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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들도 자주 걸린 감기
최형국/문학박사, 무예24기연구소장
2012-11-20 15:41:00최종 업데이트 : 2012-11-20 15:41:0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가을이 온 갖가지 단풍으로 이리오라 손짓하더니만, 벌써 입동을 지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늘 이맘때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를 괴롭히는 질병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늘 들어도 새롭기만 한 감기라는 질병이다. 다른 질병들과는 다르게 요놈의 감기라는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해마다 몇 번씩 기침과 고열을 동반하고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의학자들은 인류 최대의 불치병으로 감기를 손꼽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아무리 천하장사라 할지라도 감기에 걸리면 제 힘을 반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을 힘들게 하니 감기가 대단하긴 대단하다. 
필자 또한 아직도 부족한 무예실력이지만 20여년 가까이 거의 매일 수련을 하고 있어도 가끔 찾아오는 불청객인 감기에 걸리면 그나마 제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맥을 못 춘다. 
멋진 갑옷에 날 선 진검을 들고 시범장에 올라서지만, 나도 모르게 훌쩍거리는 내 콧구멍을 생각하고 나면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특히 감기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발생하는 폐렴을 비롯한 2차 감염으로 발생한 질병 때문에 더욱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친한 친구로 분류되는 독감의 경우는 1918년 스페인에서 발생했을 때 제대로 초기에 전염을 막지 못해 5년 동안 무려 3,0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다. 우리나라 현재인구가 약 5천만 명인데, 독감으로 인해 죽어간 숫자가 인구의 절반이상이었다면 그 위력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감기는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다. 심지어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들도 감기의 날카로운 습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요즘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과 같은 조선시대 국왕 측근 기관인 승정원의 기록을 보면 감기에 걸려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사례들이 많이 보인다. 
대표적으로 영조의 경우는 52년간의 최장기집권을 한 조선 최장수 왕이었지만, 역시 감기 또한 자주 걸려 신하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정조의 경우도 감기에 자주 걸렸다. 

임금님들도 자주 걸린 감기 _1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의 야경- 늦은 밤이라도 화서문 앞의 동그란 옹성은 마치 누군가를 따스하게 감싸 안은 것처럼 찬바람을 막아준다.

그런데 정조의 경우는 유독 감기가 심하여 약원(藥院)에서 진찰하기를 청하여도 이를 자주 거부하였다. 
당시 기록을 보면, "선조들을 받들고 백성을 위하는 정성이 조금이나마 통하고 뜻이 기(氣)를 제어할 수 있다면 병이 어찌 나겠는가!" 라고 하며 강한 의지로 감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런 강인한 마음이 있었기에 18세기 조선을 빛낸 다양한 개혁정치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특히 수원에 화성을 쌓던 일이 한창 일 때인 1794년 겨울에는 자신의 몸을 먼저 돌보기보다는 성을 쌓는 인부들에게 솜옷과 털모자를 하사하는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줘 10년 예상의 공사기간을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끝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또 지급한 솜옷을 가지고 혹여 중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까 싶어 직접 그해에 수확한 햇솜인지 아닌지를 꼭 확인할 것을 신신당부하는 모습을 보면 자식을 생각하는 아비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다.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햇솜은 보온력이 뛰어난데 묵은 솜은 한데 뭉쳐져 있어 보온력이 떨어져서 해마다 새로 솜을 틀어야만 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화성 곳곳에는 혹여 추운날 감기가 들어 고생할까봐 백성을 걱정하는 정조의 마음이 담뿍 담겨있다. 
혹여 감기에 걸렸다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화성에서 가장 볕이 좋은 화서문 안쪽 구릉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지나간 역사를 추억해보자. 아마도 그런 시간이면 화성의 4대문을 보호하는 둥근 방호물인 '옹성'이 정조의 따스한 두 팔로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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