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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학부모님 죄송합니다
수원영화초 교사 이철규
2008-08-12 05:07:28최종 업데이트 : 2008-08-12 05:07:28 작성자 : 시민기자   이철규

[기고]학부모님 죄송합니다_1
수원영화초교사 이철규
여름방학은 교실밖 세상으로 떠나는 기회와 더불어 또다른 설렘이 기다리고 있다.
영재교육이나 창의성 교육과 관련된 전국의 교사와 학생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강의와 캠프, 창의력올림피아드에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여름은 폭염의 심술만큼 많은 기대가 무너지고 말았다. 우선 필자가 지도한 팀이 대한민국창의력올림피아드 예선에서 보기좋게 떨어졌다. 예선탈락이 아쉬운 것 보다 예측했던 대로 창의성 교육의 흐름이 좋지 않은 까닭이다. 워낙 준비한 실력들이 만만치않아 예선부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치열한 승부였다. 다만 오랜 기간 밤새워 준비한 어린 학생들의 눈물이 안타깝고 응원해준 학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창의력올림피아드 사상 처음으로 초등 1,2년생 4명에 3~5학년을 1명씩 고루 구성하여 부족해져가는 선후배의 끈끈한 정을 느끼게 해보려 했던 나의 과욕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여기엔 두 가지의 고집스런 이유가 있었다.

지난 5월 미국에서 만난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 조지아주 대표들은 모두 1학년 7살들이었다. 그래서 이제 우리나라 저학년들도 팀을 꾸려나갈 충분한 잠재능력이 있다고 믿었지만 '아직 엄마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선입견을 가진 심사위원들의 고정관념을 깨기엔 역부족이었다.

준비과정부터 매우 힘들고 당연한 결과를 예측하면서도 학년을 달리하여 저학년 중심으로 팀을 짜고 5학년을 팀장으로 내세우는 억지스런 모험을 한 것 또한 교사로서 약간의 양심이 남아서라면 패자의 변명일까?

그리고 핵가족 시대를 맞아 형제간의 배려가 부족해지는 같은 세태의 동양권에서 일본만은 유치원 때부터 선후배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배워 우리의 개인중심주의와 비교된다는 어느 언론 관계자의 지적이 오랫동안 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럴 때마다 2002년 겨울 미국 네티즌들을 뜨겁게 달궜던 뉴욕타임즈 컬럼니스트 NICHOLAS D. KRISTOF의 'China's Super Kids'라는 칼럼 내용이 자꾸만 떠오른다.
아이들을 수퍼맨으로 키우는 동양권 학부모들의 열성적인 교육열이 오리엔탈 시대를 다시 앞당길 것 같지만 많은 미국의 오피니언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인 잠재능력이 많이 축적될지 모르지만 오직 자기 자신밖에 모르고 양보하는 미덕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은 정작 21세기에 필요한 팀워크에 뒤져 절대로 미국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그나마 남아있던 국수주의에서 나온 절대 그럴 수도 없고 그렇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교사의 자존심은 올 여름 강의와 캠프를 통해 만난 학생들을 보고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미국 오피니언들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괜한 의욕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말 그대로 뽑혀왔다는 선택된 학생들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

아니면 해가 갈수록 점점 뭔가 불안한 흐름이 계속된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오직 팀워크를 요구하는 간단한 문제에도 절반 이상이 아예 도전조차 하지 못했다. 과제집착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팀워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 놀란 것은 식사시간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고기튀김류가 나오면 국그릇에 가득 담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져 교사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차라리 만병통치약인 김치를 가득 담아갔다면 칭찬이나 해주련만 혹여 학생들 불평에만 귀기울이는 학부모들이 두려워 누구하나 선뜻 야단치지 못한다.

학부모님, 죄송합니다. 이 모두가 학교의 잘못입니다. 교사의 잘못입니다.
커리큘럼이나 학칙은 제대로 만든 것 같은데 원칙대로 실천하지 못한 교사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 순위를 따지지도 못하고 경제 원리와 수요자 중심논리에 밀리고 정치와 선거판에 휩쓸린 공교육의 위상을 인정합니다.
이제서야 겨우 수많은 악조건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글로벌경쟁시대 속에서 과연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하는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2월 내한했던 영재교육의 대가인 미국 조지프 렌줄리 교수의 말을 가슴에 담고 새 출발하겠습니다.

"한국의 지나친 사교육은 아이들의 호기심이나 창의성 개발을 저해할 뿐 아니라 너무 많은 시간을 시험준비에 사용하면 창의,생산적 영재성을 길러줄 여유가 없으며 그렇다고 좋은 성적이 반드시 사회에서 좋은 업적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그리고 수월성 교육은 개인적인 만족감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미래의 문제 해결자,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자를 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철규, 영화초, 팀워크, 창의력올림피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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