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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우리의 시간
법무법인 강산 임승택 변호사
2019-08-21 16:14:45최종 업데이트 : 2019-08-21 16:06:38 작성자 :   e수원뉴스
[법률칼럼] 우리의 시간

[법률칼럼] 우리의 시간

2014년경 흥행에 성공한 '인터스텔라(Interstellar)'란 영화가 있었다. 이 영화는 환경오염으로 호흡과 농업이 불가능해진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찾아 우주탐험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웜홀(Wormhole)에 갇혔지만 시공간을 초월하여 딸에게 지구 문제 해결의 힌트를 제공한다는 과학영화이다.

영화적 상상력에다 가족애를 더한 것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당시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성 이론을 영화적으로 구현해 호평을 받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난해하고 지루하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학구열(?)에 불타는 한국인의 극장출입을 막지는 못하였다. 웜홀을 통해 항성간의 도착시간을 줄인다는 발상과 시간이라는 차원을 공간적으로 표현한 과학적 이론을 영상으로 만든 상상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웜홀을 매개로 아버지와 딸이 만나는 장면은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각자의 물리적 시간의 흐름이 어떤 사람의 운동속도에 따라 달리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다.

우리는 물리적 시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내면적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지낸다. 몹시 피곤할 때 차량 내에서나 책상에서 졸다가 정신이 들 때까지의 시간의 흐름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금방 지나가므로 매우 짧게 느껴진다. 어려운 공부나 일을 할 때는 시간이 왜 이리 더딘가? 재미있는 웹툰을 보거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시험공부를 할 때 느끼는 시간은 왜 이리 빠른가? 이렇듯 물리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의 흐름이 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양적으로 측정 가능한 시간뿐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간다고 느끼게 한다.
 
변호사의 시간도 그렇다. 변호사는 현재 시점에서 의뢰인이 하는 말의 흐름에 따라 사건 발생 당시의 과거의 상황을 논리적, 합리적으로 재구성하며 변론 준비를 시작한다. 현재의 시점에서 만났지만 변호사는 의뢰의 과거 시점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를 기초로 변호사는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각종 신청서류작성, 구두 변론활동 등을 하게 된다.

변호사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팍팍한 생활을 한다. 변호사는 변론을 하고 다음 기일을 4주나 6주 뒤로 정하게 되는데 그 시간은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지 모른다. 그런데 의뢰한 당사자들이 느끼는 시간은 그 반대이다.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 첫 기일은 왜 그리 오래 걸리는가? 신청서를 냈는데 결정은 왜 이리 더디는가? 법원 판결은 언제쯤 알 수 있는가? 이렇듯 법조 주변의 시간도 누가 느끼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좀 더 스케일을 키워보자, 적폐청산, 최저임금, 패스트트랙, 북핵, 미사일, 신임 검찰총장 임명과 동시에 중간 간부급 검사의 줄 사퇴 등등으로 국가와 사회가 시끄럽던 와중에, 갑작스런 일본의 경제제재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이순신, 선조, 원균 등이 언급되며 1592년에 발생한 임진왜란이 강제(?) 소환되었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의 혼란을 수습하며 국력을 모을 수 있는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지표는 어둡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미래에 희망을 갖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망설인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인구의 감소를 예상하고, 다음 세기가 되면, 민족의 소멸을 걱정할 지경이 되었다. 위 영화처럼 누군가의 아버지가 웜홀에서 난국을 풀어 줄 힌트를 주었으면 좋겠다.

변호사로서 더 여유롭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의뢰인과 충분히 상담하여 좀 더 설득력 있는 변론을 하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마주할 시간도 좀 더 느긋하고 따뜻한 시간이면 좋겠다. 국민간, 국가간 눈물 흘리고 가슴 졸이는 분쟁의 소식보다는 국민간, 국가간 타협하고 계층간에 갈등이 줄어드는 온기 가득한 시간과 만나고 싶다.

인터스텔라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보면 늙은 딸과 젊은 아버지가 만난다. 아버지와 딸은 시공간이 달랐고 서로에 대한 오해가 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진정한 사랑은 변치 않았다. 우리나라는 일제하의 치욕적인 식민지생활과 극심한 좌우 이념대립, 북한의 남침을 극복하고, 절대빈곤에서 벗어난 경험을 기초로, 자유시장경제의 기틀을 닦고, 이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세웠다. 이러한 성공의 원인은 국민 서로에 대한 근본적인 사랑.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랑이 변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득이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은 서로를 존중하여 대화와 타협으로 잘 조정되고, 그렇게 해결되지 않는 사건은 법률에 근거한 사법부의 합리적인 판단으로 마무리되면 좋겠다. 
임승택 변호사 저자 약력

임승택 변호사 저자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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