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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서공원 언덕 은빛 물결 억새꽃 지금이 절정!
차를 타고 지나며 마음 뺏겨 찾아가니.
2015-10-26 21:59:07최종 업데이트 : 2015-10-26 21:59:07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달빛에 젖으면 설화가 되고, 햇빛에 닳으면 역사가 된다'고 했던가. 정녕 해와 달이 빚어낸 설화이고 역사일 것만 같다. 눈꽃이라면 또 어떻겠는가. 이 가을 외롭고 쓸쓸하다면 그대 누구라도 가을연인 떠나기 전에 한번쯤 찾아가보라, 그리 말 전하고 싶다. 

수원역에서 장안문에 이르는 그 곳, 장안공원 옆 화서문 밖 팔달산 아래 화서공원이 있다. 언덕에는 옛 성을 지키는 긴 창을 든 포졸들의 어제인 듯한 숨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서북포루가 보이고, 그 아래에는 뭇 발길들을 사로잡는 억새꽃 진경이 펼쳐지며, 높은 성은 온통 은빛 물결로 가슴을 일렁인다. 
무릉도원은 옛날 중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봄날의 도원풍경이야기 일뿐, 서북포루를 안고 도는 저 억새꽃 행렬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다. 이 가을날의 이야기, 수원화성의 무릉도원! 왜 노래하지 않겠느냐고. 

화서공원 언덕 은빛 물결 억새꽃 지금이 절정!_1
화서공원 언덕 은빛 물결 억새꽃 지금이 절정!_1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을 것 같다. 고백하자면 마흔 한 살 여인 같은 우유 빛 속살의 매혹에 빠져 등산길도 사실상 포기하고 말았다. 도중 하차하여 배낭하나 짊어지고 가을연인을 보겠다며 부운거사가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어떤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보는 눈에 따라서는 희노애락도 저마다 각각 달라질 수 있으며, 인생사 그 의미 또한 얼마든지 서로 바뀔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날도 차창을 통해 붉게 물들어가는 나무숲들이었고, 그 사이로 드러나 보이는 억새꽃풍경에 가을이 온 것을 실감하며 무심히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흰머리 풀어 날리며 쓸쓸하게 먼 길 떠나려고 바라보는 모습이 궁상맞아 외면했을 수도 있고, 또 자신의 모습과도 같아 외롭고 슬프다거나 울고 싶어져 고향친구와 술잔을 나눌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화서공원 언덕 은빛 물결 억새꽃 지금이 절정!_2
화서공원 언덕 은빛 물결 억새꽃 지금이 절정!_2

그러나 환희의 물결로 다가왔고, 환상과 희열이 가슴 사무쳐오는 그것은 가을 연인의 실루엣과 같았다. 혹자는 실소를 머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이지만 '백문불여일견'이라는 것처럼 누구라도 한번 가보면 알겠지만 구름위에 뜬 기분이 그러할지도 모른다. 

눈을 부릅뜨고 성을 지키던 옛 서북포루는 이제 더 이상 포졸은 없고, 갑옷을 벗어 던진 지도 오래다. 고매한 단청 빛 자태를 뽐내며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 선비의 모습이랄까. 구름처럼 피어나는 가을연인들의 치맛자락 휘날리며 얼싸안고 춤을 추는 도령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가하면 만조백관과 민초들이 뒤따르는 가운데 그것은 정녕 왕의 행차일 것이다. 지지대고개를 넘어와 사대문 돌아 방화수류정, 칠간수 화홍문을 지나 어쩌면 이곳까지 오르고 있는 긴 행렬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나부끼는 은빛 깃발은 마치 만장 기를 펄럭이는 것과도 같고, 이끼 푸른 성곽을 따라 서장대 굽어보며 팔달산을 오르는 형국이다. 

화서공원 언덕 은빛 물결 억새꽃 지금이 절정!_3
화서공원 언덕 은빛 물결 억새꽃 지금이 절정!_3

바라보는 눈높이와 그 방향에 따라서 다르고,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다르기도 하겠지만 저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정조대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십리 성 길을 따라 은빛머리를 나부끼는 그 애잔함 속에는 성군의 애민 향기가 배어 흐르고, 아바마마 배알하는 효의 정신도 가슴에 녹아 젖어온다. 

숙지산에서 돌을 뜨고 팔달산 성터를 닦아 둥글지도 말고, 그렇다고 모나지도 말고, 또 아름답게 꾸미려하지도 말고, 다만 이로움과 자연의 형세에 맞게 하라며, 체재공 총리대신과 수원부 유수 조심태를 앞세워 이르시니, 축성 이년 반 동안만의 완성은 신기에 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성의 둘레 무릇 십이 리, 사천육백 보에 이르고, 동서사방 사대문, 수문, 공심돈, 장대, 노대, 포루, 각루, 암문, 봉돈, 적대, 치성, 은구, 성가퀴, 도두 일백마흔여덟 개에 이르니 정조대왕 지혜의 꽃 여기 피었다 할 것이다. 

화서공원 언덕 은빛 물결 억새꽃 지금이 절정!_4
화서공원 언덕 은빛 물결 억새꽃 지금이 절정!_4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꽃만 어찌 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고개를 들어 사방을 돌아보면 보인다. 북쪽에는 만석거, 서쪽에는 축만제, 남쪽에는 만년제를 두어 둔전을 설치하여 농사를 짓게 하고, 배고픈 백성들 없게 하려 하였으니, 그 농사의 기반 시설구축은 오늘에 이르러 통일벼의 새싹을 틔웠음이라. 

화평성대 조선의 개혁도시 수원화성, 빛나는 역사 이제는 세계에 날개를 달고, 그날의 장용영 군사들 연무대에 말을 타고 활을 쏘며, 화성행궁 넓은 마당에는 무예24기 오늘에 빛내니, 팔달 장안 화서 창룡문, 성안에는 박수소리 웃음소리 떠나갈 듯 들려오고, 향기로운 문화의 꽃 찾는 발길 들 그칠 줄을 모른다. 
취하면 모두가 광대 되어 헤어날 줄 모르는데, 어쩌랴! 가을연인 바짓가랑이 붙잡고 놓을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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