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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둘레길 외면하고 청명산은 왜?
2015-10-21 12:55:12최종 업데이트 : 2015-10-21 12:55:1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연수

영통 동쪽에 위치한 청명산을 오른다. 지난번 청명산 산길을 걷다 관자고개에서 하산해 오늘 또 다시 이어 걷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오전 11시에 집을 나서 지하철 분당선 청명역과 영통고가밑 사거리 사이에 있는 청명초등학교까지 약 4km을 걸었더니 1시간이 소요됐다. 도시의 아파트 숲속과 자동차 매연이 소리 없이 다가오는 아스팔트 걸었지만 지금부터는 흙먼지가 살포시 날리는 땅을 밝으며 초목이 우거진 숲길을 걸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느낌을 갖는다. 

청명초등학교를 외쪽에 끼고 지난번에 하산했던 관자고개를 향하여 발길을 재촉한다. 10분을 걸어가자 고갯마루가 보이고, 왼쪽에는 영덕성당이 있다. 천주교 영덕성당은 수원교구 영통지구 소속으로 청명산 산속에 있어 더욱 성스러움을 주는 것 같다. 

관자고개는 영통 황골 마을과 용인 신갈저수 사이에 있는 고개다. 관자고개는 옛날 선비들이 의관을 벗어 나무에 걸어놓고 쉬었다는 데서 이름 붙여졌다. 오른쪽에는 전원 주택단지를 조성하느라 건설 중장비들의 움직임이 요란하다.

청명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 오른쪽 공사장 울타리를 따라 좁을 길을 걷는다. 한참을 걸어올라 가자 울타리가 사라지고 숲길이 시작된다. 산속에 들어서는 전원주택단지 건설은 분명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겠지만 먼 훗날 '스위스 알프스 산'속에 있는 그림 같은 집처럼 자연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은 왜일까?

수원 둘레길 외면하고 청명산은 왜?_1
청명산 정상

수원 둘레길 외면하고 청명산은 왜?_2
이정표

청명산은 높지 않은 완만한 산으로 걷기 좋은 산길이다. 유치원 원생들이 걷기 체험 학습을 나왔는지 친구와 손을 잡고 산길을 내려오고 있다. 약간 비탈진 곳은 선생님이 아이의 손을 잡고 안전하게 걷게 한다. 

아이들이 산을 내려가자 시원한 가을바람이 "안녕하시오" 라고 인사를 하듯 귓전을 스치듯 지나간다. 필자도 바람에게 "안녕하시오" 화답하고는 "여보시오 바람선생 청명산 정상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바람이 "나도 청명산은 첫길이라 이정표만 보고 가는 거라오"한다. "둘 다 초행길이니 말동무나 하고 걸읍시다." 하면서 의기투합해서 걷는다.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통성명이나 하고 갑시다." 하고 필자가 말을 건네자 바람이 "그럽시다. 나도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구려" 한다. 
"나는 길 걷은 것을 좋아해 시간만 있으면 걷고, 일상에서도 웬만한 거리 3~4km는 걸어 다니는 자칭 '길손'이라 하오, 길을 걸어도 아무렇게 걷은 것이 아니라 옛 선조들이 떨어뜨려 놓은 이야기가 있는지 유심히 살피면서 걷는다오, 어쩌다 재수 횡재하는 날은 아무도 모르는 숨은 이야기를 주워들을 때도 있다오. 그럴 때는 길을 걷은 보람을 느끼지요, 앞으로 '길손'이라고 불러주시오."하고 필자를 소개 했다. 

"네, 그러지요. 나는 길 따라 물 따라 산 넘고, 강 건너, 마을을 지나 정처 없이 떠도는 자칭 '길풍'이라고 하지요, 그 뿐 많이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함께 모여 바다를 건너는 여행을 할 때도 있지요, 그럴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리기 경주를 하기도 한다오. 그러다 산과 들, 바다,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러한 일들은 1년에 두세 번 있는 일이고 대부분 선한 일들을 하고 다녀요."하고 길풍 선생이 말했다. 

