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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詩 긴 여운 - 절망이 날개를 만든다
정수자/시인
2011-04-14 13:10:38최종 업데이트 : 2011-04-14 13:10:38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절망한 자들은 대담해지는 법이다-니체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태어나게 한다
 -최승호, '인식의 힘' 전문 

시란 무엇일까요. 무수한 정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시를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 모든 정의의 총합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시가 언어로 그린 마음의 그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새롭게 그럴듯하게 그리느냐에 시의 운명이 달려 있지만요.

우리나라는 시적 전통이 강합니다. 시문으로 과거를 본 조선 정신의 면면한 계승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동아시아 전통을 공유하는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도 시사랑이 높기로 유명합니다. 일본의 경우는 전통시인 하이쿠를 지금도 전 국민이 짓고 즐길 정도랍니다. 오늘날 시인과 시인 지망생이 여전한 것을 보면 우리도 시를 사랑하는 민족으로 자부할 만하지요. 

문제는 그 폭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입니다. 시인을 제외하면 시사랑의 주인공들은 시인 지망생들이니 또 다른 시인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입니다. 시인을 꿈꾸는 사람들 위주의 소통과 향유라 생산자가 곧 소비자인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지요. 그만큼 일반 독자들은 이제 시와 멀어졌거나 멀어지고 있습니다. 좋은 시에 빠져 편지를 쓰거나 문자에 넣으며 시집을 사는 일은 없어져가는 것이지요. 시보다 막강한 위력을 지닌 영상이 넘치는 것도 큰 이유겠지만요.

얼핏 보면 시는 쓸모가 없습니다. 돈이라는 가치로 따지면 "뭣에 쓰는 물건인고?" 싶을 만큼 무용한 예술이지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것을 줄 수도 있다는 것,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정신의 밥'으로서 말이지요. 영혼의 위로, 상처의 치유, 즐거운 개안, 새로운 세계 인식, 상상력의 확장, 다양한 말의 발견과 놀이 등등 조금만 살펴봐도 얻을 게 너무너무 많습니다. 물론 시를 즐겨야 일상 너머에서 길어올 수 있는 즐거움이지요. 

위의 시도 아주 짧지만(니체의 말까지 쳐야 세 줄), 세계의 비의(秘意)를 담고 있습니다. "도마뱀의 짧은 다리"가 "날개 돋친 도마뱀"을 탄생시킨다는 발견! 도마뱀 다리가 짧은 줄은 다 알지만, 시인의 눈이 낯익은 세계를 새롭게 읽어냅니다. 익숙한 것을 깨는 즐거운 개안(開眼)! 순간 세계 하나가 확 열리는 것 같지요. 역사에서 일상에서 종종 본 열등감이 만든 영웅 이야기도 새롭게 다가옵니다. 

우리도 절망을 종종 맞닥뜨립니다. 그래도 캄캄한 시간을 헤치며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삼으면 언젠가 '날개 돋친' 자신을 만들려니 믿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인식의 힘'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그것은 곧 실천의 힘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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