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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멈춘 성안 벽화마을 "따듯한 정이 흐르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수원 곳곳 돌아보기
2016-04-20 15:12:05최종 업데이트 : 2016-04-20 15:12:0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여기, 수원의 뒷골목 풍경이 남아있다. 기후와 계절에 따라 정서도 남다르겠지만 적어도 이곳만큼은 80년대를 겪은 민초들의 자취가 고스란히 숨쉬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20년전의 풍취까지 오롯이 담아 후대인들을 맞이한다. '조선후기 르네상스'라고도 불리는 정조대 화성(華城) 성곽을 품고 있는 수원천변과 삶의 현장이다. 시간도 멈춰버린 이야기가 두런두런 들리는 그곳으로 간다.

수원의 젖줄 수원천, 광교저수지에서 시내로 흐르는 첫 번째 관문이 있는 북수문(화홍문)과 방화수류정으로 간다. 전국 최고의 기술자들이 모여 화성축성에 참여한 덕분에 2세기가 흐른 지금 수원화성은 인류전체를 위해 보호돼야 할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성곽의 길이는 총 5.7km, 건축물 무엇 하나 귀하지 않은 게 없지만 휴식과 더불어 사색의 장소로는 으뜸이라 장안문을 지나 성벽을 끼고 도는 샛길로 들어선다.

시간도 멈춘 성안 벽화마을 따듯한 정이 흐르네_1
시간도 멈춘 성안 벽화마을 따듯한 정이 흐르네_1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무지개 석교(石橋) 등 세련된 감각과 복합적 기능을 지닌 화홍문 전체가 보수중이다. 가림막이 쳐지고 다소 어수선하지만 정조가 특히나 좋아했다는 조윤형의 생동감 넘치는 현판 글씨 '華虹門'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여름이면 버드나무 그늘을 찾아 앉아 무지개 수문에서 쏟아지는 찬란한 물줄기를 바라보았을 터, 그날을 기다리며 돌다리 천변을 건너 용연으로 간다. 물놀이에 열중인 꼬맹이들이 손을 흔든다. 

화홍문과 이웃하며 전체 경관까지 고려한 동북각루(東北角樓,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운 자태가 펼쳐진다. 국왕과 신하들의 자리까지 고려한 공간이다. 얼핏 보면 복잡한 듯 보이지만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와의 기능적인 배치가 돋보이고, 건축학적으로도 탄복할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본디 군사지휘소로 지어진 건축물이지만 유천의 물 '용연(龍淵)'까지 조성해 조경의 극치를 보여준다. 왜 현판에 꽃을 찾고 버드나무를 따라 노닌다는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라 했는지 이해된다.

화성 관람의 백미(白眉)답게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이들, 소풍을 나온 듯 보이는 노인들, 연인들, 친구들이 용연 주위를 거닐다 숨을 멈추고 바라볼 만큼의 절경인 탓에 선뜻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의자에, 잔디밭에 옹기종기 앉는다. 
그들을 뒤로하고 방화수류정 옆 암문을 통해 다시 천변으로 향한다.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두 건축물을 통해 당대의 문화수준과 마주했다면 이제부턴 세월을 훌쩍 넘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시간도 멈춘 성안 벽화마을 따듯한 정이 흐르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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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행궁동벽화마을'로 진입한다. 수원에 가볼만한 곳, 데이트 장소, 봄에 걷기 좋은 길 등으로 불리는 수원의 핫플레이스다. 북수동성당 뒷골목 일대로 작은 갤러리, 설치미술작품, 공방 등이 담벼락 그림과 어우러져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시내를 관통하는 대로가 뚫리고 난후 옛길이 되어버렸지만 벽화마을 탄생 후 다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좁디좁은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자투리공원이 손님을 맞는다. 허름하고 우중충했던 많은 집들이 문화예술의 옷을 입고 새롭게 단장했다. 옛것을 고치되 본질만은 잃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생기있는 삶의 현장으로 이방인들을 맞아들인다. 현대적인 깔끔한 풍경이 있는가하면 여전히 오래된 기와집이 공존하는 곳, 그곳만의 매력 때문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인근에 문방구벽화마을도 있어 함께 둘러보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벽화마을 탐방 후 팔달문 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좀 전의 풍경과는 다른 80~90년대 경관과 마주한다. 일명 '팔부자 거리'로 불리는 곳이지만 역사적 이름과는 배치되는 골목길이다. 전깃줄이 머리위로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콘크리트 건물 위로 알루미늄 간판들이 존재하는 오래된 집들이다. 시간도 공간도 멈춰버린 그곳을 걷노라면 마치 시대극을 찍는 드라마세트장에 온 듯 착각이 든다. 

'~집'이란 간판이 흰색 벽에 쓰여 있는 허름한 선술집,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생선 집, 잡화 일체를 파는 '~상회'등을 지나치다 '사람이 살고 있을까'싶어 귀를 쫑긋 기울이면 안에서 두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래전 우리네 생활의 역사를 보여주는 듯해 아련하고 애틋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비록 거리는 누추하고 보잘 것 없지만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는 보통의 사람들을 통해 '살아갈 이유'를 충분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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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멈춘 성안 벽화마을 따듯한 정이 흐르네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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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연분홍 능수벚꽃이 온몸을 던져 땅으로 떨어지더니만 어느 순간 녹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수원천변을 걷는다. 울긋불긋한 색으로 단장한 벽화마을과 옛길 팔부자거리에서 벗어나 온통 신록으로 뒤덮인 풍경과 마주한다.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봄을 떠나 보내기 아쉽다는 핑계로 새로운 명소 수원통닭거리로 발걸음을 돌린다.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수원화성박물관, 행궁동 벽화마을, 공방거리, 생태교통마을 등 이 일대가 지난1월 수원문화관광 1번지로서 '수원화성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시간도 멈춰버린 오래된 마을과 싱그러운 수원천변 풍경이 그 안에 있다. 그곳에 가면 따뜻한 사람들의 정(情)이 흐른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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