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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지금 수원화성(華城)은 '화성(花城)'이 됐다
언론인 김우영
2020-04-06 11:12:43최종 업데이트 : 2020-04-06 11:12:32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지금 수원화성(華城)은 '화성(花城)'이 됐다

[공감칼럼] 지금 수원화성(華城)은 '화성(花城)'이 됐다

창룡문 근처에 핀 벚꽃 아래 봄소풍 나온 가족들

창룡문 근처에 핀 벚꽃 아래 봄소풍 나온 가족들

 광교산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별안간 허기가 몰려온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점심을 안 먹었다. 내가 요즘 이렇다. 그래도 은퇴 전 직장생활을 할 때는 세끼를 모두 챙겨먹었다. 촌사람인 관계로 한 끼라도 굶으면 죽는 걸로 알았다. 우리 어머니 덕분이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고봉밥을 내놓았다.

혼인하고 나서 집에 갈 때면 큰 주발에 밥을 꼭꼭 눌러 담았다. 남기면 어디 안 좋으냐고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할 수없이 그 많은 밥을 꾸역꾸역 맛있는 것처럼 다 먹어야 했다. 2012년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랬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화홍문에서 북수동 네거리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5000원짜리 국밥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그런데 배가 부르니 산행할 생각이 없어진다. 화성을 한 바퀴 돌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참 잘했다. 화성은 온통 꽃 천지다. 화성(華城)은 '화성(花城)'이 됐다. 벚꽃, 개나리꽃, 진달래꽃, 매화, 산수유꽃, 수선화, 복숭아꽃, 살구꽃, 목련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목련과 매화는 이제 꽃잎이 지고 있다. 그 또한 예쁘다.

오늘은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처럼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落花)/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이형기 시 '낙화' 앞부분>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고 있는 화성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눈에 많이 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고 대부분의 소상인들이 월세를 걱정할 정도로 사람들의 이동이 뜸해졌지만 집에만 있긴 답답해서 나온 사람들일게다. 나처럼.

동장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룡문과 동북공심돈 사이 큰 벚나무 꽃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만개한 봄을 즐기는 가족들이 눈에 띈다. 동장대(연무대)를 지나 방화수류정 가는 길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작은 꽃터널을 이루고 있다. 벚꽃은 팔달산 회주도로와 광교산 저수지 데크길, 황구지천 오목천교 아래 구간이 최고지만 이곳도 화사하다.
 화서문 성벽 아래에 핀 수선화

화서문 성벽 아래에 핀 수선화

장안공원에는 노란 산수유꽃이 예쁘고,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성벽 아래엔 수선화가 해맑게 피어 있다. 문득 20여 년 전 생각이 난다.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내가 속한 (사)화성연구회에서 '화성(華城)을 화성(花城)으로'라는 행사를 했다.

화서문 근처 성벽에 꽃을 꽂는 행사였다. 퍼포먼스와 시낭독도 했다. 비록 소략한 행사였지만 많은 회원들이 참여해 성역공사에 참여한 이자근노미, 김대노미, 김득남, 임바위, 이대복 박노랑노미, 윤좀쇠, 김쇠고치, 지악발, 김어인노미, 김순노미, 최말불, 김개불, 박작은여출 등 수원화성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장인과 백성들을 생각했다.

물론 화성축성을 명한 정조대왕과 왕의 명을 받아 성제를 연구한 정약용, 화성성역의 총리대신 채제공, 화성유수이면서 감동당상으로 실질적인 축성업무를 맡은 조심태, 금전·인원·자재 등을 모두 관리한 도청 이유경 등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사실상 화성축성의 주인공은 백성들이었다. 그들을 생각하며 화성 성벽 돌 틈에 꽃을 정성껏 꽂은 것이다.

서북각루 가는 길에 핀 개나리

서북각루 가는 길에 핀 개나리

팔달산 서장대 아래 진달래 군락지

팔달산 서장대 아래 진달래 군락지

회상을 끝내고 화서문에서 팔달산으로 오르는 길에서 지천으로 핀 개나리와 진달래를 만났다. 몇 년 사이에 진달래가 퍽 많이 늘었다. 온 산이 화사하다. 진달래와 함께 팔달산을 대표하는 봄철 경관은 역시 회주도로에 핀 벚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꽃이 아름답다고 시민들을 초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청 벚꽃 축제도 취소됐다. 이놈의 코로나가 우리들의 봄마저 빼앗아가 버렸다.

수원천 남수문 앞의 능수벚꽃

수원천 남수문 앞의 능수벚꽃

팔달산에서 내려와 팔달문 시장을 들르니 수원천변에 능수벚꽃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나가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꽃을 찍느라 여념 없다. 이번 주 중에 벚꽃은 질 것이다. 광교저수지 벚꽃은 이보다 늦게 핀다. 어찌됐거나 매년 가졌던 벚꽃 번개모임을 올해는 취소했다. 이놈의 코로나19, 지긋지긋하다. 가거라, 지구상에서 사라지거라!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수원화성, 花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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