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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우즈베키스탄에서 찾은 새로운 조국
언론인 김우영
2019-08-30 19:03:30최종 업데이트 : 2019-09-10 15:01:46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우즈베키스탄에서 찾은 새로운 조국

[공감칼럼] 우즈베키스탄에서 찾은 새로운 조국

몇 해 전 가까운 사람들과 실크로드 코스 가운데 우르무치, 둔황, 하미, 선선, 투르판 등지를 돌아본 적이 있다. 그 후 나머지 코스도 반드시 답사하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번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를 다녀왔다. (사)화성연구회 2019년 해외 여름답사에 참가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우리국민들에게 덜 알려진 나라다. 그러나 자세히 역사를 살펴보면 아예 연관이 없는 것이 아니다. 기록을 보면 고구려 출신 당나라 장수인 고선지 장군이 1300여 년 전 파미르고원을 넘어 도시국가인 석국(石國)을 정복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타슈켄트가 그곳이다. 이와 관련된 밍오릭이란 유적이 타슈켄트에 남아 있다. 고선지 장군은 석국의 모든 집과 건물을 파괴하고 불태웠으며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고 한다. 비록 아름답지 않은 역사라고는 해도 인연이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인연도 있다. 1937년 구 소련에 의해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한인들의 일부가 타슈켄트 인근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시내를 벗어나면 옛날 우리 시골과 비슷한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이역만리 타국에 살고 있는 후손들이 조상들의 생활문화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 구조는 우리 고유의 팔작지붕이다. 아궁이가 있는 부엌도 우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보다가 전율을 느꼈다.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산 아래에 옹기종기 형성된 마을을 보게 됐는데 지붕의 형태가 우리의 팔작지붕이었던 것이다. 중국 여행 중 길림성 연변, 용정 등에서도 이런 집들을 본 적이 있는데 한옥의 형태였다. 사마르칸트로 이동 중 눈에 들어 온 풍경은 바로 고려인마을이었다.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 가는 길에 만난 고려인 마을들. 낯설지 않았다.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 가는 길에 만난 고려인 마을들. 낯설지 않았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실크로드 여행에서 본 것과 느낀 것이 참 많았다. 티무르제국의 흔적과 이슬람 사원 유적, 착한 사람들, 맛있었던 음식, 특히 난(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이번 여행에서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아 있느냐?"고.

망설임 없이 "고려인 마을!"이라고 대답했다. 아픈 역사지만 황무지에 꿋꿋하게 뿌리내리고 살아남은 그분들이 존경스러웠고 조상의 문화를 잊지 않은 후손들이 자랑스러웠다. 
타슈켄트 인근 고려인 마을인 김병화마을. 저기 어디 쯤 나의 옛집이 있을 듯도 하다.

타슈켄트 인근 고려인 마을인 김병화마을. 저기 어디 쯤 나의 옛집이 있을 듯도 하다.

이번 여행 중 타슈켄트 인근에 있는 '김병화 박물관'을 방문한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병화 선생은 이 농장으로 강제 이주 당한 한인들의 지도자로써 '노동영웅' 칭호를 두차례나 받은 선구자다. 이 박물관에는 당시의 사진과 의복, 신문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김병화 농장'에도 한때 1500명의 고려인이 거주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또는 한국 등 외국으로 많이 떠났다고 박물관 관장인 장 에밀리아 안드레이나 할머니는 말했다.

'이 땅에서 나는 새로운 조국을 찾았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김병화 선생의 초상 앞에서 한참동안 서 있었다.

이주 초기 박해와 혹독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며 농사를 지어 정착, '새로운 조국'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까? 작은 돈이나마 기부를 하고 돌아서 나오는 길, 넓고도 넓은 김병화 농장은 더 이상 '남의 땅'이 아니었다.

 김병화 박물관 내 김병화 선생 초상. '이 땅에서 나는 새로운 조국을 찾았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김병화 박물관 내 김병화 선생 초상. '이 땅에서 나는 새로운 조국을 찾았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지금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 호의적이다. 현지에 있는 세종한글학교에는 우리나라 말과 글을 배우려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인하대 등 몇몇 대학들이 현지에 분교를 설립했는데 매우 인기가 높다고 어머니가 고려인인 가이드 마리나씨는 말했다.

​거리에 다니는 차랑 대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눈에 익은 차들이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서 코레아에서 왔다고 하면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돌아온 뒤 동네 통닭집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4세 노동자를 만났다. 한국에 온지 한 달이 됐다는데 내가 가져 온 그 나라 빵인 '난'을 절반 잘라 건네자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고마워했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수원에서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도 꽤 된다.

수원도 우즈베키스탄과의 인연이 있다. 지난 2월 수원FC에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조블론 이브로키모가 입단했다. 얼마 전엔 우즈베키스탄 의료진들이 척추전문병원인 수원 윌스기념병원에서 의료 연수를 받았다는 신문 기사도 읽었다.

또 수원역 앞 매산시장 지하 수원 다문화푸드랜드엔 우즈베키스탄 레스토랑 타슈켄트가 있다. 나중에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그리워질 때면 방문해야겠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우즈베키스탄,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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