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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집 없는 ‘흥부네 가족’ 돕는 수원시-LH, 복 받으시라
언론인 김우영
2020-07-13 08:56:38최종 업데이트 : 2020-07-13 08:56:09 작성자 :   e수원뉴스
[공감칼럼] 집 없는 '흥부네 가족' 돕는 수원시-LH, 복 받으시라

[공감칼럼] 집 없는 '흥부네 가족' 돕는 수원시-LH, 복 받으시라

놀부네 집에서 쫓겨난 흥부가족은 얼기설기 집을 지어 살았다. 그런데 그 집이라는 게 움막이었다. 

'양주(兩主, 부부) 드리 누워 기지개켜면 발은 마당으로 가고, 대고리(머리)는 뒤곁으로 엉덩이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니, 동리 사람이 출입하다가 이 엉덩이 불러들이소 하는 소리, 흥부 듣고 깜짝 놀라 대성통곡 우는 소리...(중략)...지붕아래 별이 뵈고...(중략)...문 밖에 가랑비 오면 방 안에 큰 비 오고...'

게다가 피임약이나 기구가 없던 시절이라 자식은 또 많이 낳았다. 옷을 입힐 길이 없어 한방에 몰아넣고 멍석을 씌운 다음 머리만 뚫어 내어놓으니, '한 녀석이 똥이 마려우면 뭇 녀석이 시배(侍陪, 따라다니며 시중을 드는 하인)처럼 따라 간다'고 했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설움은 똑 같다. 그중에서도 집 없는 설움이 제일 크다. 남의 집에 사는 사람들은 늘 불안하다. 언제 또 다시 만만치 않은 이사비용을 들여 변두리로 떠나야 하는지 한숨이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별로 나아지진 않은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내는 말했다/이사 온 첫날 밤 방문 앞 산업도로를 밤새 지나는 자동차/소음을 뜬 눈으로 들었다고/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만원/갚을 자신 있느냐/바람 펑펑 쏟아져 들어오는 문짝이며/온 집안 가득한 궁색을 보라/이번만은 아무래도 당신이 잘못 생각한 것 같다며/임신 7개월의 배를 뒤척이며 잠 못들어 했다.//그렇다 아내여/우리에겐 또/이런 계절이 찾아 왔구나/가진 것 없는 이런 때/2.5톤 트럭에 어린 딸과 그대/농짝 하나 거느리고/점점 변두리 드디어는 겨울 가까운/이 동네까지 왔구나.//울다가 새벽녘 겨우 잠 든 그대 얼굴에 비친/초라한 눈물 하나/문득 내 눈물도 거기 보태고 싶다.//아 그러나 쪽문을 밀고 나서면/가득한 이 가을/코스모스꽃.'

1980년대 중반에 쓴 '우만동 우거(寓居)'라는 나의 시다. 우만동은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그 동 이름이 맞다. 지금은 헐렸지만 창룡문 밖 헬륨기구인 '플라잉 수원' 타는 곳엔 동문여관을 비롯해 집 몇 채가 있었다. 거기로 이사 간 날의 소회를 쓴 것이다.

그 뒤로도 이사는 계속됐다. 어떤 때는 3개월 만에 다른 집으로 간적도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아이들은 5명으로 불어났다. 

천주교 성당에 다니는 아내는 낙태를 살인이라고 믿었고 나 역시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 인한 차별도 받았다. 둘째까지만 출산 의료보험이 허용됐다. 아이들이 많다고 이사를 거부당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아이가 많은 집은 이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사 내 집이 있더라도 층간 소음문제로 갈등을 빚는다. 5남매의 아버지로서 수십 번 이사를 다닌 나는 집 없는 이들의 절박한 심정을 잘 안다. 

그런데 수원시가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30일 본란 "아이 많이 낳으면 집도 무료로 빌려 준다는 게 사실인가요?"라는 제하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원시는 주거복지정책 가운데 하나로 2018년부터 다자녀 무주택 가구에 무상으로 주택을 지원하고 있다.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주거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다자녀가구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무상으로 임대해 준다.

4자녀 이상 무주택 가구(수원시 2년 이상 거주) 중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 이하인 가구에 순차적으로 지원한다.

'수원휴먼주택' 두 번째 입주자인 김용주씨 가족

'수원휴먼주택' 두 번째 입주자인 김용주씨 가족

   
지난 5월29일 15번째 '다자녀수원휴먼주택'에 입주한 장춘일(사진 왼쪽 아래)씨 가족과 아이들, 조무영 제2부시장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5월29일 15번째 '다자녀수원휴먼주택'에 입주한 장춘일(사진 왼쪽 아래)씨 가족과 아이들, 조무영 제2부시장이 함께하고 있다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은 지난 2018년 11월, 6자녀 가정이 처음으로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5가구, 2019년 9가구, 올해는 5월에 1가구가 입주했다. 지금까지 자녀가 5명 이상인 15가구에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을 지원했다.

수원시의 목표는 수원휴먼주택 200호 확보다. 2018년 기준 4자녀 이상 무주택가구가 188가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산 확보다. 이에 LH와 협력 방안을 모색, 지난 4월 LH 경기지역본부와 LH 매입임대 빈 집 중 다자녀가구에 임대할 수 있는 물량을 논의했고, 5월 구체적인 협약 내용을 협의했다.

그리고 드디어 2일 수원시청 상황실에서 수원시-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다자녀가구 수원휴먼주택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원시-LH(한국토지주택공사) '다자녀가구 수원휴먼주택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사진 포토뱅크)

수원시-LH(한국토지주택공사) '다자녀가구 수원휴먼주택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사진 포토뱅크)

 
협약에 따라 LH는 올해 8호를 공급하고,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30~35호를 공급한다. 수원시는 4자녀 이상 다자녀가구 중 수원휴먼주택 입주 대상자를 선정하고, 임대보증금(1000여만 원)과 임대료(월 42만 원 정도)를 지원한다. 관리비만 입주자가 부담하면 된다.

미성년 자녀가 많은 가구, 소득이 적은 순서대로 입주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임대 기간은 2년이지만 재계약이 9차례나 가능해 최장 20년 동안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다. 

20년이면 아이들도 장성하고 살림도 자리 잡히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다. 될 수 있는 대로 1층을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아이들이 많은 특성상 층간 소음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배려다. 입주 전 입주자 의견을 바탕으로 집도 수리해준다니 '휴먼주택'이라고 할 만 하다. 주택 위치도 부모의 직장과 자녀들의 학교 문제 등을 고려해 대상자가 원하는 지역으로 제공한단다.

입주자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내 귀까지 들리는 듯하다. 

수원시와 LH 관계자들, 만대(萬代)에 이르기까지 복 받으시라!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언론인 김우영 저자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흥부, 수원휴먼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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