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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칼럼] 추석명절 고향 못가요...조상님도 이해하시겠죠?
김우영 언론인
2020-09-21 23:04:49최종 업데이트 : 2020-09-24 08:28:56 작성자 :   e수원뉴스

추석명절 고향 못가요…조상님도 이해하시겠죠?

 

이른바 '38따라지'인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자주는 아니지만 몇 년에 한번 꼴로 임진각에 갔다. 가져간 과일과 삼색나물, 술을 철조망 아래 차려 놓고 북녘을 향해 절을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눈물을 감추지 않았다.

 

아버지의 고향은 평안북도 선천군 선천면 태화동 50번지 일명 '오리정거리'다.

 

"누구든 우리 땅을 밟지 않고는 신의주나 정주로 갈 수 없었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땅 문서도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해 여름 나와 술을 마시다가 땅문서를 태웠다.

 

생전에 다시는 고향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게다. 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땅 얘기며 고향얘기를 다시는 꺼내지 않으셨다.

 

세월이 흘렀다. 2013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의 고향은 내 고향이 됐다. 북한 여행이 자유로워진다면 제일먼저 가야 할 곳이 선천군 선천면 태화동 50번지 오리정거리다. 백두산 북한코스, 개마고원이나 묘향산, 평양성, 개성 고려 황궁터는 나중이다.

 

지난해 4월 27일 임진각 일원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인간 띠 잇기 행사 'DMZ(民)+평화 손잡기'에 참가했을 때도 철책 너머 북녘 땅을 정신없이 바라보다가 버스를 놓칠 뻔했다.
 

아무튼 내 생전에 남북의 장벽이 없어지고 아버지의 고향에 갈 수 있을까? 분위기가 급반전해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통일이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쉽지 않다.

 

올해는 북녘이 아닌 남녘의 고향에 가기도 어렵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번 추석연휴 제발 없애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나 혼자 감염되는 건 상관없지만 아이는 다르다. 아직 어린아이인데 코로나에 걸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토로하면서 추석연휴 대이동으로 인해 광화문집회 때보다 감염자 수가 더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인도 '제발 추석연휴 지역 간 이동 제한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거의 모든 며느리들은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번 추석에는 못 가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못 한다" "올해 명절은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하소연했다.

 

몇 달 새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추석 연휴에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고향이나 친지 방문을 자제하는 것. 그것으로 감소세를 더욱 빠르게 안정화 시킬 수 있도록 참여해주시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에 "몸이 못 가는 대신 선물로 마음을 보내는 추석 선물 보내기 운동"을 제안하면서 온누리 상품권 구매 한도와 할인율을 높여 특별판매 하겠다고 밝혔다. 선물 보내기 운동이 코로나로 몹시 위축된 전통시장에 도움을 주고 수해로 시름에 잠긴 농·축·수산인에게도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추석 연휴 기간 이동 제한'에 찬성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검토하는 '추석 연휴 기간 이동 제한'에 대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 '찬성 한다'는 응답이 71.3%나 됐다. '반대한다'는 18.9%, '잘 모르겠다'는 9.8%였다.

 

정부가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가운데 각 지방정부들도 인구 이동을 최소화할 실질적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가족공원을 추석 연휴 기간에 전면 폐쇄하는 대신 사전성묘를 유도하고,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하는 곳이 있다. 어떤 지역에선 벌초대행 서비스 비용의 40%를 보태준다.

 

수원시연화장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 달 간 성묘 사전예약제를 실시하고 온라인 추모 서비스를 활용해 성묘객을 분산하기로 했다.

 

수원시연화장은 지난 17일부터 10월15일까지 29일간 사전예약으로 추모객을 받고 있다.

4인 이내 1가족만 예약을 받아 시간당 45가족씩 일일 최대 450가족 1800명만 추모할 수 있도록 했다. 조상님들께서도 이해해주시리라.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유행이 만들어낸 낯선 풍경이다. 다음 주로 다가온 한가위는 명절답지 못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고향 못가는 대신 여행을 가시겠다? 남 생각 전혀 하지 않는 안타까운 사람들이다. 내 가족, 이웃, 국민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선 잠시 멈췄다 가는 것도 필요하다.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언론인 김우영 작가 약력

 

공감칼럼, 김우영, 추석,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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