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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발상의 전환' 장안구의 경로잔치
언론인 김우영
2019-05-07 11:09:48최종 업데이트 : 2019-05-07 11:04:14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발상의 전환' 장안구의 경로잔치

[공감칼럼] '발상의 전환' 장안구의 경로잔치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어버이날이 들어 있는 달이다. 나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터라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노인들이나 바라보면서 먹먹하게 부모님 생각을 할 뿐이다.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나도 노인 측에 속하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노래에도 있지만 가는 세월을 어찌 막나. 그저 '꼰대' 소리는 듣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이나 자주 한다.

수원은 '효의 도시'다. 수원 화성을 쌓은 정조대왕의 효심이 지극했고 예로부터 효자 효부가 많이 나왔다.

정조대왕은 재위 기간 동안 무려 13차례나 수원을 찾았다. 아버지 사도세자가 영면한 화산릉에 참배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정조대왕의 효심에 얽힌 이야기들이 수원지방에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기록과 그림도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정조대왕의 1795년 능행차 기록인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정조대왕이 행궁에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베푼 내용과 관련 그림이 자세히 남아있다.

정조대왕은 아버지 사도세자 탄신 60주년이 되는 해이자,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회갑을 맞이한 을묘년을 기념해 어머니를 모시고 화성행궁에서 회갑연을 치르고 부친의 묘소인 현륭원에서 제사를 지냈다.

'화성행행도팔첩병도'는 이때 행사를 기록한 그림인데 1795년(정조19) 윤 2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1795년 3월 29일~4월 5일)에 걸쳐 행차한 내용으로 8폭 병풍의 기록화이다.

네 번째 그림에 행차 다섯째 날인 윤 2월 13일,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어머니 혜경궁홍씨의 회갑을 기념하여 진찬례를 올리는 장면인 '봉수당진찬도(奉壽堂進饌圖)'가 있다.

'봉수당진찬도(奉壽堂進饌圖)'

'봉수당진찬도(奉壽堂進饌圖)'


또 행차 여섯째 날인 윤 2월 14일 오전, 화성행궁 낙남헌에서 지역 노인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열어드리는 장면인 '낙남헌양로연도(洛南軒養老宴圖)'도 잘 보존돼 있다.

따라서 수원시는 (사)화성연구회에 의뢰해 이 기록과 그림을 토대로 한 봉수당 진찬연을 매년 수원화성문화제 때 재연하고 있다.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5월이면 마을마다 자체적으로 경로잔치를 열고 있는 것이다.

대개 대형 식당이나 뷔페, 예식장을 빌려 작게는 수백 명, 크게는 1천명 이상 노인들을 초청해 떠들썩한 잔치를 벌인다. 지역 부녀회나 통장, 사회단체, 봉사단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식당에서 주문해 노인들에게 한끼나마 따듯한 음식을 제공하고 각종 공연을 펼쳐 노인들의 흥을 돋운다.

물론 지역 기관장이나 정치인들의 인사말은 당연히 들어가려니 여기는 양념이다. 그런데 올해 장안구는 색다른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경기신문 보도에 따르면 장안구가 어버이날 전후로 열리고 있는 경로잔치를 지역식당을 이용한 소규모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 장안구 정자3동이 지난 1일 개최한 경로잔치에서 신태호 구청장이 노인들에게 인사를 하며 덕담을 건네고 있다. 사진/장안구청 제공

수원 장안구 정자3동이 지난 1일 개최한 경로잔치에서 신태호 구청장이 노인들에게 인사를 하며 덕담을 건네고 있다. 사진/장안구청 제공

 
경로잔치 장소는 지역 내 식당으로 정하고, 적게는 20명에서 많게는 200명 이내로 노인들을 초청해 다양한 음식과 반찬을 제공해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한 동에서 10여개의 식당으로 나눠 잔치를 열기 때문에 혼란이 사라지고 특히 식당이 집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이동 불편도 덜게 됐단다.

버스를 운행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감소하고 그 비용으로 더 좋은 음식을 대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봉사자들도 노인들을 내 부모님처럼 정성껏 모실 수 있어 좋아한다는 소식이다.

동네 식당들도 반색을 하고 있다. 동별로 적게는 10~20곳의 식당을 이용해 장안구 내 98개 식당에서 경로잔치를 열어 식당주인들은 매출을 올리고 식당홍보도 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신문은 한 식당 주인의 말을 전했다. "지역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경로잔치 날은 점심 장사를 접고 봉사했는데, 이번에는 매출도 올리고 어르신들에게 해드리고 싶었던 만큼 반찬도 많이 만들어 드릴 수 있었다"며 "경로잔치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난 것 같다."

발상의 전환으로 노인, 상인, 봉사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장안구의 공직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장안구 경로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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