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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을 사랑한 군주, 정조임금님
최형국/사학 박사, 수원문화재단 무예24기시범단 수석단원
2014-01-27 17:58:04최종 업데이트 : 2014-01-27 17:58:0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바야흐로 귤의 계절이 왔다. 노랗게 익은 녀석의 껍질을 벗겨내고 한 조각 잘라 입에 넣으면 그 신선함이 온 몸에 퍼지는 듯하다. 그 부드러운 육질에 새콤달콤함은 어느 과일도 쫓아가지 못하는 매력 덩어리다. 

조선시대에도 역시 입맛은 똑같았다. 조선시대에는 귤이 귀한 과일이었기에 매해 수확철마다 세금의 일종으로 왕실에 진상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조선시대 국왕 중 귤을 가장 사랑한 군주가 있었으니 바로 정조 임금님이다.

정조임금님은 호학(好學)의 군주로 알려질 만큼 독서광이었기에 겨울에도 밤 늦도록 책 읽기에 몰입하곤 하였다. 그때 겨울밤 강력한 비타민 C로 정조임금님의 원기를 회복시켜 준 과일이 다름 아닌 귤이었다. 그 새콤함에 반해 귤을 사랑하셨으니, 당연히 귤에 대한 시도 한편 남겨 주셨다. 그 일부를 보면 이렇다. 

          향긋한 풍취는 멀리 험한 해풍과 파도를 건너왔고 / 芳姿遠涉風濤險
          진기한 진액은 응당 사람을 장수하게 하리라 / 瓊液應令歲月長
                                                   -제목 : 귤(橘), 지은이: 정조(正祖)

귤을 사랑한 군주, 정조임금님_1
SNS의 위력으로 얻은 귤사진- 필자가 칼럼을 쓰면서 제주의 귤사진이 필요해 SNS를 통해 사진을 요청하고 하루 만에 받은 것이다. 제주의 햇살을 가득 먹고 속 알이 꽉차 보인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귤 사진이다.

향기로운 귤 한쪽을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리며 시 한수를 읊고 계시는 정조임금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심지어 귤이 생명 연장의 꿈을 가능케 하는 장수의 비결이라고까지 칭송을 하였으니 당신의 귤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긴 3장의 마지막 시구에는 "오늘 다정히 그대에게 맛보도록 권하노라(慇懃此日勸君嘗)"하며 마치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주연 CF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구절까지 더한 센스 만점의 시다. 

또한 책문(策問)이라 하여 과거시험 문제에 귤과 탱자의 고사를 빗대어 정치관계나 인재관에 대한 의미 신장한 질문들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런데 정조임금님이 그토록 귤을 사랑한 이유는 제주에 대한 지극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귤을 먹을 때마다 제주와 제주민을 생각했던 국왕이 정조임금님이었다. 그래서 일종의 대국민 담화문격인 윤음(綸音)을 내릴 때도 "제주는 천리 바닷길을 건너고 귤이 올라오는 곳이다"라고 첫머리를 채우기도 하였다. 그렇게 귤은 제주를 생각하게 하는 첫 번째 물건이었다.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좋은 명마를 비롯하여 인재를 배출하기에 더 없이 소중한 제주도는 그 위상과는 달리 섬이라는 지정학적 한계로 인해 천대받기 일쑤였다. 제대로 된 과거시험조차 없어 인재가 성장할 수 없었고, 설사 육지에 나와 관료로 진출한다 해도 연줄이 없어 미관말직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정조는 제주도에 대해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모두가 나의 적자(赤子)인 것"이라며 조선 하늘아래 모든 백성이 동등함을 보여주기 위해 제주에 대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였다. 
특별히 어사를 파견해서 제주민을 위한 과거시험을 펼치게 해주고, 전복이나 전투마, 귤 등의 제주 특산물로 인한 세금을 줄여주기까지 하였다. 

2014년 오늘, 정조임금님의 귤 사랑을 되새김하며 오렌지보다는 귤 하나를 더 사먹어 제주농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 줬으면 한다. 그 또한 정조임금님을 기리는 또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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