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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은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지혜
최형국/문학박사, 무예24기연구소장
2013-01-07 16:02:05최종 업데이트 : 2013-01-07 16:02:05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2013년의 새해가 밝았다. 
늘 어제와 다른 오늘 그리고 작년과 다른 새해를 꿈꾸지만, 세상살이가 그리 녹녹치만은 않다. 
그래도 지나간 세월에 연연하지 않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제 맛을 잃지 않는다는 말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다부진 마음이 필요할 때다. 

인문학자들이 뽑은 2013년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로 '제구포신(除舊布新)' 이 선정되었다. 
제구포신은 '춘추좌전'에 나오는 말로 지나간 낡은 것은 떨쳐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쳐낸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미 흘러가버린 낡은 추억 속에 얽매여 있다면 변화하는 새날을 꿈꾸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나간 과거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버려 버리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미 먼지가 쌓인 것처럼 낡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첫 마음(初發心)'의 흐뭇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그것을 통해 앞으로 다가 올 새날의 폐단을 미리 살피는 혜안을 가지라는 것이다. 
바로 지나간 날들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한 걸음을 더욱 올바르게 내딛을 수 있는 힘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언제가 다가올 또 다른 새해에 지나간 날들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제포구신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사자성어는 '원융회통(圓融會通)'으로 모든 논쟁을 하나로 모아 화합하여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삼국시대에 원효대사가 통일국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던진 화두와 같은 말이다. 이는 고구려, 백제, 신라로 갈라지고 불교 또한 제 나라의 색에 따라 서로 다른 세상을 추구하는 현실에서 둥글둥글하게 하나로 힘을 모아야만 서로 '통'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아마도 지난 대선 때 지역과 연령으로 나뉘어진 반목의 시기가 안타까워 선정된 사자성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3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정조임금님이 화성에 내려와 성곽을 둘러보며 신하들에게 던진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원래는 맹자에 나오는 글귀로, 정조 임금님은 '호호부실 인인화락(戶戶富實 人人和樂 : 집집마다 부유해지고, 사람마다 화목하고 즐거움)'이라고 해서 모든 백성들이 기쁨 속에 살아가는 나라가 진정 행복한 세상이라고 말하였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 것을 받아들이는 지혜_1
화성의 종각 현판인 여민각(與民閣)은 백성과 함께 행복한 삶을 펼치고자 한 정조임금님의 철학이 담겨있다

당시 정조 임금님은 팔달산의 한쪽 끝인 화양루(華陽樓) 북쪽에서 직접 걸음을 시작해서 장안문(長安門)을 지나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까지 상당히 긴 성곽 길을 따라 여러 신하들과 함께 화성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잠시 이곳에 과녁을 설치하고 활쏘기를 직접 행하고, 동장대에 올라 국방에 대한 생각을 신하들에게 전하였다. 이후 창룡문을 거치고 팔달문을 지나 다시 서장대에 올라 군사훈련을 지휘하였다. 

마지막으로 훈련을 마친 후 화성행궁으로 돌아와 백성들의 삶이 곤궁하다는 것을 직접을 눈으로 살피고 '여민동락'의 의미를 신하들에게 말한 것이다.
바로 나라를 운영하는 관료들의 정책 방향이 백성의 즐거움에서 시작하여 그것으로 귀결되어야만 나라가 안정된다는 지고불변의 진리를 설파한 것이다. 

2013년은 계사년이라고 해서 뱀의 해라고 부른다. 뱀이 허물을 벗듯 해묵은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새날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뱀이 허물을 벋어도 껍질을 벋는 것이지, 제 속살을 버리면 더 이상 살아 갈 수 없다. 제 속살은 바로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기쁨이다. 

낡은 것은 버리고 새것을 받아들이는 지혜의 근본은 바로 백성의 기쁨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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