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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영화 ‘항거-유관순’..의기(義妓) 김향화 지사를 다시 생각했다
언론인 김우영
2019-03-15 17:27:38최종 업데이트 : 2019-04-09 09:12:38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영화 '항거-유관순'..의기(義妓) 김향화 지사를 다시 생각했다

[공감칼럼] 영화 '항거-유관순'..의기(義妓) 김향화 지사를 다시 생각했다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를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환갑 진갑이 다 지나 이제 만사에 무덤덤해졌나 싶었는데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보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갔다. 그리고 극장 내에 조명이 환하게 켜졌는데도 일어서 나가지 않고 그냥 하염없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관순은 고등학교 1학년의 나이에 병천에서 만세를 부르다가 일제의 총칼에 부모를 잃었고 3년형을 받은 뒤 서대문감옥에 수감된다. 그러나 거기서도 독립선언서를 읽고 여자 감방 수감자들과 독립만세를 부른다. 그 소리를 들은 다른 방 수감자들도 대한독립만세를 불러 전 형무소 전체에 울려 퍼지고 형무소 밖에서도 만세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숨겨뒀던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 다함께 만세를 외치는 장면은 감동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유관순은 혹독한 고문과 체벌을 당한다. 일제는 유관순을 허공에 매달아놓고 옷을 풀어헤쳐서 수치심을 주거나 서있는 관(벽관)에 가두는가 하면 손톱을 뽑고 자식도 못 낳게 해야 한다며 배를 발로 차서 방광과 자궁을 파열시켜버리는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다.

유관순에게 어떤 사람이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요?"
"그럼 누가 합니까"
순간 그 말이 쿵하고 가슴에 들어와 박힌다. 그리고 아직도 내 귓전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럼 누가합니까?"

그렇다. 그때 우리나라엔 친일 매국노도 있었지만 유관순과 같은 애국자가 더 많았을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다. 가까운 현대사만 보더라도 동학농민혁명, 3.1운동,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6월 항쟁, 2016년 촛불 탄핵집회에 이르기까지 민초들이 자발적으로 일어섰다.

영화 속 유관순과 함께 갇힌 여성들도 그런 민초들이었다.
개성 3·3 만세운동을 주동한 권애라 와 심명철, 신관빈, 8호실 방장이자 일제의 모욕과 고문 앞에서도 꼿꼿했던 어윤희, 파주 만세운동 주동자이자 옥중에서 출산한 임명애,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세브란스 병원 간호사 노순경, 1920년 함북 명천 만세운동 주동자 동풍신, 종로 만세 사건 주동자이자 루씨여학교 교사였던 이신애, 그리고 3월 29일 수원경찰서 앞에서 만세운동을 주동한 기생 김향화가 있었다.
영화 '항거-유관순'의 한 장면. 가운데 인물 중 오른쪽이 김향화(김새벽 분)고 왼쪽이 유관순(고아성 분)이다.

영화 '항거-유관순'의 한 장면. 가운데 인물 중 오른쪽이 김향화(김새벽 분)고 왼쪽이 유관순(고아성 분)이다.


이 영화가 내게 더욱 깊은 울림을 준 것은 바로 의기(義妓) 김향화 지사가 유관순 열사와 함께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해 8월 광복절을 맞아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했다.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잡혀가 고문을 당하거나 순국한 현장인 서대문형무소에서 김향화 지사의 흔적을 만났다.

서대문형무소 건물은 대부분 철거됐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주로 수감되었던 일부 옥사와 사형장 등 11개 동이 남아있는데 유관순 열사와 함께 갇혔던 여자 감옥 안에 김향화 지사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그 옆 담장엔 김향화 지사의 얼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김향화 지사는 1919년 1월 고종 승하 때 수원기생들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 가서 소복을 입고 통곡했으며, 3월 29일에는 32명이 수원경찰서 앞에서 '독립만세'를 외쳤다. 이들은 곧바로 체포됐고 주동자인 김향화 지사는 모진 고초를 당하고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복역 중 유관순 열사 등과 만난 것이다.

김향화 지사의 의거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은 수원시 이동근 학예연구사의 공이 크다. 이동근 학예사의 부친은 이성룡 선생인데 수원연극의 토양이 된 인물이다.

이 학예사는 지난 2008년 수원기생들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담긴 자료를 토대로 한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후 김향화 지사는 지난 2009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아 대통령 표창과 함께 독립유공자가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후손을 찾을 수 없어 김 지사의 훈장은 지금까지 수원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다.

이 영화가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영화계에서는 저예산 영화로서 이 정도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는 것 같다. 그러나 더욱 많은 국민들, 특히 수원시민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3월이 가기 전에.
 

공감칼럼, 언론인 김우영, 김향화, 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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