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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미개한 국민’인가?
김재철/농학박사, 칼럼니스트
2017-11-19 15:34:44최종 업데이트 : 2017-11-20 09:29:41 작성자 : 편집주간   김우영
케냐 북부 투르카나 호수와 탄자니아 올두바이 계곡을 잇는 그레이트 리프트 계곡은 초기 인류가 생활하던 곳이다. 인류학자인 리처드 리키, 미브 리키 부부는 1972년 투르카나 호수 동쪽에서 초기인류의 두개골 화석 뼈 조각들을 발굴한다. 그리고 이를 복원하여 '1470'으로 명명, 세상에 내보낸다. 이는 완벽에 가까운 인류의 조상 호모 하빌리스 두개골 화석이었다. 인류 고고학계가 발칵 뒤집힌다.

인류의 진화는 1200만 년 전의 라마피테쿠스→300만 년 전의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10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와 사촌 호미니드인 네안데르탈렌시스→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진화한다. 사촌 호미니드는 인류의 직계조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250만 년 전의 투르카나 호수 동쪽은 어떠했을까. 이 호숫가에는 네 가지 유형의 호미니드가 살았고 이들 중에는 인류의 조상 호모 에렉투스가 있었다. 그리고 15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는 아시아와 유럽을 향해 여행을 떠날 준비를 끝마쳤다. 그로부터 150만년 후 진화된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그레이트 리프트 계곡을 지나 나이로비에서 요하네스버그로, 그리고 짐바브웨 빅토리아 폴 공항에 도착하니 트렁크 자물쇠가 없어졌다. 요하네스버그에서의 주의사항이 생각난다. 짐바브웨 행 비행기 트렁크의 카메라 등 귀중품, 특히 모바일 폰은 100% 없어진다. 공항을 나오니 부시먼 후예(?)들이 환영 댄스와 화환을 걸어준다. 에이, 트렁크나 뜯지 말지.

짐바브웨 빅토리아 국립공원 주변은 잠베지 강 유람선을 이용, 주위의 열대우림, 초원 등 다양한 경관을 볼 수 있다. 국립공원 내 수령이 1500년 정도 되었다는 바오바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보다도 400년의 세월을 더 보냈다. 이 나무는 윗부분에 몰려 있는 줄기가 마치 뿌리 모양을 하고 있어 밤새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바람에 신이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거꾸로 박아 놓았다는 전설이 있다.
팔려간 노예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바오바브나무

팔려간 노예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바오바브나무


자유롭게 생활하던 이곳 동부 아프리카 원주민들. 그러나 유럽 열강의 침략으로 착취당하고 노예로 팔려 나간다. 1865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한해 5만 명의 원주민이 노예시장에 팔려나갔다고 한다. 아직도 바오바브나무는 팔려간 노예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빅토리아 폭포는 이구아수, 나이아가라 폭포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로 BBC 방송이 선정한 죽기 전에 가 봐야 할 50곳 중 하나이다. 짐바브웨 리빙스턴 동상 쪽에서부터 데블스, 메인, 호스슈, 세계에서 낙차 폭이 가장 큰 레인보우, 암체어, 이스턴 등 6개 폭포로 나뉜다.

잠베지 강 유역이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으로 나눠진 까닭에 데블스, 메인, 호스슈 폭포는 짐바브웨, 레인보우, 암체어, 이스턴 폭포는 잠비아 령이다. 건기이지만 데블스 폭포 물량이 대단하다. 레인보우 폭포에서 만들어진 물안개가 계곡으로부터 쌍무지개를 만들어 낸다. 폭포 아래쪽 강폭이 50∼75m의 병목현상을 보여 좁은 물길에 엄청난 양의 물이 빠져나가는 모습은 장관이다.

탐험과 발굴을 앞세워 식민시장을 만든 유럽열강. 대륙을 조각내고, 그들이 떠난 후 이미 온몸에 상처를 입은 아프리카는 지금도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그들은 왜 삶의 터전인 이 땅에 상처와 눈물을 심어주었는지? 인류학자 콜린 텀불 교수는 "아프리카 전통사회에서는 현금의 형태로 나타나는 부를 조작하여 사회적 안정을 얻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인간관계의 효과적인 조성을 통하여 풍부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과 더불어 생명이 이뤄지고 생활하는 인류의 기원, 검은 대륙. 그들은 결코 '미개한 국민'이 아니다.
레인보우 폭포 쌍무지개

레인보우 폭포 쌍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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