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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푸른지대가 재탄생된다니…"추억이 새록새록"
언론인 김우영
2020-03-23 15:25:18최종 업데이트 : 2020-03-23 15:30:48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푸른지대가 재탄생된다니…추억이 새록새록

[공감칼럼] 푸른지대가 재탄생된다니…"추억이 새록새록"

내 젊은 시절, 봄이면 딸기밭이 있는 푸른지대로,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는 포도를 먹으러 오목천동이나 이목동 노송지대를 찾아갔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이 수원의 명물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 푸른지대 딸기밭이 재탄생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년 계획 공모형 지역관광자원개발 사업'으로 '수원화성 관광의 확대·재생산 사업'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수원화성 관광의 확대·재생산 사업'은 수원의 기억들을 수원화성과 연계된 관광자원 거점으로 재생산시키는 프로젝트다. 부국원 등 1920년대 옛 모습을 간직한 문화유산과 1970년대 추억이 담긴 딸기농장과 원천유원지, 2000년대 광교호수공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총 200억 원(국비 100억, 시비 100억)의 사업비를 투입해 수원만의 특색이 담긴 유·무형 관광자원을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 수원시의 계획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탑동시민농장 일대의 푸른지대, 수원역에서 수원화성으로 연결되는 골목길, 광교호수공원 일원에 수원의 과거 기억을 스토리로 입혀 관광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푸른지대 딸기밭이 다시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참외로 유명한 상주처럼 '딸기'하면 사시사철 수원이 생각날 수 있도록 대규모 농장이 생기길 바랐다. 하지만 수원에는 그만한 농장이 들어설 수 있는 땅을 마련하기 쉽지 않으니 아쉬웠다.

수원의 명소였던 푸른지대 딸기밭이 재탄생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딸기 체험을 하는 가족들. 사진/경기관광공사

수원의 명소였던 푸른지대 딸기밭이 재탄생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딸기 체험을 하는 가족들. 사진/경기관광공사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에 탑동시민농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푸른농장에 딸기를 주제로 한 체험관광 플랫폼을 조성하기로 했단다. 주지하다시피 푸른지대는 1970~1980년대 수도권 대표 관광지이자 데이트 명소였다

딸기 철이나 포도가 익을 때 사람들로 넘쳐나던 만남의 장소였다. 아마 지금 50대 후반 이상 수원사람이면 푸른지대의 특별한 추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푸른지대는 수원사람들에게 단순한 딸기밭이 아닌 것이다.

푸른지대는 6.25때 수원으로 내려온 박철준이란 이가 서울대 농대교수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학1호'란 딸기를 재배함으로써 시작됐다. 이 딸기는 재래종과 달리 알이 굵고 껍질이 얇으며 다수확 우량종으로서 인기를 끌었다. 박철준 씨의 딸기농사가 성공하자 이웃 재배농가가 늘어 3만평이었던 재배농지가 7만평정도로 확대됐다. 박 씨는 후에 이방자 여사의 자행회에 땅 1500여평을 기증, 현재 정신지체장애인 학교인 자혜학교의 기반을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푸른지대는 196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수도권 주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명소였다. 요리강습회와 친목회, 회사 야유회, 가족소풍, 특히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각광을 받았다. 당시 라디오 방송국의 공개방송과 유명 여성잡지의 딸기 요리강습회가 매년 열렸다. 주말인파가 3만 명을 넘어섰던 적도 있었다.

푸른지대를 추억하며 권선구가 2008년 서둔동 서호천 둔치에 조성했던 딸기밭. 사진/수원시

푸른지대를 추억하며 권선구가 2008년 서둔동 서호천 둔치에 조성했던 딸기밭. 사진/수원시

푸른지대의 전성기는 1970년대였다. 자가용과 서울택시까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경찰서장까지 현장에 나와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였다. 딸기나 포도를 먹고 서호(축만제) 제방을 걸은 후 수원갈비를 먹는 것이 수원나들이의 정석이었다.

수원시가 발행한 '서둔동·탑동지'에 실린 '푸른지대의 추억'이란 글에 의하면 푸른지대로 인해 서울과 수원을 오가는 대중교통편까지 확장됐다고 한다. 당시 서울에서 수원으로 오는 길은 기차와 고속버스, 택시 등이었는데 1970년부터는 수원역에 장항선 특급열차가 정차하게 됐고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1972년부터는 유신고속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유신고속에서는 일요일마다 푸른지대로 가는 버스를 하루 3~4회 운행할 정도였다.

수원과 서울을 오가는 유신고속 버스터미널은 옛 수원극장 옆에 있었는데 7시 정도면 버스표가 모두 매진돼 택시를 타거나 수원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연인과 왔던 남자들이 일부러 막차 시간을 놓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뒤 이야기는 상상에 맡긴다.

푸른지대는 1980년대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앞으로 수원시가 4계절 재배가 가능한 실내 딸기 재배공간을 만들겠다고 한다. 딸기를 활용한 전시와 체험교실,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공관과 연계한 굿즈 제작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

추억 속의 푸른지대 딸기밭이 되살아난다니 기쁘다. 비록 그때 그 사람들은 세상에 없거나 세월의 축복으로 흰머리가 늘었지만.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푸른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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