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 보면 송나라 저공의 원숭이 이야기가 나온다. 저공은 많은 원숭이에게 먹이를 대는 일이 어려워지자 먹이를 줄일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앞으로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줄 생각이다'. 그러자 모든 원숭이들이 하나같이 화를 냈다.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씩 주마' 라고 하자 원숭이들이 기뻐했다. 조삼모사(朝三暮四). 하지만 손에 쥔 4개와 손에 쥘 4개는 분명 달라 원숭이들이 더 영악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수메르인의 줄긋기_1 이들은 건강상 이유로 가끔 결근을 하거나 오후 반나절은 일찍 퇴근하기가 일쑤였다. 그런 날은 수메르인들이 행하던 방법으로 결근의 표시로 작대기 긋기를 하였다. 하지만 오전 반나절보다 더 긴 오후 반나절이라도 가끔은 줄긋기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살림이 어렵고 건강이 안 좋은 노인들의 어려움을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나름대로 생각한 끝에 몰래 몰래 반나절은 줄긋는 일을 포기하기도 하였다. 물론 기본 업무방침에는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한줌의 임금이 더 들어온 것에 기뻐하는 소박한 그들을 생각하면 그리 어렵게 생각할 일도 아니었다. 그날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왔다. 웬일인가 여쭤보니 지난 달 임금 계산이 잘못됐단다. 아니 틀릴 리가 없을 텐데. 할아버지 이야기로는 반나절 결근한 것이 있었는데 반나절짜리 임금이 없어졌단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속으로는 '반나절은 내가 줄긋기를 안 했어요'. 그렇다고 많은 사람 앞에서 크게 말할 수도 없고, 한쪽으로 모시고 가서 오히려 반나절 임금이 더 들어갔다고 말씀드렸다. 할아버진 막무가내였다. 난 그런 것 모르니 반나절 임금을 내 놓으란다. 고집이 대단하다. 조삼모사보다 더 황당하다. 할 수 없이 반나절 임금을 다시 드렸다. 내 지갑에서. 반나절 임금이 더 들어갑니다 라고 사전에 생색내는 것도 계면쩍고, 그렇다고 반나절 임금을 내놓으라는 호통에 같이 화를 낼 수도 없고. 할아버지에게는 수메르인의 줄긋기, 원숭이의 조삼모사는 통하지 않아 처음부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끔 했어야 했던 것을. 연말정산도 이 정도는 배려했어야 그나마 모든 회원들 얼굴에 함박웃음 피었을 텐데. 지금 수메르인이 나타난다면 줄긋기로 눈속임하여 마일리지는커녕 연회비를 더 받아낸 교활한 놈이라고 호통 치겠지.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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