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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작은 병원
윤수천/동화작가
2012-04-27 13:25:52최종 업데이트 : 2012-04-27 13:25:52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군에 있을 때 공을 차다가 다친 무릎이 나이가 드니 좋지 않아 나는 종종 동네 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간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인 데다가 가족처럼 대하는 그 '따뜻함' 덕분에
고단했던 마음까지 풀고 오는 병원이다. 의사 한 명에 간호사가 두 명, 접수를 보는 직원, 이렇게 네 명뿐인 소형병원이다.

이 병원은 휴일도 없이 환자를 받는다. 여기에다 진료 시간도 분명치가 않다. 아침 8시쯤부터 환자를 받기 시작해서 저녁 7시도 좋고, 8시도 좋고 환자가 있으면 문 닫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환자의 사정을 봐서 그때그때 시간을 고무줄처럼 사용한다. 

이 병원을 이용하는 주 환자는 나이 많은 노년층이다. 대개 무릎이나 다리, 허리가 좋지 않아 찾는다. 수명이 늘어나다 보니 신체의 이곳저곳이 탈이 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탈이 난 몸은 치료받을 당시엔 좋아져 보이다가도 다시 탈을 일으키고...이런 병원일수록 단골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맞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 동네 병원은 단골손님이 유독 많아 보인다. "오늘은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어요?", "그저께도 다녀가셨잖아요?" 하는 인사를 하는 걸 보면 자주 찾아오는 환자가 분명하다. 꼭 가족을 대하듯 한다. 의사가 친절하니 간호사 역시 친절할 수밖에 없다. 

내가 우리 동네 병원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세상에는 이런 작은 곳도 있어야 한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자꾸 대형화하다 보니 꼭 있어야 할 작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고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병원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큰 병원에 한 번 가보라. 요즘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풍경이 옛날과 사뭇 다르다. 의사는 환자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화면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게 초과학적인 검진임엔 틀림없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왠지 소홀하게 대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 
설혹 완벽한 검진을 받고 나온 경우일지라도 마음만은 청진기를 가슴에 대보고, 등도 한두 번 두드려본 뒤 이런저런 질문을 해주던 옛날의 구식의사가 그리워지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한 일일 것이다. 때론 완벽한 기계보다 의사의 따뜻한 한마디 말이 환자에겐 더 필요하지 않을까도 싶다.

동네 병원이 자꾸 사라지는 것은 서운함을 넘어 서글픈 일이다, 살다 보면 가벼운 상처나 병을 얻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어린이들을 키우는 가정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놀다가 넘어져 다치고, 장난치다가 깨지고... 그런 경우엔 가까운 동네 병원이 제격인데 말이다. 한달음에 달려가 검진받고 치료받을 수 있다는 것도 동네 병원만의 장점이지만, 우리집 근처에 병원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마음 든든한가.

그것은 마치 동네에 구멍가게가 있어야 하는 것과도 같다. 라면 한 봉지, 사탕 한 봉지가 꼭 필요할 때 굳이 대형 마트에까지 뛰어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그럴 때 옷차림에 신경 쓸 일도 없이 신발 끌고 나가서 휑하니 다녀올 수 있는 저 동네 구멍가게. 설혹 지갑의 돈이 떨어졌을 경우에도 얼마든지 외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저 '한국적' 인심이 아직도 손바닥만큼은 남아 있는 저 구멍가게. 그것은 물건 이전에 마음을 사들고 오는 어머니의 품 같은 곳이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대형 슈퍼마켓들이 도심도 부족해 골목상권까지 침해한다고 아우성이다. 이와 함께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 이참에 구멍가게의 활성화까지 꾀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또 있다. 이참에 동네마다 '따뜻한' 병원 하나 제대로 키우는 것은 또 어떨까? 세상에는 작은 것들이 큰 것들보다 더 고운 불빛을 내기도 한다. 저 들녘에 피어나는 작디작은 봄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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