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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正祖)와 공놀이
최형국/문학박사, 수원문화재단 무예24기시범단 수석단원
2014-06-30 18:51:28최종 업데이트 : 2014-06-30 18:51:2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세계인의 관심이 공 하나에 집중되는 세계공놀이대회인 월드컵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삼바축구의 본고장 브라질에서 개최돼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축구는 물론이고 야구와 골프, 테니스 등 공을 이용하는 이른바 구기종목(球技種目)은 현재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공놀이를 조선시대 군사들도 즐겼고, 더 나아가 무예수련의 일환으로 삼았다.
그 중 조선전기 무관이 되려면 반드시 익혀야 하는 무예 중 격구(擊毬)라는 것이 있었다. 격구는 쉽게 말하자면 말을 타고 펼치는 공놀이의 일종이다. 끝부분이 숟가락처럼 생긴 채(杖匙·장시)로 공을 퍼 담아 골대에 집어넣는 기병용 특수 무예 수련법이자 조선시대 최고의 스포츠였다. 서양에도 격구와 비슷한 폴로(Polo)가 있었다.

정조(正祖)와 공놀이_1
정조시대에 복원된 격구를 필자가 재현하고 있는 모습이다. 격구는 개인이 무과시험에서 펼치는 1인 자세용 종목과 두 팀으로 나눠 서로 실력을 겨루는 경기형 종목으로 나뉜다. 단 10분만 경기를 해도 온 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무예이자 스포츠이다. 정조의 혼이 담긴 수원 화성에서 가칭 <정조대왕배 기마 공놀이 대회>를 펼쳐도 재미있는 이슈가 될 것이다.

조선시대에 무관, 즉 장교가 되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게 과거시험 중 무과(武科)를 보는 것이었다. 음서(蔭敍)나 천거(薦擧)라 하여 소위 '줄이나 배경'으로 무관에 등용되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당당히 무과시험에 합격한 무과급제자와는 격이 다른 대우를 받았다. 
당상관이라는 최고의 품계는 오직 과거시험을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었다. 무과시험의 최종관문인 전시(殿試)의 마지막 시험과목이 바로 격구였다. 격구를 못하면 장원급제는 고사하고 무관으로 등용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공놀이가 최고의 무예 수련법으로 꼽혔을까.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기병 무예(마상무예)는 말을 달리며 활을 쏘는 기사(騎射)와 창으로 적을 공격하는 기창(騎槍)이었다. 문제는 이런 무예를 이용해 펼치는 전투는 한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부대가 함께 싸우는 '단체전'이란 것이었다. 혼자서만 아무리 잘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편을 갈라 말을 타고 우열을 가리는 격구는 승마 기술과 기병들의 팀플레이 훈련에 가장 좋은 도구였다.

게다가 조선시대, 특히 건국 초기에는 기병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1392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후 첫 번째로 직면한 국방 문제는 바로 북방 여진족과의 마찰이었다. 여진족들은 기동력이 우수한 기병으로 쉼 없이 조선의 국경을 침범하고 백성들을 괴롭혔다. 이에 대해 조선이 할 수 있는 최우선의 대응책은 강한 기병을 양성하는 것이었고, 기병의 훈련에 가장 도움이 되는 훈련법이 바로 격구였다.

그러나 격구는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전장의 환경이 보병과 화약무기로 변화되자 무과시험과목에서 퇴출되고 말았다. 문제는 중원싸움에서 명나라가 청나라로 바뀌면서 기병력이 강한 여진족이 다시금 권력을 장악하자, 조선에서도 기병력을 강화해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래서 정조는 잃어버린 기병의 전통무예이자 마상스포츠인 격구를 부활시켰다. 1790년 4월 29일, 정조의 명으로 집대성한 무예서인 '무예도보통지'의 '무예24기' 중 당당하게 격구가 한 종목으로 채택되어 기병들에게 재보급되기 시작했다. 

정조가 격구를 복원한 이유는 명확하다. 격구는 섬세한 기마술을 연마하는 동시에 즐기면서 훈련할 수 있는 매력 때문이었다. 단순히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훈련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재능 있는 사람은 열심히 하는 사람 못 이기고 또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면서 하는 사람을 못 이긴다는 말이 있다. 만약 열심히 하면서도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천하무적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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