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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수동 옛길…변해도 변하지 않는 거리
팔부자 문구거리에서 하천 옆 카페까지 ‘옛 모습과 공존’
2019-12-27 06:23:47최종 업데이트 : 2019-12-27 11:02: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윤지
행궁광장과 정조로 사이에서 있는 작은 골목에서부터 수원천 부근까지, 북수동 옛길은 아는 사람만 아는 거리다. 최근 행궁동 '왕의 골목' 중 한 코스로 알려지기는 했지만 현재는 속된 말로 '죽은 상권'으로 낙후된 거리이기도 하다. 최근 수원 곳곳에서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 이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골목길 같다. 변해도 변하지 않는 거리, 북수동 옛길을 따라가 보았다.
북수동 옛길에서 시작하는 팔부자 문구거리

북수동 옛길에서 시작하는 팔부자 문구거리

호호부실 인인화락(戶戶富實 人人和樂)이라고 씌여 있는 필부자문구거리 안내판

호호부실 인인화락(戶戶富實 人人和樂)이라고 쓰여 있는 필부자문구거리 안내판

40년째 문방구 운영..."문구점이라기보다는 박물관이죠"
'팔부자 문구거리'라고 쓰여 있는 골목 초입에 들어섰다. 말 그대로 문구점이 많아 문구거리가 되었다. 지금은 많이 문을 닫았지만 대형 문구는 몇 곳은 여전히 운영 중이다. 문구점 벽을 따라 장난감들이 담긴 바구니가 길게 늘어서 있다. 국민학교 시절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모아 문방구로 달려갔던 추억이 떠올랐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는 설렘으로 문구점에 들어가 보았다.
문방구지만 추억을 파는 박물관이죠.

"문방구지만 추억을 파는 박물관이죠"

"팔부자 문구거리에서 문구점만 30년 넘게 운영했어요. 영동시장에서 운영한 10년까지 합치면 40년이죠. 운영이 잘 되지는 않아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물건이 많은데 요즘 문구용품 뿐 아니라 옛 물건도 있거든요. 손님들이 찾으면 구석구석 옛 물건 찾는 재미가 있다고 해요. 물건 파는 문구점이라기보다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박물관이죠."(동광문구완구교재사 이상분 대표)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물건을 실어나르는 엘리베이터가 인상적이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물건을 실어 나르는 엘리베이터가 인상적이다.

학교나 공공기관에 물건을 납품하며 수익을 올려볼까도 했지만 입찰 경쟁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한다. 인건비도 안 나와 입찰하다 지쳐서 그만두었는데 싼 가격에 질 낮은 물건을 넣고 싶지는 않았다고. 지금은 주말에 화성행궁을 찾는 관광객들이 지나가다 들를 수 있도록 주말에도 문을 열어둔다고 한다.
장사가 잘 안돼도 품질는 꼭 따진다는 사장님

장사가 잘 안돼도 품질은 꼭 따진다는 사장님

수원천을 따라 들어서는 카페들..."경관과 어울리고 싶어 간판도 안 걸었어요
문구거리를 따라 걷다 청과물 상회가 모여 있는 골목을 지나면 수원천이 보인다. 최근 1년 전부터 수원천을 따라 카페들이 조금씩 들어섰다. 대부분 30년 이상 운영하는 청과물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에 새로운 변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카페들이 하나같이 옛 골목과 참 잘 어울린다. 손님을 끌기 위해 튀는 건물 없이 원래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옛 쌀집이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카페 '동신미곡' 입구

옛 쌀집이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카페 '동신미곡' 입구

"이 곳은 원래 쌀집이 있었던 곳이었어요. 그래서 카페 이름도 원래 쌀집 이름을 따서 지었지요. 옛 것도 공존하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바닥, 벽, 계단, 문도 그대로 두었고요. 쌀집에 있었던 물건도 최대한 버리지 않고 활용했어요." (동신미곡 전영환 대표)
쌀집에 있었던 석발기와 문을 그대로 두었다.

쌀집에 있었던 석발기와 문을 그대로 두었다.

세련된 카페에는 저울, 쌀통이 있고 2층에 올라가면 석발기도 있다. 카페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참 잘 어울린다. 옛 쌀집 주인도 간간히 카페를 찾는다고 한다. 전 대표는 "서울 해방촌에 있는 카페를 모티브로 삼았어요. 수원의 옛 중심지로 낙후되어 있는 구도심이 오히려 독립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죠. 사실 안 오는 거리를 오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앞으로는 쌀로 만든 먹거리를 만들어볼까 계획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옛 쌀집 주인도 종종 찾다는 카페는 추억을 판다.

옛 쌀집 주인도 종종 찾는다는 카페는 추억을 판다.

계단, 문, 벽 그대로 두었다. 심지어 메뉴판도 쌀집에서 썼던 양곡 재고 현황판을 활용했다.

계단, 문, 벽 그대로 두었다. 심지어 메뉴판도 쌀집에서 썼던 양곡 재고 현황판을 활용했다.

다른 카페들도 하나같이 약속한 듯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건물 자재나 색감, 메뉴까지 주변과 어울리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모습이다. 어떤 카페는 아예 간판도 달지 않았다.   

"인계동에서 1호점을 운영하다가 천변에 카페를 하고 싶어서 이곳을 찾았어요. 당시에도 상권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보수적인 입장이 강해서 자리를 찾기 어려웠죠. 하지만 자리를 잡은 후에 처음이 되고 뿌리가 되는 돌을 모티브를 삼아 카페를 열었어요." (카페 초안 대표)
화성행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고즈넉한 수원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문을 열었다고 한다.

화성행궁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고즈넉한 수원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문을 열었다고 한다.

행궁동을 간직한 역사와 어울리고 싶어 간판도 일부러 달지 않고 풍경을 최대한 가리지 않기 위해 넓은 창을 냈다. 카페 주인은 "북수동 옛길은 화성행궁이라는 문화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죠. 해외에서 관광객들이 수원으로 여행 올 때 주변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말차, 초안라떼, 말차푸딩, 쑥인절미 파운드 등 외국 관광객들이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준비했답니다"라고 말했다.
카페 큰 창으로 보이는 북수동 옛길 모습

카페 큰 창으로 보이는 북수동 옛길 모습

팔부자 문구거리에서 수원천까지, 북수동 옛길은 시간이 멈춘 골목이다. 숨 가쁘게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있다. 구도심에서 느껴지는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북수동 옛길로 추억여행 떠나볼까.

팔부자 문구거리, 북수동, 김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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