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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시도 ‘깔맞춤’이 필요하다
정수자/시인
2010-03-10 08:41:13최종 업데이트 : 2010-03-10 08:41:1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깔맞춤', 작년부터 등장하는 신조어다. 짐작대로 "옷이나 액세서리 등의 색상을 비슷한 계열로 맞추어 코디하는 형태"를 이른다(인터넷 오픈사전). 하지만 아직 낯설게 느끼거나 조금 속된 표현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을 듯하다. 

눈뜨면 새로운 조어들이 쏟아져 나오니 종잡을 수 없는 말이 튀어나오기 일쑤다. 신조어가 곧바로 일상어가 되면서 소통의 어려움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가끔은 시류를 따른다고 유행어를 썼다가 폐기처분된 말임을 알거나 뒷방 노인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디지털 피로' 이상으로 '신조어 피로'도 높다. 

피로를 특히 높이는 것은 국적불명의 조어들이다. 알아먹기 힘든 알쏭달쏭한 말이 너무 많이 쌓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잘 골라서 조합하는 말도 꽤 많아진 편이다. 누리꾼들이 쉬고 있는 우리말을 찾아내 재치 있게 재활용한다고 할까. 이런 일에는 프로그램을 우리말로 바꿔가는 언론이며 개그맨들이 일정 부분 인정을 받을 만하다. 

'깔맞춤'은 그 중에도 말맛을 잘 살린 조어다. '색깔맞춤'에서 '색'을 떼어내 '깔맞춤'을 만들다니, 참 절묘한 조합이다. '안성맞춤' 같은 '맞춤한' 표현에서 더 나아가는 젊은 세대의 조어 능력이 우리말의 개체 수를 늘린 경우라 하겠다. 그야말로 젊은이들의 언어 감각과 개그 감각이 경쾌하게 만난 것이다. 얼핏 들을 때는 비속어 같지만, 볼수록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감겨드니 말이다. 

이 말에서 패션만 아니라 한 도시의 '깔맞춤'도 생각해본다. 도시도 고유의 색깔을 갖고 그것에 맞춰 '깔맞춤'을 하면 훨씬 세련된 풍모를 갖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원시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갖고 있는 만큼 이런 색깔맞춤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를 표방하면서 그와 동떨어진 색의 난장을 만들면 곤란하지 않은가. 우리에게 시각적 폭력을 가하는 건물과 간판의 현란한 색깔도 이제는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

사실 수원시의 기본 색깔이 있는지 궁금하긴 했다. 상징 색깔이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수원시에 어울리는 색깔을 정해 공공디자인의 바탕에 까는 게 어떨까. 수원시 하면 떠오르는 색으로 한 도시의 인상을 만들되 그것을 도시 곳곳에 다양하게 활용하자는 것이다. 도시 인상을 결정짓는 건물, 간판, 안내판 등에 기본 색깔을 적용하는 것이다. 획일화 우려는 기본 색 외의 나머지에 변화 폭을 넓게 두는 것으로 넘어가면 되리라 본다. 

시의 나무, 새 같은 상징은 도시마다 갖고 있다. 그런데 '깔맞춤'을 잘 하면 그보다 더 강한 상징 효과를 낼 수 있다. 색깔을 잘만 활용하면 도시 전체가 세련된 외관으로 거듭나니 말이다. 실제로 지중해 근처의 어느 도시는 흰색으로만 건물 외벽을 칠하고 거기에 지중해 푸른빛의 '깔맞춤'을 해서 최고의 미관을 자랑한다. 그 풍경을 보려고 관광객이 연중 몰린다니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셈이다.

고유 색깔을 가진 도시의 시민은 색감이 더 발달할 것이다. 디자인의 향유나 창의 지수도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또 어딜 가나 그 색깔에서 자신의 도시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런 게 더불어 사는 우리 도시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즐거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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