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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동 황금 들판에 펼쳐진 화합과 우정의무대
학생들, 농사일 어렵고 정말 힘들어요!
2015-10-17 20:53:39최종 업데이트 : 2015-10-17 20:53:39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고색동 중보공원 앞들에는 며칠 전부터 '전통타작마당' 행사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큰말 작은말 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산업단지로 변했지만 이곳에 남은 1만5천여 평의 들판은 고색동의 자존심과도 같았다. 

조상대대로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온 박용기(59세)씨는 말한다. 콤바인작업으로 벌써 다른 곳은 타작을 끝냈지만 행사를 위해 남겨놓았다며, 전통타작한마당의 실소유주로서의 속내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농사꾼이면서 이곳 전통고색농악단장이기도 하다. 10월의 행사가 많아서 여기저기 참여 하느라 바쁜 가운데도 단원들과 함께 틈틈이 이곳에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먹고 살아가야할 소중한 곡식들이 어떻게 하여 얻어지는지, 쌀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는 학생들이 있을까봐 체험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행사장은 벼를 거둔 그루터기 논에 이엉을 엮어 작은 움막들이 지어져 있고, 볏짚을 깔아 자리가 마련된 가운데 용마루 엮기, 새끼 꼬기, 벼 타작, 콩 타작, 들깨타작 등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재료와 도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색동 황금 들판에 펼쳐진 화합과 우정의무대_1
고색동 황금 들판에 펼쳐진 화합과 우정의무대_1

마침내 행사가 시작된 것은 17일 오전10시30분, 고색농악대가 '농자천하지대본'농기를 앞세우고 길놀이를 하며 행사장으로 입장한다. 참석한 내빈과 지역주민들을 비롯하여 고색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등 모두 200여명이 박수로 환영하며, 체험 장은 곧 축제장인 것을 알 수 있다. 

고색농악단이 주최하고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후원했다고 한다. 주최 측 대표인 박용기 고색농악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좋은 날씨 속에 많은 주민과 내빈들을 이 자리에 모시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모내기 이후에도 계속 애써주신 학생들과 선생님, 주민들께도 감사한다며 즐거운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빈 인사말에서 양민숙의원은 어렸을 때 고향에서 낫질을 해본 적이 있지만 그 후에는 못해봤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곳에서 체험 기회가 마련되어 기쁘고 행복하다며, 학생들도 체험을 통해 농사의 경험을 생각하여 공부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이 자리가 주민화합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색동 황금 들판에 펼쳐진 화합과 우정의무대_2
고색동 황금 들판에 펼쳐진 화합과 우정의무대_2

또 최인석 고색동 노인 회장은 지난 5월24일에 모내기를 한지 5개월 만에 황금들판을 만나게 되어 감사드린다며, 그러나 고색동 들이 없어지고 이것만 남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따라서 고색동의 '전통타작한마당'은 고색동만이 아닌 수원시민 모두의 행사라며, 이것을 지켜 오래도록 빛내고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밖에도 많은 분들의 인사말이 끝난 뒤에는 '풍년기원제'를 올렸다. 행사장 중앙에 떡시루와 포, 술, 과일 등 정성스런 제물을 차린 가운데 박용기 단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땅 신께 술을 따르고 절을 했다. 

이어서 어른들의 벼 베기 시범과 함께 학생들의 체험시간이다. 벼 베기 시작 전에 하얀 농군복장을 하고 사전 안전교육도 받았다. 학생들은 팀을 이뤄 돌아가며 벼를 베었고, 단을 묶기도 했다. 엉성하고 어설프기 그지없었지만 체험을 통해 농사의 어려움과 조상들에 대한 노고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책에서 백번 배운 것 보다 몸으로 느끼는 가운데 이보다 큰 공부는 없을 것 같아 보였다. 

고색동 황금 들판에 펼쳐진 화합과 우정의무대_3
고색동 황금 들판에 펼쳐진 화합과 우정의무대_3

곁에서 지켜보려니 아버지를 따라 함께 들에 나가 벼를 베던 시절이 떠올랐다. 사각사각 허리 굽혀 낫질을 하면 그 시절에는 메뚜기 떼가 뛰어다니며 아이들은 댓 병에 메뚜기들을 훔쳐 담았다. 불에 구우면 바삭바삭 어찌나 고소한지, 술안주와 반찬이 되곤 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 

어제인 듯 그리워져 한 학생의 낫을 받아들고, 자세를 잡아 한번 되돌아가보았다. 변함없이 그대로다. 하지만 낫이 워낙 무딘 탓에 힘이 들며, 등에는 금방 땀이 젖어온다. 체험마당은 벼 베기뿐만 아니라 홀태, 탈곡기, 콩타작하는 도리깨질, 들깨털기 등 다양하게 이어졌다. 

고색동 황금 들판에 펼쳐진 화합과 우정의무대_4
고색동 황금 들판에 펼쳐진 화합과 우정의무대_4

그러고 보면 우리의 식탁에 차려지는 농산물 중 어느 것 하나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말 그대로 피와 땀과 눈물방울 그 자체일 것 같았다. 저 콩타작마당 포장위에 앉아있는 찌들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과, 나무껍질 같은 손등의 늙은 어머니가 보이는 것이다. 

들깨를 털 때면 사용하던 굵은 체와 가는 체도 옛날처럼 등장했다. 전통타작한마당은 추억속의 궁전 같았다. 지금 우리가 전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좋은 세상을 얼마나 폼 나게 잘 살고 있는지를 알게 해준 자리 같았다. 고생을 알아야 행복의 기쁨을 안다는 것처럼, 타작마당에 있어 새참은 땀 흘려 일하고 먹는 '화룡정점'일지도 모른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지만 이 자리에서만은 기대가 크면 기쁨도 크다는 말로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잔치국수일까 하였는데 고소한 햅쌀밥에 콩나물, 새순나물, 청포묵 등 뭔가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 나물과 함께 고추장이 들어간 비빔밥과 시래기 된장국이 새참으로 나왔다.

거기에 쑥절편과 동그랑땡인지 부침인지 몇 가지 안주와 함께 막걸리도 빠질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민요가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황금들판의 잔치, 정말 멋지게 벌어진 것이다. 도시에 나와 살며 어쩌면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자리였는지도 모른다.

농악한마당이 펼쳐지며 마침내 여흥으로 이어졌고, 모두들 내년에 다시 만나자며 화합과 우정의 무대는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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