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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디지털에 포위된 아이들
윤재열/수필가.시민기자
2008-07-21 09:43:17최종 업데이트 : 2008-07-21 09:43:1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아이들과 수련회에 다녀왔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학교를 벗어난다는 즐거움에 가기 전부터 마음이 들떠있다. 
한껏 멋을 내고 웃음소리도 커졌다. 사실 수련회라고 해도 내 마음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집을 떠나 단체 생활을 하게 되니 먹는 것부터 자는 것까지 이것저것 걱정이 된다. 또 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마음이 안 놓인다. 해서 나는 달리는 차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아이들을 챙겼다. 타고 내릴 때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안전띠를 매라고 일렀다. 마이크를 잡은 김에 멀리 보이는 산의 이름을 알려주고, 끊일 듯 하면서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강줄기의 흐름을 안내하기도 했다. 새 고장에 들어설 때는 특산물부터 그곳에 있는 명승지도 자세히 소개를 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차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내 말에 관심이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손에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문자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 전화기로 게임을 하는 아이도 있다. 전화기를 통해서 음악을 듣고 있는 아이들은 아예 옆 사람과의 대화도 차단하고 있다. 

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지식의 폭을 넓혀주려고 했지만 모두가 게 등에 소금치기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갈 때도 귀에 mp3를 꽂고 간다. 혼자서 길을 갈 때도 심지어 공부를 할 때도 mp3를 꽂고 한다. 

[기고]디지털에 포위된 아이들_1
차 안에서도 비디오에 몰입해 아름다운 풍경을 못 보고 여행을 한다. 디지털의 발달이 결국은 우리를 불행한 시대에 살게 한다.
여행은 치열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이 있다. 그동안 바쁘게 살았다면 일상을 접고 여유를 즐기는 것이 여행이다. 그러면서 챙겨보지 못했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여행의 맛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목적지에 가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에 있다. 

산세와 강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는 평화로운 삶의 모습을 배울 수 있다. 파란 하늘 아래 한적한 가옥들을 보면 잊고 있던 고향이 생각난다. 낯선 손님을 기다리는 좁은 길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한다. 

우리는 여행 중에 이러한 즐거움을 모르고 있다. 
버스 안에서도 비디오에 묶여서 저 멀리 손짓하는 풍경을 못보고 있다. 화면도 제법 크다. 음향 시설도 훌륭해 영화를 보기에 제격이다. 영화도 깡패들이 주먹질을 하고 무자비하게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전화기를 사용하고, 화면이 흔들리지 않는 영화를 보고 있다. 

컴퓨터로 시작한 디지털 세상은 끝 모르고 진화하고 있다. 
최첨단 시스템을 동반한 업무 처리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학생들도 공부를 하면서 디지털의 도움을 받고 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디지털은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문화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최근 미국에서 열린 수면학회연합회(APSS) 연례 모임에서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청소년은 피로나 스트레스를 더 잘 느낀다는 발표가 있었다. 국내에서도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은 수면·기상 패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청소년들에게 집중 장애와 인지 장애를 비롯한 여러 가지 건강상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실제로 휴대전화의 과도한 사용은 학습에도 방해가 된다. 아울러 과도한 사용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mp3도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면 학습 장애는 물론 듣기 기능에도 이상이 오게 된다. 세계의 젊은이들은 영상 통화가 가능한 차세대 모델 아이폰 출시에 열광을 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3세대 아이폰을 사기 위해 젊은이들이 매장 앞에서 진을 치고 있다고 한다. 차세대 주력 상품은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빠른 인터넷 시스템으로 젊은이들의 디지털 문화를 한층 발전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 와서 이러한 문화가 개인주의를 부추기고 삶의 추세가 기계화되니 거부하자는 주장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디지털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안착될 수 있는 방편은 생각해 봐야 한다. 디지털에 빠져 함께 앉은 친구와의 대화도 빼앗긴다면 슬픈 일이다. 꼭 필요하면 사용을 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대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에 집중하면 어떨까 한다. 
휴대전화보다는 mp3보다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누려야 한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듬는 시간이야말로 인간적인 삶을 돌아보는 것이다. 시끄러운 기계음을 들을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필요하다.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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