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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는 최상의 마음 선물
윤수천/동화작가
2013-09-25 09:34:24최종 업데이트 : 2013-09-25 09:34:2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우리 동네에 인사를 아주 잘하는 가게가 있다. 작달만한 체격에 언제나 입가에 웃음을 물고 사는 남자 주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 가게 주인은 새벽같이 가게 문을 열기가 무섭게 한길 청소를 말끔히 한 뒤에 가게 앞을 지나는 동네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인사를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게다가 인사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럼없는 사이면 기분 좋은 농담까지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니 이 가게 앞은 항상 사람들의 인사말과 웃음소리로 조금은 시끌벅적하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이 가게 주인과 인사를 나누며 지내는 지가 어느새 여러 해 되었다. 아직까지 통성명이 없어 가게 주인의 성조차 알지 못하지만 우리 사이엔 그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침마다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인사 하나면 그것으로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처음에 나는 그 주인이 상술의 하나로 그렇게 인사를 꼬박꼬박 하는 줄로 잘못 알았다. 그랬는데 하루 이틀이 아니라 몇 달, 몇 해를 지켜보니 언제나 한결같다. 새벽 일찍 일어나 한길을 청소하는 것이나 동네 주민들을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는 것이나 항상 그 모습 그대로다. 해서 우리 동네는 그 어느 동네보다도 밝고 힘차다고 자부한다. 

미소는 최상의 마음 선물 _1
생태교통 수원 2013 홍보대사인 비비드의 공연모습

오래 전에 동남아를 여행하던 중 태국에 들른 적이 있었다. 태국은 불교 나라답게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사찰과 고적이 많아 이방인의 눈을 사로잡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러나 내겐 그보다 더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고운 추억이 하나 있다. 파타야의 어느 호텔 식당에서였다. 뷔페로 아침 식사를 하는 우리 일행 방에는 출입문 쪽에 한 어린 소년이 커피 주전자를 들고 다소곳이 서 있었다. 그것도 그냥 우두커니 서 있는 게 아니라 은은한 미소를 입가에 띤 채로 서 있었다. 가이드에게 물으니 커피보이라고 했다. 여행객이 식사를 마치면 찻잔에 커피를 따러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은 한 손님이 식사를 마치자 날렵한 동작으로 다가가더니 찻잔에 커피를 따러주고는 얼른 제 자리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소년의 얼굴에 담긴 미소가 아침이슬처럼 맑아 소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소년 역시 자기를 쳐다보는 내가 고마웠던지 연신 미소를 보내주는 것이었다. 
나는 소년의 미소가 너무도 보기 좋아서 커피를 두 잔이나 연거푸 마셨고 마음의 표시로 작으나마 팁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태국 소년의 미소를 소재로 짤막한 수필을 써서 한 잡지에 실었다. 이국에서 만난 한 소년의 맑은 미소가 지금도 고운 추억으로 나를 흐뭇하게 한다.

우리 수원은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답게 하루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국내 관광객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일본, 심지어 유럽에서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서 말인데, 이 관광객들에게 우리 수원 시민들이 돈 안 드는 선물을 하면 참 좋겠다는 게 나의 제안이다. 즉 '미소'란 최상의 마음의 선물을 한다면 우리 수원에 대한 인상을 더욱 좋게 인식시킬 것이며 나아가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간직하게 해줄 것이란 생각이다. 

미소는 상대방에게도 기분 좋은 인사법이지만 알고 보면 나에게 먼저 기분 좋은 인사가 되는 것이다. 자기에게 무슨 인사냐고? 그렇지 않다. 나란 존재 안에는 또 다른 내가 존재한다. 여기서 나온 말이 '스스로' 이다. 스스로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행복의 조건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이런 말을 했지 않은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하고,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고. 미소나 인사는 상대방에게 앞서 먼저 나에게 보내는 마음의 선물이다. 곧 스스로 행복해지는 일이다.

안면이 있는 사람끼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설혹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상대방에게 보내는 미소는 얼마나 정겹고 따듯한가. 외국에 나갔을 때 이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다들 수긍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 가운데는 바로 이런 작은 것 하나가 있다. 미소도 작은 것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그 선물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기쁘고 아름답다. 우리 수원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마음이 담긴 미소를 선물하자. 그리고 우리들 자신도 행복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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