문득 '편안하게 살려거든 불의에 외면을 하라, 그러나 사람답게 살려거든 그에 도전을 하라'는 행동적 저항작가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의 말이 떠오른다. 

오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통해 다시한번 작금의 현실을 곱씹게 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왜?_2
-좌 : 헌정판과 표지만 다른 초판본(1948년 정음사) -우 : 수정증보판(1955년 정음사, 표지그림 김환기 화백 -중앙 : 歷史在中은 육필원고와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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