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에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소개로 가장 많이 들었을 말은 'Morning Calm(모닝 캄)' 이른바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 그리고 이후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있는 동방의 고요한 나라에 따라 붙는 수식어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굳이 내세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눈에 보이는 한국의 이미지는 우리가 원하는 첫 인상은 아닌 듯 싶다. 마상기사를 시연하고 있는 필자(사진 e수원뉴스 이용창) 다행히 태권도를 비롯하여 얼마 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택견은 그나마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소재였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한국의 무예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데에 조금은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태권도나 택견에서 보여지는 무기없이 맨손으로 하는 격투기술 혹은 근현대에 스포츠적으로 각색된 무예만으로는 한국무예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담아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1790년 정조대왕의 명으로 편찬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무예24기는 한국문화의 역동성을 제대로 알리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예24기에는 맨손무예인 권법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창술과 검술 등을 집대성한 것이다. 또한 한민족의 유구한 기마전통이 담긴 마상무예 여섯 가지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한국 무예의 모든 것을 담아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조대왕은 '무예도보통지'를 만듦에 있어 단순히 조선의 무예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 적국이지만 그 무예의 기술이 뛰어나면 중국과 일본의 무예까지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실용의 정신, 즉 실학정신을 투영하여 이 무예서를 만들었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무예는 당대 동양 최고 수준의 무예를 집대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국왕의 명으로 국가가 주도적으로 편찬한 무예서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일이기에 무예24기가 가지는 의미는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현재 무예24기 시범은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정조대왕의 혼이 담긴 수원 화성(華城)의 행궁에서 거의 매일 수많은 외국인들과 만나고 있다. 유형의 성곽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무형의 문화콘텐츠인 무예24기는 최고의 박수갈채로 그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겨 주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무예로써 진정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그들에게 제대로 심어주자. 그래서 한국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 일 뿐만 아니라, 아침의 고요함을 바탕으로 생명력과 역동성이 살아 넘치는 나라로 각인되길 희망해보자.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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