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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아픔이 힘이 된다면
홍숙영/한세대 교수
2008-11-21 10:22:10최종 업데이트 : 2008-11-21 10:22:10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칼럼]아픔이 힘이 된다면_1
[칼럼]아픔이 힘이 된다면_1
오늘 첫눈이 내렸다. 
생각지도 않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것을 보니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던 불면과 두통이 싹 가시는 듯 했다. 학교에 근무하는 나의 일 가운데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상담이다. 

내가 담당한 학생들과의 상담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 자신의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고 스스로 감당하기에 벅차하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해 준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튼 상담은 피할 수 없는 나의 책무이기에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찾아오는 청년들을 맞이하게 된다. 이따금 어려운 처지에서 힘들게 살아가거나 미래에 대해 다소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희망에 차 있고, 고통이나 아픔, 절망과는 거리가 먼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다. 
시련은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우리를 찾아와 무방비 상태인 우리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강하게 주먹을 휘두른다. 
그런데 그러한 시련을 통해 어떤 이는 크게 성장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완전히 망가져 폐인이 되고 만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최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는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은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교퇴학, 가출, 일용직노무자, 선원생활, 출가, 자살기도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준의 삶은 고뇌와 방랑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세세한 감정의 묘사는 세월을 뛰어넘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환갑을 훌쩍 넘은 작가의 젊은 시절이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무엇보다 방황이 방황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작가의 내적 성숙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인 잣대로 보아 문제아였던 준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 황석영의 방황하던 젊은 시절의 자화상이다. 
 
위대한 작가는 젊은 시절의 고뇌와 방랑을 통해 내적 성장과 외적 성공을 이루었기에 그의 아픈 경험은 오히려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절망의 늪에서 헤매는 청소년이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 나와 성장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아든 영재든 모범생이든 모두 우리 사회가 끌어안고 가야 할 미래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는 영재교육이나 특수교육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자녀를 특수목적고등학교나 외국어고등학교에 보내려는 알파맘들의 교육열이 극에 달하고 있다. 
아이들은 유치원 시절부터 영어교육에 매달리고 초등학생들은 학원에서 회초리를 맞으며 특목고나 외고 입시준비에 몰입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에는 상위권만 있고, 중간층과 하위층은 존재하지 않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일찍부터 우수한 인재를 가려 교육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체육을 잘 하는 학생들은 운동을 하면서, 예술에 뛰어난 학생들은 예술 활동을 하면서, 기계를 잘 다루는 학생들은 기계를 만지면서, 제도권 교육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상담을 받고 치유를 하면서 건강하게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저기서 특목고와 외국어고를 세워달라, 국제중학교를 지어달라고 아우성이다. 
우리 지역은 이러한 상위권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교육의 형태를 제시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기술학교와 예술학교, 체육학교, 대안학교가 어우러져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길을 찾고 행복하게 오늘을 살면서 아름다운 내일을 그리는 그런 교육을 꿈꾼다.

홍숙영
-한세대 미디어 영상학부 교수
-프랑스 국립2대학 언론학 박사
-미디어 비평가
-저서 '창의력이 배불린 코끼리',
-'슬픈 기차를 타라(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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