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공감칼럼] "교회가 죄송합니다" 현수막 내건 교동 '수원교회'
김우영 언론인
2020-09-28 08:36:08최종 업데이트 : 2020-10-06 07:45:01 작성자 :   e수원뉴스 김보라
.

 



은퇴 후의 내 취미는 산책이 됐다. 특히 수원천과 광교산길, 구도심의 옛길들을 자주 걷는다. 

얼마 전 아내와 점심을 세류역 근처에서 먹고 수원천을 따라 걸어서 나의 쉼터이자 작업공간이 있는 종로로 오다가 전기회사다리(수원교) 인근에서 도로로 올라와 발걸음을 수원역 쪽으로 돌렸다.   

요즘 내 산책길은 이처럼 목적지가 없다. 그저 발길이 향하는 대로 몸이 따라간다. 중동오거리에서 옛길을 따라 수원역 쪽으로 가던 중 한국기독교장로회 수원교회(팔달구 향교로 145(교동 2-7, 담임목사 최세열) 부속 건물에 붙어 있는 현수막을 보았다. 

교동에 있는 수원교회가 내건 코로나19 사과 현수막

교동에 있는 수원교회가 내건 코로나19 사과 현수막

 
"코로나19 방역에 교회가 앞장서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하는 모습에 책임을 통감합니다. 죄송합니다. 세상과 지역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수원교회"

한참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현수막을 바라봤다. '그래, 이게 바로 믿는 사람들의 모습이야'라는 혼잣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교회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전국 곳곳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국교회 일부 목회자들이 코로나19를 "하나님의 심판" "코로나19에 걸려 죽으면 천국에 가는데, 무엇이 무섭냐"고 주장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구 신천지교회, 서울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퍼진 코로나19 집단 감염사태로 국민들이 경제적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이들 외에서 일부 교회가 중앙정부의 비대면 예배지침과 지방정부의 집합제한명령을 반복적으로 어기고 있다. 일부 교회는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할 뿐 아니라 공무원들의 현장점검을 반복해 방해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웃의 건강과 목숨을 위협하고 있으면서도 '종교 탄압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라고 호도(糊塗)하고 있다. 아무리 종교의 자유를 앞세워도 이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교회가 코로나19 방역에 교회가 앞장서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하는 모습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 건 것은 신선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감동 받았다.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일부 한국 기독교 세력의 행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낮은 자세로 사과하는 내용의 그 현수막을 보면서 이 교회의 앞날이 밝다는 것을 예감했다.  

수원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수원교회를 '돌교회'라고도 부른다. 1946년 시작된 수원 최초의 한국기독교 장로교회이자 수원시내에서 오래된 개신교 교회 중의 하나다. 소박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주는 현재 건물은 1956년 돌로 지어졌다.

서슬 퍼렇던 독재 정권 시절, 이 교회는 시국집회와 강연이 열리던 공간이었다. 민주화 운동에 앞장 선 인사들의 기댈 언덕이자 피난처이기도 했다. 6.10 민주화항쟁 때는 이 교회 청년 들을 중심으로 한 교인들도 시위에 대거 참여했다.

최근 들어 몇몇 교회와 교인들이 '교회가 미안합니다'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면서 이웃과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반성의 뜻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교인과 교회들이 SNS 게시글을 올리거나 현수막을 교회 앞에 붙이면서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이웃을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라던, 원수조차도 사랑해야 한다던 성자 예수 그리스도. 그 사랑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자발적으로 방역에 앞장서야 한다.

세상과 지역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좋은 이웃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수원교회 목회자, 교인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 본 칼럼의 내용은 e수원뉴스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약력

프린트버튼캡쳐버튼추천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독자의견전체 0

SNS 로그인 후,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icon 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