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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화성문화축제
막걸리 잔 나누며 풍성한 대화
2015-10-09 08:45:09최종 업데이트 : 2015-10-09 08:45:09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8일은 목요일, 중앙도서관의 행복한 강의가 있는 날이다. 수업을 마치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지만 일주일 만에 만난 우정의 아쉬움이랄까. 몇몇 친구들은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며 가까운 식당을 물색하여 동행하기도 한다. 그러니 그냥 배를 불리기 위해 먹는 밥이 아니며, 서로의 우정과 문심을 나누는 자리가 된다. 식당역시 그때마다 이곳저곳 옮겨가며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는 재미도 좋다.

마침 팔달문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헤어지려고 하니, 이럴 수가! 가을날의 오후가 너무 좋아 억울하다. 이런 기분이라면 딱, 좋을 것 같아 '화성문화제'의 시작 첫날인 것을 일깨우며 함께 갈 것을 제안하자 일행 모두가 그게 좋겠다며 반긴다.

공방거리를 걸어 행궁광장으로 가는 길은 여느 때보다 사람들로 활기찬 모습이다. 가는 동안 팔달산의 서장대가 한눈에 들어오며, 오늘 같은 잔칫날을 아는 듯 의연히 내려다보고 있다. 행궁 앞에 이르자 제일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음식문화축제장이다.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화성문화축제 _1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화성문화축제 _1

설레는 마음이 마치 소년소녀가 된 기분이다. 행궁광장주차장을 가득 메운 음식점들과 농산물직거래장터 또한 많은 사람들로 축제분위기가 물씬하다. 어디 그뿐이랴, 마치 우리를 반겨주기라도 하듯 '와송효소액'이라며 무료시식도 할 수 있어 시작부터 즐겁다.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 과일 판매장에서도 이에 질세라 시식거리를 내놓으며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

일행들 중에는 집사람에게 점수 좀 따야겠다며 이것저것 구입하여 보따리를 꿰차고 다니는가 하면, 정이 많은 친구는 과일과 땅콩 등의 시식거리를 가져와 입에 넣어준다. 혼자서는 재미없지만 여럿이 어울려오면 이렇듯 즐거운가보다. 음식점들은 수원갈비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호주, 루마니아, 멕시코 등 다양하게 차려져 있다. 주문한 음식들을 주차장가운데 마련된 포장아래 식탁에 앉자 먹으며 저마다 즐거운 모습들이다.

우리도 자리를 잡아 앉았다. 이태백이 서러워할 양시인이 먼저 나서 막걸리와 파전을 사들고 온다. 술이 들어가야지만 시상이 떠오르고 말이 된다는 그의 심경고백이다. 학창시절에는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교단에서 문학수업을 했다는 와이시인, 기독성직자이면서 금강경을 환히 꾀는 제이시인, 그의 얘기 중에는 법정스님 생존 시에 중매를 시도했다는 얘기도 재미있다.

법정스님 살아서 예수교에 대한 책을 내게 하고, 아무개 전부총리에게는 불교에 대한 책을 내게 권했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계가 없는 분들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만약 책이 나왔다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라며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화성문화축제 _2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화성문화축제 _2

술병은 하나 둘 늘어나는 가운데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김소월이 어떻고, 섹스피어가 어떻고, 디킨스, 보들레르가 어떻다며 시의 모방설과 천성설, 창의성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오늘 이 자리가 있게 한 수원화성왕국의 태조이신 정조대왕도 빼놓을 수가 없다. 문무를 겸비하였으며, 다산 정약용과 함께 화성축성을 하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와는 우정도 깊어 술잔을 나누며 '아침 까치 조작조작(朝鵲朝鵲)'하고 정조대왕께서 문제를 내면 '낮 송아지 오독오독(午犢午犢)하며 다산은 답하였고, 또 '오동열매 동실동실(桐實桐實)' 하고 던지면 '보리뿌리 맥근맥근(麥根麥根)하며 받았다는 이야기는 이 자리에서도 백미가 되었다.

특히 정조대왕과 화성의 이야기 중에는 잔치가 많았으며, 이래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궁광장의 잔치가 지금까지 이어져 좋은 것 같았다. 먹고 마시며 떠들다 보니 어느덧 해도 뉘엿뉘엿 팔달산에 걸리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장을 향해 오는 길에 각종 체험코너들이 줄지어 있고, 안에는 어린이들이 저마다 열심이다. 그중에는 궁중 한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있어 마치 어린 시절 정조대왕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추적 행궁미스터리를 풀어라!' 라는 코너였다. 이곳에서 궁중 한복을 입고 직접 행궁 안에 들어가 곳곳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풀고, 3개의 답을 찾아내면 선물도 받는다고 한다. 저 아이들이 "할바마마~아바마마를 살려주오! 살려주오~"하고 울부짖던 어린 산이를 알고 있다면 저들은 지금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화성문화축제 _3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화성문화축제 _3

행궁광장 무대 앞에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무대 위에서는 흥겨운 우리민요가 울려 퍼지며, 다시 소리패의 북춤에 이어 이번에는 뺑파전이 시작된다. 걸죽한 입담과 함께 관객들도 흥미를 더해가며 하나가 된 모습이다. 춤도 추고 함께 소리도 지른다. 그 내용을 보면 부부가 사랑을 하여 아기를 만들자며 치근덕거리는 것이다.

그것도 만인이 보는 무대 위에서, 마침내 여섯 명의 출연자가 뛰어오르며 가림막을 치고 그 속에서 요동치더니 금방 아기 하나가 으앙! 하며 태어난다.

산모가 남편에게 아들인가, 딸인가? 하고 묻자 남편은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이 나룻배만 한척 지나간다며 외친다. 하지만 산모에게 딸 하나가 열 아들 부럽지 않다며, 낙심하지 말고 잘 키우세! 잘 키우세! 하는 가락과 함께 공연을 마친다.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화성문화축제 _4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화성문화축제 _4

무대 옆에는 화성축성체험 장소가 있다. 당시 쓰였던 거중기가 하늘높이 솟아있고, 큰 돌을 나를 때 사용하던 대형 수레도 보인다. 이는 소40마리가 동원되어 끌었다고 하니 상상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밖에도 평거, 유형거, 발차, 담기, 목저를 비롯하여 당시에는 첨단 건설장비였을 것으로 보이는 도구들이 즐비하게 선보이고 있다. 거기에는 또 모래판과 함께 성터를 다질 때 쓰던 메가 준비되어 있으며, 여러 개의 줄을 몇 사람이 나누어 잡고 높이 들었다가 메치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당시에는 노임도 넉넉히 주어 화서문 밖의 술집에서 일꾼들은 저녁이면 피로를 풀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시절 힘들었을 숨결을 느껴보며 메질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났다며 내일 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일 다시 와서 새로 개관한 미술관도 보고, 정조대왕능행차와 '불취무귀' 취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우리에게 꼭 맞는 공연도 보자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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