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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을 나는 법, 나눔
윤수천/동화작가
2012-12-31 09:35:04최종 업데이트 : 2012-12-31 09:35:04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따뜻한 겨울을 나는 법, 나눔_1
따뜻한 겨울을 나는 법, 나눔_1

내 어릴 적 기억에 의하면 겨울은 참 혹독한 계절이었다. 얼마나 추웠던지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쓰고 잠을 자야 했고, 밤중에도 냉기 때문에 한두 번은 단잠을 깨야 했다.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방안의 걸레가 마른 북어처럼 꽁꽁 얼어 있었던 기억은 지금도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요즘의 겨울은 춥다춥다 해도 옛날만 못하다. 우선 주거 환경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식량도 풍족해졌고 의복의 질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여기에다 하늘을 가릴 듯이 올라간 빌딩들이 바람막이까지 해주니 웬만한 추위 가지고는 춥다는 소리가 오히려 사치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여전히 '추운' 곳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난방조차 안 되는 쪽방촌,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빈민촌, 자식들조차 찾아주지 않아 고독한 여생을 혼자 꾸려가야 하는 독거촌 등등. 여기에 부모가 엄연히 생존해 있는데도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어린이들. 요양원에 내팽겨 쳐진 어르신들. 그들의 겨울은 어느 해이고 간에 혹독하게 마련이다.

올 겨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몇 십 년만의 강추위라는 보도 속에 우리 사회의 '추운'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몸의 한쪽 구석에 난 깊은 상처처럼 신경이 쓰이는 곳이다. 옳다! 추운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아픔이요 외면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이웃이기도 하다.

어릴 적 구세군 교회에 다닌 적이 있다. 교회에 가면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가끔 맛있는 과자를 얻어먹을 수가 있어서 주일마다 빠지지 않고 나갔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다려지는 때는 뭐니뭐니 해도 크리스마스였다. 그날은 참석한 모두에게 떡국을 끓여주고 선물도 나눠주었는데, 그러다 보니 교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심지어 거지들까지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것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추운 얼굴로 와서 뜨거운 떡국 한 그릇씩을 얻어먹고는 환한 얼굴로 돌아가던 거지들의 모습이다. 어린 마음에도 떡국 한 그릇의 그 커다란 '힘'을 몸소 경험한 것이다.

나는 봉사야말로 더불어 사는 삶의 의무요 기쁨임을 그 누구보다도 자각하고 있다. 해서 오래 전부터 꽃동네와 몇몇 봉사단체에 약소하나마 일정액을 보내고 있고, 얼마 전부터는 빈민국의 한 어린이와도 결연을 맺어 역시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매월 보내주고 있다. 또한 내가 몸담고 있는 문학단체에서 벌이는 인세 1% 기부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기쁜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액수지만 이를 보내고 났을 때의 마음이다.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마치 군불을 지핀 뒤 온돌방에 들어가 앉은 기분이다. 
우리 주위에는 나 같은 사람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만큼의 봉사를 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다. 평생 번 돈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내놓는 사람, 불우한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 등등.

나는 우리 사회가 요만큼이나마 지탱할 수 있고 발전하는 것은 그 보이지 않는 사람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결코 입으로 떠벌리는 일이 없다. 착한 일을 하고도 이를 숨기거나 감춘다. 그들이 꽃처럼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분들이 우리 사회에 좀 더 많아져야겠다.

올 겨울은 '추운' 이웃을 생각하며 사는 계절이었으면 한다. 그러면 몇 십 년만의 추위라 하더라도 따뜻하게 여겨질 것이다. 

어릴 적에 들은 동화가 생각난다. 추위로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어느 저녁, 잔뜩 움츠리고 집으로 가던 한 사람이 거리에서 떨고 있는 거지를 보았다.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가려는데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도로 돌아가서 외투를 벗어주었더니 오히려 따뜻해진 몸으로 집에 갈 수가 있었다는 동화였다. 
이번 겨울엔 우리 모두 작으나마 동화 속의 이야기를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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