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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文이 짧다?
정수자/시인
2011-07-13 08:58:32최종 업데이트 : 2011-07-13 08:58:32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수원(水原)', 그 이름을 쓴 지 올해로 740년이다. 그런데 이를 기념하는 학술대회에서 놀라운 발표가 나왔다. "수원은 문(文이) 짧다"는 것! 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유형원의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를 비롯해서 여러 책의 기록을 모은 연구자의 말이다. 

더 새로운 것은 수원이 '무향(武鄕)'이라는 사실이다(조선시대 수원군은 지금의 화성시 일원을 포함). 다시 유형원의 글을 보면, "농사에 열심이며 활쏘기에 힘쓴다"가 나오고, '여지도서(輿地圖書)'에도 "(수원사람들은) 무예를 좋아하고 인심은 질박하다. 글을 아는 사람이 적고 밭농사를 즐겨한다"는 구절이 나온다고. 
그 외 17세기 후의 기록들도 수원은 상무 전통이 강하다고 전하고, 읍지에 이름을 올린 무인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결론을 침소봉대나 성급한 일반화로 볼 수는 없겠다. 

그런데 수원 시민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문(文)을 숭상한 우리 전통이나 지금도 여전한 문(文) 중심의 시각으로 보면, 그리 크게 환영할 내용은 아닐 듯싶다. 특히 '인문학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중에 나온 지적이기에 더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상무 전통이 이 지역의 특성으로 적시되어 있다면, 이를 우리 지역의 역사나 정체성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별다른 반증 없이 기록들을 무시할 수도 없고, 엄연한 사실을 굳이 외면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수원이 스포츠에 유독 강한 것도 상무 전통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경기도체육대회에서 올해로 7연패를 달성한 것도 다 그런 전통의 힘이 암암리에 작용한 덕분인지도 모른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선수이자 세계적 스타에 오른 박지성 같은 체육인이 수원에서 나온 것 역시 상무 전통의 면면한 계승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보면 무의 전통이 강하다는 것은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다. 무가 곧 스포츠로 이어지는 현대에 와서는 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이니 말이다.

그렇게 인정하더라도 내심 다소의 쓸쓸함이 스미는 것은 숨길 수 없을 듯하다. "글을 아는 이가 적다"는 말이 누구에게나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문이나 예(藝)의 전통이 강한 지역에 비하면 조금 초라한 느낌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문학도시' 만들기에 더 진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다시 하게 된다. 이즈음의 문은 곧 예로 통하는 크나큰 자양이기 때문이다. 인문학이라는 근본적인 토대 없이 어찌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고, 세계로 벋어나갈 눈부신 문화 예술을 꿈꿀 수 있겠는가.

주지하다시피 지금은 문화 예술의 세기다. 문화 예술이 곧 돈이자 국가적 경쟁력으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우리는 세계 도처에서 목도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품격이나 행복을 위해서도 문화 예술은 삶의 기본 조건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문화 예술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이 곧 인문학이고 인문적 교양이다.

수원은 문이 짧다? 
그럴수록 인문학이 필요하다. 누구든 고전을 읽거나 인문적 교양을 쌓으며 예술과도 노닐 수 있어야 한다. 연극, 예술영화, 시낭송 등을 무예와 더불어 즐기도록 다양한 지원과 실천을 찾아야 한다. 물론 시민의 즐거운 참여 속에 열어갈 일들이다. 그렇게 인문학의 향기를 고루 누릴 때, 무(武)와 함께하는 문(文)의 예술적 도약 또한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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