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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칼럼] 가을밤 낭만 듬뿍 ‘詩콤달콤 낭독회
언론인 김우영
2018-11-05 09:08:34최종 업데이트 : 2018-11-05 09:04:11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 칼럼] 가을밤 낭만 듬뿍 '詩콤달콤 낭독회

[공감 칼럼] 가을밤 낭만 듬뿍 '詩콤달콤 낭독회

아니나 다를까, 10월의 막바지엔 저녁마다 술친구들의 호출이 이어졌다. 지난번 칼럼 '10월의 마지막 밤, 그리고 詩의 날'에서 밝힌 바대로 '시인 ㅈ과 ㄱ, ㅎ선생과 두 명의 ㅇ형, 친 아우 같은 ㅇ등'을 며칠 사이에 모두 만나 가는 계절을 아쉬워했다.

'10월의 마지막 밤'인 31일에는 성안 신풍동 옛 신풍초등학교 담장 모퉁이에 있는 다담 카페에서 '詩콤달콤낭독회'가 열렸다. 반가운 인물들을 한꺼번에 만나 시를 읽고 정담을 나누며 생맥주를 마셨다. 낭독회가 끝났어도, 밤이 이슥해져 자정이 가까워 왔어도 많은 사람들이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덕분에 다음날은 숙취로 고생 좀 했다. 눈을 반짝이며 끝까지 술잔을 놓지 않은 ㅇ형과 ㄱ선생도 아마 나와 같았을 것이다. 간이 튼튼한 ㅇ아우는 다음날도 늘 그랬듯이 해장술이랍시고 한잔 했을 것이고,

참 오랜만에 시를 낭독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수원엔 정기적인 시낭독회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시인 박효석 씨가 경영했던 카페 '공간사랑'의 시낭독회였다. 이곳에서는 수원의 시인과 문학청년들 뿐 아니라 이름난 서울의 시인들도 초청해 시를 듣고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경비는 박효석 시인이 모두 다 댔다. 시 낭독 뿐 아니라 무용과 노래, 악기연주도 곁들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당시 내가 속해 있던 미래시 동인회도 여기서 한번 시낭독회를 했다.

이후 수원의 시낭독회는 한동안 중단됐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한국 경기시인협회가 봄철에 만석공원에서 대규모 시낭송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숨소리가 들리는 카페에서의 정겨운 낭독회는 사라졌다.

그랬는데 수원민예총 문학위원회 멤버들이 올해 3월부터 카페 시낭독회를 시작한 것이다. 초대 경기민예총 문학위원장을 맡았던 정수자 시인으로부터 술자리에서 언뜻 얘기를 듣긴 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우연히 다담카페를 방문한 날이 시낭독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홍보를 크게 하지 않은데다 장소도 그리 넓은 곳이 아니어서 단촐했지만 따듯한 행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급한 내 성격상 시낭독회는 따분한 느낌이 들어 소 닭 보듯이 그저 지켜만 봤는데 술이 덜 깬 어느 날 아침 정시인이 전화로 민예총 문학위원회 가입을 권했다. 그렇게 같은 배를 타고 시낭독회에도 참석하게 됐다.
시 낭독하는 모습

시 낭독하는 모습

올해 10월의 마지막 날 시낭독회 주제는 '곤충'이었다. 나는 '불면(不眠)'이란 시를 낭독했다.

『바퀴벌레들이 / 그 놈들이 / 생각의 실밥을 물고 / 마감뉴스가 방영되고 있는 / 텔레비전 뒤로 도망친 후 // 기억나지 않는 정의 / 정체불명의 분노를 찾아 / 온밤을 헤맸다 // 아이가 몇 번을 칭얼거려도 / 아침은 오지 않았다』

'독재타도' '호헌 철폐' 1987년 6월 민주 항쟁 때 나는 서울에서 벌어진 시위에 자주 참가했다. 전두환 군부정권의 4·13 호헌 조치는 국민의 반발을 샀는데 여기에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이한열 최루탄 사망 사건 등이 도화선이 돼 6월 10일 이후 전국적인 시위로 번졌다. 결국 6·29 선언 이후 직선제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는데 나의 기대와 달리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 시는 그 때의 절망감을 담고 있다.

수원민예총 문학위원회가 개최하는 '詩콤달콤 낭독회' 첫 번째 행사에 참석한 e수원뉴스 서지은 시민기자는 이날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시인들은 꽃을 주제로 직접 쓴 시를 가지고 왔고, 시민들은 시집에서 혹은 핸드폰에서 시를 찾아 읽었다. 저마다의 목소리는 글에 맞는 빛깔을 가지고 봄날 저녁을 밝혔다. 자리에 모인 20여명이 돌아가면서 시를 읽고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1시간 넘게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른 사람 목소리에 이렇게 오랜 시간 귀를 기울여 본지가 언제였나 아련했다. 학창 시절에 돌아가면서 교과서를 읽었을 때 이후 처음이지 싶다. 딱딱한 지식정보 전달 글을 읽던 비슷한 어조, 비슷한 리듬을 가진 목소리와 달리 낭독회에서는 모두 다른 소리가 울렸다."

"내가 쓴 시와 글을 읽는 새콤한 시간, 내가 좋아하는 시와 글을 읽는 달콤한 시간, 시와 글을 좋아 하고 시와 글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한다면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어요, 환영합니다"

"격식 버리고 오붓하게 마주앉아 서로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는 정수자 시인의 말 그대로 오랜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그 편안함을 누려보고 싶은 분들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밤 7시, 그곳으로 오시라. 문의 010-2777-9473
저자 김우영 님의 약력

저자 김우영 님의 약력

공감 칼럼, 시 낭독회, 가을밤, 김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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