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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수원시장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김우영/시인, 언론인
2018-01-13 10:26:49최종 업데이트 : 2018-01-13 10:24:50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심재덕 전 수원시장의 부음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 밤늦게까지 통음(痛飮)을 했던 일이. 운명한 시간은 2009년 1월 14일 오후 1시 45분이었다. "소천 하셨어" 침통해 하는 전화기 속의 목소리는 송철호 수원시립합창단 전 단무장이었다.

나와 심재덕 전 시장과의 인연은 참으로 깊고도 길다. 1987년 수원문화원장이 되자마자 지역의 문화계 인사들을 끌어들여 '수원사랑'이란 월간지를 창간할 때부터 함께 했다. 이어 한 여름밤의 음악축제,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한마당, 성곽순례 등 굵직굵직한 문화 사업들을 뚝심 있게 추진했다. 그리고 수원천 복개반대운동, 수원화성행궁 복원사업, 서호 개방운동, 팔달산 터널 반대운동 등을 펼쳤다. 심시장에게 고맙고,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것은 나도 그 사업들의 한 축을 담당해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심 전 시장은 수원 신풍초·북중·수원농림고·서울대학교를 졸업했고 수원농고 교사, 안성농업전문대 교수, 경기도청 잠업과장, 수원문화원장, 화성행궁 복원 추진위원회 자문위원장을 지내고, 1995년 민선 1기에 이어 2기 수원시장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당적을 가져선 안 된다고 역설했던 '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론자'였다. 1999년엔 한국화장실협회를 창립, 초대회장으로 취임했다. 2004년엔 제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2007년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세계화장실협회를 창립, 초대 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나가다 2009년 1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1999년 2월 6일 열린 '세계문화유산 화성' 표지석 개막식. 맨 왼쪽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위업을 이루어낸 고 심재덕 시장의 생전모습이 보인다.(촬영자/이용창)

1999년 2월 6일 열린 '세계문화유산 화성' 표지석 개막식. 맨 왼쪽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위업을 이루어낸 고 심재덕 시장의 생전모습이 보인다.(촬영자/이용창)

수원문화원장으로서, 민선 수원시장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세계화장실협회 회장으로서 그가 남긴 업적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수원시장 시절에는 서울 청계천보다 10년 먼저 수원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시켰다. 그가 수원문화원장 시절부터 추진했던 이 사업으로 인해 생명의 가망이 없어 보이던 수원천은 자연형 하천으로 살아났다. '수원천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누구보다도 수원을 사랑했고 문화와 역사인식이 뛰어났던 그는 수원화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시켰다.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비관적이었던 정부 관계자의 만류를 뿌리치고 단신으로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세계 각국의 위원들을 설득시켜 등재를 성공시킨 것은 온전히 그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원문화원장 시절부터 추진했던 화성행궁 복원사업도 이어져 시장 재임 때 복원 공사가 시작됐다. 그로 인해 지금 수원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문화관광의 도시가 됐다.
또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수원에 유치하고 월드컵 경기장을 지은 것도 그의 남다른 노력과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수원시민들은 모두 안다.
 
그가 여생을 모두 투자하면서 매진한 것은 화장실문화운동이었다. 수원시내의 공중화장실을 혁명적 수준으로 개선했다. 국내외 언론들은 앞다퉈 수원의 화장실문화운동을 취재해갔고 국내외 벤치마킹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세계화장실협회를 창립하고 본부를 한국에 유치했다. 아예 자신의 집을 변기 모양으로 짓고 택호를 '해우재'라고 명명했다. 외국인이 지어준 '미스터 토일렛'이란 자신의 별명에 대만족감을 표할 정도였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유족들은 2009년 해우재 건물과 땅, 유품을 수원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금전 만능주의 세상에서 막대한 유산을 포기한 유족들의 결정도 존경스럽다.
수원시는 해우재를 화장실문화전시관으로 만들어 개방하고 있다. 해우재는 여행자들이 들러야 하는 필수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원은 화장실문화운동의 메카가 됐다.
 
심 전 시장의 공로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기피 시설인 화장장(연화장), 쓰레기 소각장, 하수종말처리장 등을 건립한 것이다.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끈질긴 설득과 협상 끝에 성사시킴으로써 수원시민의 생활기반을 다져놓았다.
 
그는 지방자치의 자존심을 지킨 사람이었고, 지방자치시대 문화사업의 표본이었으며, 세계 화장실 운동을 이끌었던 거인이었다.
영원한 수원시장 심재덕

영원한 수원시장 심재덕

오는 1월 14일 심 전 시장의 9주기 추모행사가 수원시 화장실문화전시관 '해우재', 정자동주교좌성당, 용인 두창리 묘소 등에서 열린다.
(사)미스터토일렛심재덕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이날 추모행사는 오전 6시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되는 추모 미사로 시작, 오전 10시 30분 두창리 묘소(용인구 처인구 원삼면) 참배에 이어 오후 2시에는 이목동 해우재에서 추모 행사를 연다.
9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영원한 수원시장 심재덕' 그는 아직도 수원시민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 그의 뜻은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화장실, 세계문화유산 화성, 수원천, 화성행궁, 해우재, 월드컵 경기장 등과 함께 영원히 역사에 남을 것이다.
 

김우영, 시인, 언론인, 심재덕, 미스터토일렛, 해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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