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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관광의 시작 ‘해우재’에서 시작해도 좋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수원 곳곳 돌아보기
2016-06-09 18:08:29최종 업데이트 : 2016-06-09 18:08:2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누구든지 환영하는 이집의 정체는

양변기모양의 집 앞에 웬 사내가 "끙~"소리를 내며 볼일을 보고 있다. 몹시도 급했던가보다. 그리곤 미소를 띠며 곁에 세워둔 황금지게를 곁눈질로 쳐다본다. 
전시관 입구에서 보란 듯이 자랑스럽게 엉덩이를 까고 '큰 일'을 보는 사내의 형상를 뒤로하고 오른쪽 공원으로 간다. 지난 봄철과는 또 다른 풍경이 미풍과 함께 와락 맞아준다. 성큼 물이 오른 녹음(綠陰)때문인지 똥색칠을 한 똥통문이 정겹게 길을 안내한다.  수원시를 전 세계에 화장실의 메카로 불리게 한 일등공신 '해우재' 이야기다.

수원관광의 시작 '해우재'에서 시작해도 좋다_1
수원관광의 시작 '해우재'에서 시작해도 좋다_1

나도 모르게 후후 웃음소리가 나오는 길을 구불구불 전시물을 따라서 걸어 나간다. 
지난밤 무서운 꿈을 꾼 것인지는 몰라도 새로 빤 이불에 세계지도를 그린 탓에 남매는 키를 머리에 쓰고 소금동냥에 나섰다. 그럼에도 남매는 즐겁기만 하다. 이뿐인가. 핑크 저고리만 입은 어린아이를 두 손으로 꼭 앉고 똥을 누이는 어머니는 힘들어 죽겠는데 앞에서 흰둥이 개는 좋아하며 빤히 쳐다본다. 보고 있자니 아주 오래전 나의 유년기 생각이 떠오른다. 

계속해서 우리네 추억속의 한 장면들과 함께 역사 속 이야기들이 포진해 있다. 똥 돼지란 별칭으로 유명한 제주의 통시(변소), 조선시대 궁중의 휴대용 변기인 매화틀, 울릉도에서 사용하는 움집형 화장실, 시골 뒷간 등이 재밌고 신선해 연신 눈길을 잡아끈다. 귀족여인들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수세식 변소 '노둣돌'이 있는가하면 동물모양 변기 '호자', 고대 로마변기, 중세유럽 변기, 현대 '뒤상의 샘'으로 보이는 변기 등 동서양 변기의 역사까지 재현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 몸 관련, 체험 장소로 으뜸

전 세대를 아우르는 관람객들이 연일 찾는 가운데 지난해 초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 개관함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즌별로 연계 운영되고 있다. 해우재는 그냥 눈으로 보기만하고 잠시 쉬어가는 곳이 아니라 특별한 체험을 해봄으로서 세대를 잇는 추억의 장소이자 현실의 장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2016년 특별 체험전시 '기똥찬 몸 속 여행'전이 열리고 있는 해우재와 해우재복합문화센터의 상설 전시 '어린이 체험관'이 유치원생들부터 어른까지 늘 왁자지껄 인파로 장사진을 친다. 우리가 먹은 음식이 몸속에서 어떻게 소화되고 똥이 되어 나오는지, 오줌은 왜 나오는지, 또 방귀는? 트림은 또 왜?..... 흥미진진한 똥 이야기와 우리 몸 속 이야기가 쉽고 명료한 글과 그림이 동선을 따라 입체적으로 풀어져 있다.

수원관광의 시작 '해우재'에서 시작해도 좋다_2
수원관광의 시작 '해우재'에서 시작해도 좋다_2
수원관광의 시작 '해우재'에서 시작해도 좋다_3
수원관광의 시작 '해우재'에서 시작해도 좋다_3

전설이 된 '미스터 토일렛' 심재덕

지난 한해 방문객 15만3천319명이 다녀간 해우재! 
해우재 공원 맞은편에 '해우재문화복합센터'가 개관한 탓도 있겠지만 '세수간(洗手間), 토이레(トイレ), 토일렛(Toilet), tualet....'등 발음은 달리하지만 '화장실'이라 불리는 이곳의 평온한 공원풍경과 학습터의 매력이 융합했기 때문일 터이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선지적인 사고로 전 세계에 화장실혁명을 일으킨 고 심재덕 전수원시장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본디, '천한 곳에서 낳아야 수명이 길다'는 집안 어른들의 뜻에 따라 변소의 거적위에서 태어났다하여 별명이 개똥이라 불리었다. 2007년 그는 자신이 살던 집을 양변기 모양의 집으로 다시 짓고 '해우재'로 환생시켰다. 훗날 '미스터 토일렛'이란 이름이 생기게 된 배경이 됐다.

민선1· 2 수원시장으로 '아름다운 화장실 문화운동'을 전개했을 뿐만 아니라 수원문화원장 시절부터 수원사랑이 과연 뭔지를 몸소 실천했다. 1997년 12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수원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고, 2002년 월드컵 수원경기를 유치· 성사시키고, 쓰레기소각장과 화장장 등 혐오시설을 주민참여로 해결하고, 화성행궁과 수원천을 복원하는 등 그는 '행정의 달인'으로서의 면모를 끊임없이 보여주었다. 
그랬었는데 2009년 새해, 병마 치료를 위한 적절한 시기를 놓침으로서 69세라는 안타까운 나이에 이세상과 작별했다. 유족은 해우재를 수원시에 기부했다. 해우재를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해 수원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원관광의 시작은 '해우재' 부터
 

"원초적인 근심이 쌓이면 분노가 된다. 모두의 근심을 풀어주고 생명을 살리는 해우소가 될 때까지 화장실 혁명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세계화장실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끈 전 심재덕 시장 덕분에 대한민국 수원시는 화장실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갖게 됐다. 
제1대 세계화장실협회(WTA)를 이끈 심 시장에 이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달 30일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개최한 국제화장실컨퍼런스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관광사업의 시작은 화장실 청소부터 출발한다. 공중위생의 필요성에 따라 클린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밝힌 이유도 해우재 탄생의 맥락과 같이 한다.

우리 수원에서는 남들이 꺼려하는 똥 이야기가 시민들 사이에서 술술 자연스럽게 나온다. 화장실의 모든 철학과 가치가 담겨있는 해우재와 해우재복합문화센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최대의 변기 모양의 집 '해우재'! 한국 화장실문화의 표상으로서 세계화장실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현재 '세계화장실협회' 본부도 대한민국 수원시에 있다.
수원관광의 시작을 여기 '해우재'부터 해도 무리는 안될 터이다. 단순히 화장실의 가치를 넘어서는 그 이상의 철학과 재미, 역사와 '미스터 토일렛'의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관광의 시작 '해우재'에서 시작해도 좋다_4
수원관광의 시작 '해우재'에서 시작해도 좋다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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