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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차원'에 대해서
이주현/목사, 좋은시정위원회 부위원장
2012-05-14 18:49:27최종 업데이트 : 2012-05-14 18:49:27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이른 아침 시간에 수영을 다닌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중년을 넘어서면서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등산을 좋아하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을 낼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수영은 운동도 하고 더불어 씻는 문제까지 해결하니 일석이조는 이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른 아침 수영을 마치고 현관을 빠져 나올 때 몸 구석 구석 파고드는 싸늘한 기운이 그렇게 개운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상쾌한 아침을 만들어가는 곳에서 불쾌한 광경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일층 현관에서 지하 1층 수영장까지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이는 순전히 장애인을 위한 시설물입니다. 또 그렇게 안내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정상적인 분들이 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기왕에 있는 시설이라 이용한다'고 하지만, 이른 아침에 수영을 하러 오시는 사지가 멀쩡한 분들이 그걸 이용하는 걸 어떻게 수용해야 할 지 보통 고민이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육중한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고 오르내리는 그 시민들의 정신과 마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걸까, 심사가 뒤틀려 직원에게 문제 제기를 해봤지만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에 맡길 뿐 어찌할 수 없다는 태도였습니다.

생각은 인간의 존엄을 담아내는 존재양식입니다.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음'은 인간의 존엄을 포기한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다움을 포기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아마도 금수(禽獣)와 구별 짓는데서 그 의미를 찾는 것이 빠를 듯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생각의 차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가(儒家)에서 인간됨을 규정한 사단(四端), 그리고 '사회적 존재'니 '종교적 존재'니 하는 존재 규정, 그리고 종교에서 말하는 신심(信心),이 모든 것이 사실은 금수와 구별되는 인간만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다움에도 차원이 있듯이 생각에도 '생각다운 생각', 즉 생각의 차원이 있습니다. 사람이 성숙했다는 것은 생각의 성숙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요? 성숙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가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일 것입니다. 그러면 생각다운 생각, 즉 생각의 차원은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수직적 차원이 있습니다. 이는 생각의 깊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그런 차원입니다. 우리는 곧잘 부족하고 철없는 생각을 일컬어 "생각이 짧다"라고 말합니다. 생각의 깊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생각이 짧을수록 생각의 깊이가 본질보다는 주변상황이라는 데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마련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논리나 생각보다는 상황이나 상대방의 논리에 쉽게 휩싸이게 됩니다. 따라서 생각의 수직적인 차원을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준비된 논리와 신념이 필요합니다. 근본적인 동기와 이유, 배경을 간과하면 현실이 왜곡되기 때문입니다. 본질을 알면 시각이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생각의 또 다른 차원은 수평적 차원입니다. 수직적인 차원이 깊이를 의미한다면 수평적 차원은 생각의 넓이를 의미합니다. 앞을 못 보는 이가 코끼리 다리를 '대들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물 안에 개구리는 하늘을 "동전만 하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해 진리에 접근하지 못하는 우리의 인식 세계를 두고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정직'하다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합리화 시키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엄연한 잘못입니다. 정직과 진리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직함이 곧 진리가 될 수 없기에 우리는 끊임없는 지적 훈련과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드넓은 하늘을 보기위해 우물 안에서 기어 나오려는 의지와 수고가 필요하듯이 말입니다. 독단과 반목은 이러한 차원을 무시한 결과일 터입니다. 

이렇게 생각의 두 차원,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자세야 말로 '아무 생각 없음'의 세계를 극복해내고 진정 사람다워지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생각다운 생각을 하는, 사람다운 사람들이 넘치는 아름다운 수원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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