필자 : "길풍 선생 수원시에서 걷기 좋은 길을 선정해 홍보하고 있는데 알고 있소.
길풍 : "수원에 팔색길이라는 여덟곳의 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군데를 걸어보았소. 첫 번째 길, '모수길'은 수원천을 따라 걷는 길로 생태하천과 수변길이 조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고, 두 번째 길은 '지게길'로 광교산 저수지 둑에서 호수위에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광교 안골과 짚세기 느티나무를 지나 파장동 시장으로 이어지는 길로 옛날 사람들이 나무지게를 지고 다녔을 법한 길 같았소. 대부분의 길은 숲길이나 물길로 이뤄져 있는데 개혁군주가 걸었다는 효행길은 도시 한복판을 가로 지르는 자동차 도로를 따라 걷는 길로 트레킹길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의미는 남달랐다오. 
그런데 말이오, 여섯 번째 길인 수원둘레길은 걷기 좋은 길이 아니라 수원과 용인, 화성, 의왕의 시경계선을 그대로 그어놓은 것 같아 그 길을 포기하고 수원 둘레이면서 둘레길에 포함되지 않은 청명산길을 선택해 걷게 됐소, 
필자 : "나도 수원 둘레길을 걸어야 하는데 괜히 매연 맡아 가면서 시내를 활보하기 싫어 청명산을 포함한 수원 둘레길을 새롭게 정립해 보려고 이렇게 걷고 있소. 제주도의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걷기 좋은 길들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오. 각 지자체 마다 앞 다투어 둘레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길을 만들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저 행정 편의상 있는 길에 선을 그어 이 길이 걷기 좋은 길이요하고 말하면 누가 그 길을 가겠소. 그렇지 않습니까? 길풍 선생"

필자와 길풍 선생은 수원시가 만들어 놓은 수원 둘레길을 걷다 실망하고 청명산을 걸으면서 길동무가 된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다보니 청명산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 192m로 동네 뒷동산과 같은 높이로 수원시와 용인시의 시 경계 표시목이 있고. '영통네파 산우회'에서 기증한 대리석으로 된 작은 표지석이 있다. 다른 산들의 표지석에 비하면 비록 작지만 정상임을 알리는 데는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길풍선생은 영통 시내를 가로 질로 그어진 수원 둘레길을 탐색하겠다면서 오른쪽 사잇길을 따라 영통으로 내려갔다. 둘은 다음 길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아쉬운 이별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수원 둘레길 외면하고 청명산은 왜?_3
청명산길을 걷는 시민

수원 둘레길 외면하고 청명산은 왜?_4
철조망 사잇길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0.25km지점에 삼거리길 나온다. 직진하면 외환은행 연수원이 0.7km 전방에 있고, 왼쪽 길을 가면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가 1.3km 지점에 있다 알려준다.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길로 가면 아람산과 매미산길이 연결되어 있다는 등산객의 말에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 
노블카운티와 청명호수 마을 경계지점 등산로는 양쪽으로 철망이 둘러있어 폭 1m로 통행인 두 사람이 겨우 빗겨갈 수 있는 좁은 길이 이어진다. 

산을 거의 내려오자 신갈 저수지가 보이고, 왼쪽에는 경희대 골프연습장이 있다. 이곳은 비탈이 심해 혼자서는 내려갈 수 없는 급경사지다. 아카시아 나무와 상수리나무에 밧줄을 매달아 놓아 그것을 잡고 내려가면 안전하게 갈수 있다. 
자동차도로 옆 보행로를 따라 영통으로 길을 잡아 노블카운티 고갯길에 올라서니 오른쪽에 경희대 인적자원개발센터 건물 '애지원'이 있다. 이곳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경희대 국제캠퍼스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는 아람산과 매미산이 있다. 

필자가 걸어온 청명산길은 숲 터널로 이뤄진 나지막한 산으로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청명산과 아람산, 매미산은 용인과 수원, 화성시의 행정구역상 시 경계선에 위치해 있지만, 이는 행정 편의상 그어 놓은 한 가닥의 줄이고, 광교산줄기에서 흘러내 수원시의 동쪽을 감싸고 있는 산이라는 것은 그 누구고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청명산에 이어 아람산과 매미산도 나지막한 산으로 걷기 좋은 길이라고 하니 다음 탐방 후 소개할까 한다. 다음 산행 때 바람의 신 '풍길 선생'을 다시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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