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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진작에 됐어야지...” 화령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언론인 김우영
2019-07-15 14:51:05최종 업데이트 : 2019-08-28 16:05:33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진작에 됐어야지... 화령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공감칼럼] "진작에 됐어야지..." 화령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지정

화령전 야경​. 사진/김우영

화령전 야경​. 사진/김우영

지난번 칼럼 "수원화성 달빛동행에서 '인생야경'을 만났어요"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화성과 화성행궁의 야경을 사랑한다. 화성행궁 야경의 경우 신풍루 앞의 화려함도 좋지만 화령전의 고요함, 생각조차 사라질 것 같은 담백한 분위기에 더 매료된다. 당시 서울에서 궁궐 건축을 담당했던 최고의 장인 400여 명이 참여했기에 건물 곳곳에서 섬세함과 정성이 느껴진다. 격식이나 부재(部材)의 사용이 궁궐의 전각에 못지않아 기품이 풍기는 건물이다. 단청이 안보이는 것이 더욱 단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지난 14일 밤 수원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야간관람 프로그램 '수원화성 달빛동행'에 함께 했다가 이곳 화령전에서 펼쳐진 국악공연을 감상하며 뜰 앞 은행나무 위에 뜬 달을 무연히 바라보다가 문득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억울함, 분노, 슬픔 등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감동의 눈물이었다. 화령전은 이런 곳이다.
 화령전 앞 은행나무 위에 달이 떠 있다. 사진/김우영

화령전 앞 은행나무 위에 달이 떠 있다. 사진/김우영

마침 지난 6월14~15일, 7월12~13일에 이어 8월14일과 15일에도 '수원화성달빛 동행'이 진행된다. 수원화성달빛 동행은 여름밤 수원화성의 아름다운 야경과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를 체험하는 고품격 야간관람 프로그램이다.

또 7월 2일부터 9월 28일까지 화성행궁이 야간에도 개장되므로 더위도 피하고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그때 행궁만 보고 나오지 말고 반드시 화령전에도 들르시기 바란다.

화령전에 갈 때마다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다. 먼저 이동안·정경파 선생이다. 이동안(李東安, 1906~1995)선생은 화성재인청의 마지막 예인으로서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 예능보유자였다. '재인청'은 조선 후기 세습무 집안의 무부(巫夫)가 주축이 되어 화랭이(花郞)·재인(才人)·광대(廣大) 등을 포함해 구성했던 지역별 재인 자치 조직이었다. 정경파((鄭慶波, 1934. 11. 6~2000. 9. 28)선생은 화성재인청 승무·살풀이 춤의 명인으로서 지난 1996년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동안 선생은 화령전 풍화당에서 제자들에게 춤과 소리를 가르쳤다. 그의 딸이나 다름없었던 정경파 선생도 이곳에서 이동안 선생의 말년을 돌봤다.

그런데 사적 제115호 화령전은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세인이 함부로 범접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이동안 선생이 머물렀던 풍화당은 재실이다. 여기서 두 사람이 제자들에게 춤과 소리를 가르친 것인데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같지 않을 때여서 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거기서 사람이 기거하거나 더욱이 춤과 소리를 연습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또 생각나는 사람은 서양화가 나혜석 선생이다. 화령전 옆에 살았던 그는 화령전과 앞뜰의 작약을 그림으로 남겼다.

​아울러 1960~70년대 초기의 수원문화원을 전국 최고의 문화원으로 가꾼 김승제 원장이 생각난다. 당시 서울농대를 졸업한 차석정 선생이 수원문화원 사무국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는 김승제 원장의 권유로 교사 자리를 버리고 수원문화원 사무국장을 맡아, 불모상태의 수원문화를 가꾼 사람이다.

그런데 김승제 원장과 차석정 선생의 인연은 수원문화원에서 만나기 전 보다 훨씬 앞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석정 선생이 수원신풍초등학교 5학년이었을 때 이야기다.

"나는 학교 옆 쪽 약 50m 거리에 있는 화령전 뜰 함박꽃밭에서 매일 같이 잡초를 뽑아주는 사람을 보았다. 내 어린 기억으로 머리와 수염이 꼭 미국의 링컨 대통령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화령전은 효심이 지극했던 정조대왕의 어진이 모셔진 곳이다. 하지만 태평양 전쟁 때라 먹고살기에도 바쁜 시절이었던 탓에 누구하나 돌보는 이 없는 폐허상태였던 곳이다. 그런 화령전의 잡초를 뽑고 있는 이상한 사람이라니.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바로 김승제 원장이었다.

그 당시에도 김 원장처럼 화령전의 가치를 알아보고 보살피는 눈 밝은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오는 8월 초에 화령전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승격된다. 정확히는 화령전의 정전인 '운한각'과 운한각과 이안청을 연결해주는 공간인 '복도각', 그리고 어진을 임시로 봉안하기 위해 만든 건물인 '이안청'이다.

문화재청의 평가는 "화령전이 왕실건축의 정수를 보여주고, 창건 당시 원형이 잘 남아있어 보물로서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진작에 보물로 지정됐어야 할 문화유산이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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