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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말(言)의 세상
김명훈 / 경기저널 편집인
2007-11-23 13:34:23최종 업데이트 : 2007-11-23 13:34:23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말이 많은 세상입니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고 탄식하듯 노래한 옛 선현도 있었고 「말은 존재의 집」이라고 점잖게 일갈한 서양 철학자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말이 없으면 살수가 없다는 말이겠습니다.

말처럼 귀한 것이 없어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사람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말 많은 세상에서는 말로써 모든 것을 다 할 것처럼 말들이 많지만 그 말을 지키려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세상이 더욱 어지러워지는 까닭입니다.

현애철수장부아(懸崖撤收丈夫兒)라는 말이 있습니다.
벼랑 끝에 매달려있는 손을 탁, 놓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대장부라는 뜻입니다.
천길만길 낭떠러지 끝에 솟아난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잡고 있던 손마저 탁, 놓아 버릴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사내다운 사내요 장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말로도 될 수가 있습니다.

말이 많은 세상에 한술 더 떠 정치판이요 선거판인 세상입니다.
민생의 늪으로 한 발 더 내딛으라고 합니다. 끝으로, 끝으로 가보라고 합니다.
가짜 석ㆍ박사 학위 내밀지 말고 온 가슴으로 끝까지 가보라고 합니다.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캄캄한 어둠속으로 몸을 던져 보라는 겁니다.
필사즉생(必死卽生), 곧 죽음을 다짐해야만 살길이 열린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 무언가 필생의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함에는 죽을 작정을 하고 달려들어야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믿어야 됩니다.
바라는 바 그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고 그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굳센 믿음이 있지 않고는 어떤 명리도 얻을 수 없는 일이겠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썼던 말이라고 합니다만 '필생즉사'나 '백의종군'이나 다 그 말 뒤의 여백의 의미를 더 새겨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은 엉뚱하게도 정치꾼들이 이 말을 더 즐겨쓰는 것 같아 본래의 뜻이 많이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제 까짓게 백의종군 하지 않으면 뭘 어떻게 하겠다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똥친 막대기 꼴이 되면 점잖게 헛기침 얹어서 '나, 백의종군 할라네'합니다.
참 눈꼴시어 보기에도 안 좋고 그나마 진정했던 울렁증이 늙은 황소 되새김질처럼 끄윽, 올라옵니다.

믿음을 주는 첫째 것이 말입니다. 교언영색은 말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믿음을 주고 믿음을 받는 첫째 약속은 말로부터 시작됩니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합니다.
말이 안 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만 요즘엔 하도 용도가 많아서 웬만한 사람은 아예 그 말 쓰기를 꺼려한다고 합니다.

너나없이 소나 개나 남의 말을 부러뜨리고자 할 때는 꼭 이런 말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꼭 핏대를 올리고 목울대를 성나게 뽑아 올리면서 쓰는 말이 되버렸기 때문입니다.
참 좋은 말인데도 쓰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좋은 말이라고 해서 꼭 아름답게만 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모질고 자기 자신한테는 아주 너그럽고 부드러운 말을 씁니다. 모든 잘못이 다 남의 탓이지 내 탓은 없습니다.

날카롭게 꼬집는 말은 잘 하지만 칭찬에는 인색하고 강퍅한 말로 늘 상처를 남깁니다. 그래서 세상이 더욱 메마르고 말 많은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 많은 세상에서의 지도자는 또 어떻겠습니까.
선거에 나가려면 웅변학원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말을 잘해보고자 함이겠지요.
말 잘하는 지도자가 일도 잘하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겠습니까만 거짓말도 말이라고 믿는 백성들은 또 얼마나 어리석은 중생들이겠습니까.

이른바 지도자가 필요 없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사람마다 올바르게 움직이고 올바르게 생각한 바탕에서 올바른 말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세상이라면 굳이 말로써 세상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지도자들을 어디다 써먹겠습니까.
말이 많은 세상에 한마디 덧붙인 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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