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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록 세상의 꿈
정수자/시인․문학박사
2010-01-25 10:32:01최종 업데이트 : 2010-01-25 10:32:0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새것은 힘이 세다. 대부분 묘한 흥분과 설렘을 준다. 헌것의 낡고 뒤처진 이미지 때문일까. 새것을 가지면 존재도 더불어 새로워지는 것만 같다. 맘에 드는 새 옷을 입었을 때의 나는 듯한 기분은 표정에 자세까지 새롭게 바꿔놓는다. 

그런 심리의 공략인 '패스트패션'이 뜨고 있다. 어찌 보면 반가운 현상일 수 있다. 우선 소비 촉진에 다른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테니 말이다. 그보다 더 반길 것은 '명품 지상주의'의 퇴출이다. 일부지만, 제 손으로 돈 한 푼 벌지 않는 대학생들의 명품 치장이나 명품 계까지 한다는 고교생들의 명품 숭배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패스트패션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그 많은 소비가 곧 쓰레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국민 일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선진국을 능가한다는데, 패스트패션에 따른 쓰레기가 더해지면 엄청난 더미에 묻히게 될 것이다. 나오는 대로 태울 수도 없고 버릴 데도 없는 이 화학물질 쓰레기들을 다 어디에 쌓거나 보낼 것인가.  

물론 옷치레는 중요하다. '외모가 경쟁력'인 이미지 중시 시대에 패션은 무시할 수 없는 표현 수단이다. 본래 '옷이 날개'였다지만, 갈수록 옷차림이 외모요 감각이요 품위로 격상하는 것이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나 노교수의 허름한 옷이 미덕이던 시절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그러니 책값 타서 겉치레에 쓰는 학생들 나무라는 것도 물정 모르는 자의 잔소리에 불과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패스트패션'의 확산은 자명하다. 빠른 것 좋아하는 세상에서는 더 빠른 것들이 이기게 마련이다. '정크 푸드'로 계속 눈총을 받으면서도 '패스트푸드'가 전 지구의 먹을거리 시장을 먹어치우지 않는가. 속도가 곧 돈이니 이런 현상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구나 급히 처리해야 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과 즐겨야 할 것들이 늘 있으니, 빠름에 대한 추구는 더하면 더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각성이 필요하다. 안빈(安貧) 같은 절제의 정신과 실천이 절실하다. '오래 입고 오래 쓰기'에서 나아가 '아나바다' 운동을 되살려야 한다. '아름다운 가게' 같은 것도 더 많이 열도록 시 차원에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동 단위로 알뜰시장을 만들어 많은 시민들이 수시로 이용토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여기저기서 간헐적으로 하는 것들을 정례화해서 수원시의 녹색 실현에 기꺼이 동참토록 힘을 모아야 한다. 

지난주에 그런 효과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화성연구회'의 '불우이웃돕기 자선바자회'가 의외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판매수익으로 화성 안의 독거노인을 돕겠다는 취지가 소비에 대한 성찰까지 일깨웠다. 별 쓸모없어도 쌓아둔 물건은 물론 아끼던 소장품을 내놓거나 사면서, 소유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기억이 묻어 있는 물건을 바꿔 지닌다는 것도 나눔을 더 즐겁게 만들었다. 

녹색은 수원시정의 화두다. 곧 구체적인 정책이 따를 것이다. 작년 행궁광장의 알뜰시장도 녹색도시를 위한 하나의 준비였다. 모두 시민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하는 일들이다. 무엇보다 물건을 좀더 오래 쓰고 나눠 쓰는 주체성 있는 소비자의 긍지가 중요하다. '빨리빨리' 정신으로 초록 세상의 꿈을 하루라도 빨리 당겨야 할 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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