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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보도 유감 '구청이 어쩌라고..'
박두호/언론인, 왓츠뉴스 대표
2012-12-18 15:23:34최종 업데이트 : 2012-12-18 15:23:3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2년쯤 전인가 싶다. 그 해 눈이 참 많이 왔다. 밤새 쌓인 눈이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모두 하얗게 덮었다. 
그날 저녁 한 TV 방송 뉴스는 눈이 많이 내렸다는 보도로 시작했다. 항공기를 띄워 버즈 아이 뷰로 전국을 보여줬다. 이어서 출근길 교통 상황 차례다. 도로에는 차량이 서 있고 언덕길에서는 차량이 뒤로 밀려났다. 행인들은 종종걸음을 치고 골목길에서는 노인들이 넘어졌다.

 

폭설 보도 유감 '구청이 어쩌라고..'_1
주민들과 제설작업을 하는 염태영 수원시장

기자가 고가도로를 올라가다 말고 서 있는 차량 운전자에게 마이크를 댔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구청에 연락한 지 오래됐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요. 어떡하란 말예요"라는 취지의 코멘트를 했다. 이 방송은 이런 인터뷰 내용을 전국에 내보냈다.
어쩌라고. 구청이 어떻게 해줘야 하는 것인데.

폭설이 내렸을 때 구청은 이른 아침, 아니 어쩌면 지난밤부터 제설을 위해 염화칼슘을 살포하고 제설차를 운행했을 것이다. 눈이 왔을 때에 대비한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아니면 덜 적절하게의 차이는 있겠지만 무진 애쓰고 있었음은 짐작할 수 있다.

도로에 눈이 쌓였을 때 우리는 구청, 즉 공공에 어디까지 기대해야 할까. 큰 도로의 눈을 치우는데 구청에 얼마만한 시간을 줘야하고 작은 도로는 얼마큼 손을 봐주기를 기다려야 할까.
앞에 나온 여성이 마이크에 대고 해야 하는 말은 구청이 눈을 늦게 치우고 있다는 불평이 아니라 "운전이 서툰데 차를 몰고 나와 도로를 막게 돼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고 낯을 들지 못하는 모습이어야 하지 않은가.

이튿날은 한 기자가 강원도 깊은 산골 외딴집을 찾아갔다. 취재 차량 바퀴자국 외 다른 흔적은 없는 곳을 참으로 힘들게도. 집에 있는 할머니는 길이 막혀 걱정이라는 말을 하고 TV 영상은 약봉지를 보여주며 곧 약이 떨어지면 어찌해야할지 걱정이하고 마무리 했다. 
그 강원도 어느 군청이 어디까지 제설작업을 해주길 바란 것일까.

더 있다. 며칠 뒤 한 기자가 을릉도까지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눈이 많이 온다는 울릉도. 기자는 주민들이 꼼짝도 못한다는 말을 하며 "이곳 울릉도에 제설차량이 고작 2대뿐"이라고 끝을 맺었다.
그렇다면 울릉도에 제설차량이 몇 대 있는 것이 적절할까. 제설차량은 국민 세금으로 사는 것이다. 제설차량 한 대 늘리면 운전기사, 차고지, 차량운영비 등의 비용이 든다. 일 년 동안 비용을 지불하며 세워뒀다 눈이 온 겨울 며칠 쓰는 것이 적절한 예산 운용인가.

같은 해였다. 일본에 눈이 많이 온 것이 보도됐다. 일본의 TV기자가 길에 서있는 차량 운전자에게 마이크를 댔다. 오래 서있었던 듯한 운전자는 "이 길은 눈이 오면 다니기 어려워요. 앞 차가 가길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일본이라고 길의 눈을 언제 치울 것이냐고 불평하는 사람이 왜 없겠나. 그러나 방송은 그런 인터뷰를 내보내지 않았다.

국민은 TV를 보며 다른 사람이 불평하면 "그러게 말야. 구청이 눈도 안치우네"하고 다음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 똑같이 불평하게 된다. 학습이 됐으니까. 그러나 이런 날은 차를 몰고 나오는 것이 아니네요 하면 다음 자신의 차례에 "눈이 많이 오면 차를 몰고 나가는 게 아니구나"고 생각한다. 그 해 눈과 관련한 보도를 보며 우리나라 방송은 국민에게 어떤 길을 제시해야 할지 아직 미숙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란다면 국민이 공공에 기대해야하는 범위와 자신이 해야 하는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보여줬으면 좋겠다. 눈이 쌓인 골목길에서 넘어져 다친 노인이 딱하다는 보도를 한다면 그 길의 눈은 누가 치웠어야 하는가도 짚어 국민이 자신의 책임 범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보도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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