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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수원과 개성, 평화의 교류 펼치면 좋겠다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4-30 09:34:54최종 업데이트 : 2018-04-30 09:32:14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참 이상하다. 분명히 현실인데도 꿈만 같다. 거짓말 같다.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 경계석을 건너 남과 북을 오갔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서, 역사적 11년이 걸렸습니다. 오늘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이렇게 이 시간이 오래 걸렸나, 왜 이렇게 오기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란 김위원장의 솔직한 소회도 그랬다.

문대통령은 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처럼 남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래된 사이처럼 활짝 웃으며 판문점에서 만났다.

평양에서 가져온 냉면을 먹는 장면을 보고 냉면집엔 긴 줄이 이어졌다. 나도 그 중의 한명이었다. 요즘 치아가 부실한 나의 경우 꼭 냉면이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이 위대한 역사의 흐름에 이런 방식으로나마 동참하고 싶었다. '평양냉면'이 내겐 '평화냉면' '통일냉면'처럼 여겨졌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집안은 월남 가족이다. 평안북도 선천군이 선친의 고향이다. 선천 오리정 거리...아버지는 소주 한 병에 거나해질 때마다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우리 땅 밟지 못하면 오리정을 지나갈 수 없었다. 남쪽 산 끝에서 북쪽 산 끝까지가 모두 우리 땅이었다. 통일되면 그 땅 다 자네 거니 땅문서 잘 보관해라."

어느 해 여름밤 아버지와 시골집 마당에 앉아 한잔하다가 "그거 이젠 우리 땅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거기서 농사를 짓고 희망을 갖고 있을 텐데요. 그거 버립시다."

우리 아버지, 바로 안방에 들어가 옛 땅문서 꺼내와 내 앞에서 불 질렀다.

 

세월이 흘렀고 아버지도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남북 정상이 만난 날인 4월27일(음력 3월12일) 아침이었다. 평안북도 선천군 선천면 태화동 50번지에서 태어나 6.25 직전 월남한 이후 술만 취하면 가수 강산에가 부른 '라구요'란 노래 가사처럼 '딱 한번 만이라도' 살아 생전 고향에 가보고 싶다던 내 아버지 생각을 하며 만감이 교차했다. 조금만 더 살아 계셨으면 나와 형제들이 모시고 고향땅을 밟으실 수도 있었을 텐데.

남북 왕래가 이루어진다면 금강산도 좋고 개성이나 평양, 백두산도 좋지만 나의 방문 0순위는 평안북도 선천군 선천면 태화동 50번지, 아버지 출생지와 오리정 거리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왔다. 가장 큰 성과는 이 땅에 전쟁이 없도록 하겠다는 두 정상의 다짐이다. 그런데 이른바 '3.8 따라지' 집안인 내 귀에 착 들어붙어 지금도 빠져 나가지 않는 말은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나"(김위원장) "우리 어깨가 무겁다.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문대통령)는 말이다.

옳은 소리다. 이렇게 분단선이 닳아 없어지도록 자주 만나고 교류한다면 민족의 최대의 소망인 평화통일의 그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한반도에 찾아온 봄을 맞아 지방정부들도 남북 교류 준비를 하고 있다. 보도를 보니 수원시도 개성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왜 하필 개성일까?

수원시와 개성시는 닮은 점이 많다. 먼저 상인의 DNA가 있다. 개성과 수원은 모두 이름난 상업의 도시였다. 개성은 송상(松商)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상인들이 활동했다. 수원도 정조임금께서 상업을 장려한 도시로서 '수원깍쟁이'는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깍쟁이는 '가게쟁이'가 변한 말이다. 3.1운동 때는 그 수원 깍쟁이들이 한데 뭉쳐 철시를 감행하는 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수원 팔달문 시장 일대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수원 팔달문 시장 일대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강제원)

또 두 도시 모두 세계문화유산 등재 도시, 성곽의 도시, 조선 시대 유수부가 있었던 도시란 공통점이 있다.

 

수원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부터 남북관계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지난 2017년 1월 '수원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설립한 바 있다. 시는 통일과 남북교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수원형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 화해·협력에 이바지하기 위한 남북 지방정부 간 교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는 지난 2월 열린 평창올림픽에서 평화의 메신저로 활약한 남북단일팀의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는 개성시와의 교류협력 과제를 선정한 뒤 통일부 승인을 받아 올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에 사업예산을 세워 구체적인 사업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실 예전부터 (사)화성연구회 회원 등 뜻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닮은꼴'인 수원과 개성이 서로 교류하면 좋겠다는 얘기들이 자주 나왔다. 넘어야 할 산은 많겠지만 그게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

가슴 설레는 봄날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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